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끝나고
커피에 뜬 얼음처럼
허겁지겁 차가워지면 사람들 사라지고 없고
뭉개진 조개껍데기의 자리
해초의 이복형제 같은 쓰레기의 자리
묽고 더러운,
미지근하고 볼 장 다 본 모래의 자리
모두 내 것이다
퍼더버리고 앉지 못한다
깊은 자국을 남기는 삶은 내 것이 아니라고
발은 손사래친다 손은 발길질한다
그러나 방 한 칸 잡지 않고 이곳에 왔는데
내가 이곳에서 드러나버리면 어쩌나
우연히 입안으로 들어온 파도의 조각
사라졌다가 흔적도 없이 돌아오는 맛
여기저기, 쓰다
빠졌다가 빠져나온다
나란하지 않은 눈과
코, 라는 말처럼
날카롭게 부표가 되지 못한 코
사라진 사람들의 것처럼
제일 먼저 가라앉지 못한 입
쓸려가는 것 말끔해지는 것
내가 아무도 어디도 아니라는 것
모두 내 것이다
그 돌아오지 않는 모든 것들로
뒤돌아도 나를 바라볼 바다의 얼굴이 만들어진다
혼자 남은 귀가 뚫려 파도 소리가 들린다
이제 나는 넓고,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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