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회 천마문화상 - 심사평(소설)]
[49회 천마문화상 - 심사평(소설)]
  • 노상래 교수(국어국문학과)
  • 승인 2018.11.26 18: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9회 천마문화상 단편소설 부문에는 총 28편의 작품이 응모되었다. 이 작품 가운데 수상작을 선정하는 것은 만만찮았다. 28편이란 응모작 숫자만큼이나 소재와 문체도 다양했다. 대체적으로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사소설이 많긴 했지만, 모두가 그것으로 수렴되지는 않았다. SF와 판타지 요소를 접목한 작품들도 있었다. 사소설 경향의 작품들은 소재가 연애, 섹스, 임신, 출산, 팍팍한 삶, 아르바이트, 자취방, 자살, 가까운 이의 투병 및 사망, 이별과 재회, 애완동물 등으로 다양했다. 이에 더하여 CCTV를 통해 보는 관음증, 글과 소통의 문제에 대한 철학적 성찰, 영화평론가 소개 등의 소재도 있어서 다채로웠다.

 이 가운데 「꽃비」, 「리셋」, 「가락」, 「비행하는 밤」 4편을 두고 심사숙고하였다. 우열을 가려내기가 쉽지 않았다. 「꽃비」는 이차돈의 순교라는 역사적 소재를, 「리셋」은 목사인 아버지를 둘러싼 사랑과 불륜을 사이에 둔 인력(引力)과 척력(斥力)을, 「가락」은 발가락이 4개인 장애우를 키우는 엄마의 울분을 통해 이 사회의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을, 그리고 「비행하는 밤」은 소설가의 창작의 고뇌를 소재로 하여 거기에 어울리는 무늬로 스토리를 잘 채색하였다.

 특히 이들 네 작품은 매우 견고한 스토리의 구성력과 나무랄 데 없는 문장력을 겸비하여 잘 훈련된 글쓰기 로봇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 만큼 섬뜩했다. 그래서 우열을 가리기가 어려웠다. 소재의 참신함과 창작의 고뇌에 대한 진중한 고민이 드러난 작품을 찾으려 했다. 눈에 뜨인 작품이 「꽃비」와 「비행하는 밤」이었다. 그렇다고 「리셋」과 「가락」이 작품의 완결성에서 결코 뒤진다는 말은 아니다. 창작하는 이의 고뇌가 진지함을 높이 사 「비행하는 밤」을 대상으로 선정하기로 했다. 글 쓰는 것이 녹록치 않은 시대에 글쓰기의 미래에 여명이 있음을 네 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심사자로서는 행운이었다. 모두가 정진하여 내일의 한국소설이 흥성해지기를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