[영봉] 입사하기 전으로 돌아간다면 선택은?
[영봉] 입사하기 전으로 돌아간다면 선택은?
  • 김채은 편집국장
  • 승인 2019.11.25 2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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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의 쌀쌀한 어느 봄날, 잔뜩 긴장한 상태로 편집국의 문을 두드렸다. 그날은 나의 대학 시절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는 영대신문의 면접날이었다. 이후 영대신문 기자로 활동을 하며 크고 작은 고민으로 힘들어했으나 동시에 크고 작은 일에서 즐거움을 느꼈다. 기사 준비로 며칠 동안 집에 가지 못하고 편집국 바닥에서 잠깐씩 자면서 추위에 떨었지만, 그러한 추위를 함께해 주는 이들이 있어 따뜻했다. 이젠 이 칼럼을 끝으로 학내 다양한 소식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활동했던 필자의 기자 생활에 마침표를 찍는다.

 학보사 기자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서로의 고충을 잘 알기에 공감대가 잘 형성된다. 그래서 고민이 있을 때나 궁금한 것이 있을 때마다 선배 기자로부터 조언을 얻곤 했다. 그때마다 “영대신문에 입사하기 전으로 돌아간다면 입사 지원을 할 건가요?”라는 질문을 거의 매년 묻는 것 같다. 필자 역시도 이 질문을 수습기자 때 선배 기자에게 물어본 적이 있으며, 기자가 되어서는 받아도 봤다. 아마 입사 전에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학보사 기자 활동과 실제 활동에서 괴리가 있어 필자보다 경험이 많았던 선배 기자는 입사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지 묻고 싶었던 것 같다. 이 질문을 받은 몇 분의 기자는 “그렇다”고 답했고, 또 다른 몇 분은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했다. 임기를 마칠 때가 되면 필자만의 결론을 내리리라 다짐했다.

 지금부터 ‘만약 학생기자가 아니었다면 필자의 대학 생활은 어땠을까’를 가정해보자. 공강 시간이면 어디서 시간을 보낼지 고민하며 캠퍼스를 산책한다. 그러다가 낯선 사람을 경계하며 길을 걷는 사람들 속에서 로드 인터뷰를 하는 영대신문 기자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 때로는 동아리 활동을 위해 길을 가다가 교직원들과 마주칠 것이다. 하지만 처음 본 사이라서 인사를 하지는 않는다. 다른 날은 건물 가판대에 놓인 영대신문을 읽는 독자가 된다. 그리고 늦은 밤 집에 돌아가는 길에 불이 켜져 있는 영대신문 편집국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다 이내 지나친다. 방학이면 아르바이트도 하고 친구들과 여행도 다니고, 여러 가지 대외활동을 하며 여느 대학생과 다르지 않은 일상을 보낸다. 충분히 떠올릴 수 있는 평범한 대학생일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평범한 대학생의 모습을 가진 필자가 왠지 모르게 낯설다. 

 영대신문 기자로서 약 2년 7개월의 시간 동안 필자는 학내 소식과 여론을 알아보고, 사회 이슈에 관심을 기울이며 기삿거리를 찾았다. 공강 시간이면 고민할 것도 없이 취재원에게 전화를 걸고, 그들을 만나러 바쁘게 캠퍼스를 뛰어다녔다. 때로는 각 건물에 있는 가판대를 돌아다니며 비어 있는 가판대에 신문을 채워 넣었다. 취재 중 예기치 못한 일들이 발생해서 당황했고, 취재가 잘되면 기뻐했다. 사실에 어긋나지 않도록 한 문장, 한 문장 신중히 모니터에 타이핑해 기사를 썼다. 예정된 신문 발행일을 맞추기 위해 몇 날 며칠 밤을 새웠다. 기사 마감을 하는 주가 되면 거의 3일 이상 편집국의 불은 꺼질 줄 몰랐다. 밤이 되면 큰 건물에는 오직 영대신문 기자들만이 남아 마감을 준비하는 소리만 들린다. 타자기 소리와 종이 넘기는 소리, 글을 고치는 소리가 가득한 이곳에는 필자의 소중한 추억이 가득하다. 지금 바로 타자기를 두드리며 마지막 칼럼을 쓰는 오늘도 아마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입사한 그날부터 시작해 퇴임하는 날까지 하루하루가 즐거웠다고 말하진 못하지만, 특별했다고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또한 영대신문으로 이어진 소중한 인연과 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영대신문 기자’라는 이름을 공유하는 선배, 동기 그리고 후배들. 신문이 나오기까지 도움을 준 원장님, 부원장님, 행정실장님, 간사님, 편집 선생님. 또한 취재에 협조해 준 취재원들. 더불어 영대신문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준 독자들. 모두에게 이 자리를 빌려 고마움을 전한다. 2019년의 겨울날, 따뜻한 추억과 경험을 품고 이제 편집국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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