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YEUNGNAM GEOGRAPHIC - 시험 기간 생태계 보고서
[특집] YEUNGNAM GEOGRAPHIC - 시험 기간 생태계 보고서
  • 영대신문
  • 승인 2018.10.08 18: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YEUNGNAM GEORAPHIC

 우리 대학교에는 무수히 많은 생물이 어울려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생태계 속에는 개체 수는 적지만 과제와 학점을 통해 다수의 생물을 괴롭히는 생태계 지배자도 있으며, 이간질을 통해 무리를 와해시키는 생태계 교란종도 존재하죠. 또한 벚꽃 시즌, 축제 기간 등 시기에 따라서도 다양한 생물이 등장합니다. 특히 시험 기간에는 평소에는 잘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생물들을 볼 수 있습니다. 저희 ‘Yeungnam Geographic’팀은 시험 기간의 우리 대학교 생태계를 오랜 시간 관찰해왔습니다. 이 생태계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지금부터 시험 기간 생태계 보고서를 소개하겠습니다.

가방만(주 서식지: ?)

 ‘가방만’은 많은 생물이 노리는 도서관 열람실 좌석에 자신의 껍질인 책과 가방을 둠으로써 영역 표시를 하는 생물입니다. 이 생물은 시험 기간에 그 개체 수가 급격히 증가하며, 껍질을 다시 가지러 올 때를 제외하곤 나타나지 않는 습성을 갖고 있죠. 또한 열심히 공부하다가 잠깐 화장실에 간 듯 자연스럽게 책과 펜은 널브러뜨리는 능력이 굉장히 뛰어납니다. 그렇다 보니 유심히 지켜보지 않는 이상 ‘가방만’을 알아보긴 쉽지 않죠. 한편 다른 생물들은 가방만을 생태계에서 쫓아내기 위해 시간제한을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이 녀석은 시간 감각도 뛰어나 큰 효용은 없어 보이는군요.

쉬었다가(주 서식지: 도서관 열람실)

 ‘쉬었다가’는 공부를 하다가 페이스O, 유튜O 등 스마트폰을 이용해 다른 짓을 하는 생물입니다. 이 생물은 SNS에 업로드되는 게시물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댓글을 다는 습성을 갖고 있습니다. 더 확인할 게시물이 없으면 뉴스를 읽거나 옛날 사진을 보기도 하죠. 또한 ‘쉬었다가’는 정각을 좋아하는 재밌는 습성을 갖고 있습니다. 정각까지만 쉬겠다고 다짐하지만 정확히 정각을 맞추지 않는 이상 행위를 멈추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잠이 오면 ‘공부는 내일부터’란 울음소리를 내며 집으로 돌아가죠. 다음날이 되면 어제의 일을 후회하지만 습성을 버리진 못하는 생물입니다.

달칵덜덜이(주 서식지: 도서관 열람실)

 ‘달칵덜덜이’는 이들이 내는 소리로 인해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 생물은 다리를 떨어 ‘덜덜’ 소리를 내거나 볼펜을 눌렀다 빼기를 반복해 ‘달칵’ 소리를 내는 것으로 악명 높습니다. 이 소리는 상당한 거리를 두지 않는 이상 피하기 힘듭니다. 정말 다른 생물들을 괴롭히는데 특화된 녀석들이죠. 그렇기 때문에 다른 생물들은 ‘달칵덜덜이’에게 따가운 시선을 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눈치는 없는 생물이라 자신이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죠. 아무래도 ‘달칵덜덜이’는 이 생태계에서 공생하긴 힘들 것 같네요.

같이할까(주 서식지: 학회실, 동아리방 등)

 ‘같이할까’는 학부(과) 및 동아리의 동기, 선·후배를 막론하고 다 같이 모여 공부를 하는 생물입니다. 학회실이나 동아리방에 모인 무리 중 한 생물이 “우리 좀 배고프지 않아?”라고 말하네요. 그러자 생물들은 먹고 싶은 음식에 대해 토론하고, 배달의민O을 통해 주문합니다. 도착한 배달음식을 음식을 실컷 먹고 난 후, 공부를 더 하기 싫어진 생물이 “피곤하니 오늘은 이쯤 해야겠다”고 말합니다. 그러면 생물들이 “나도”라고 대답하며 짐을 쌉니다. 이 생물들의 공부는 그렇게 끝이 나는 거죠.

공부랑커피랑(주 서식지: 카페)

 ‘공부랑커피랑’은 말 그대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공부하는 생물입니다. 이 생물은 조용한 열람실보다 비교적 시끄러운 카페에서 공부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요즘 이 생물의 개체 수가 증가하고 있어, 우리 대학교 일부 카페는 이른 시간에도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죠. 또한 대부분의 이 생물은 노트북, 이어폰, 전공 서적, 커피 한 잔을 갖고 있습니다. 더불어 여러 테이블을 차지하는 유형, 근처 콘센트를 모두 장악하는 유형 등 세상에는 다양한 습성을 가진 ‘공부랑커피랑’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부지런히(주 서식지: 도서관 열람실)

 ‘부지런히’는 시험 기간에 열심히 공부만 하는 생물로, 이 생태계에서는 굉장히 귀한 천연기념물입니다. 이 생물의 경우, 다른 생물들보다 일찍 도서관 열람실 서식을 준비한 후 공부를 시작합니다. 되새김질하듯 전공 서적이나 필기 공책에 있는 내용을 반복해서 살펴보고, 교수님을 찾아가 질문도 하는 등 오로지 시험을 위해 살아가죠. ‘부지런히’는 꾸준히 공부한 후 ‘과탑’이나 ‘전 과목 에이플러스’라는 생물로 진화합니다. 더 나아가 ‘성적 장학금’이라는 달콤한 꿀을 얻기도 하죠. 다른 생물들은 이 생물을 본받고자 하지만 본래 습성을 버리지 못해 실패하기 일쑤입니다.

한번만(주 서식지: 복사실)

 ‘한번만’은 선배나 동기에게 족보 혹은 필기 공책을 얻어 좋은 성적을 얻으려 하는 아주 질 나쁜 생물입니다. 이들은 평소엔 공부하지 않다가 시험 기간만 되면 친분을 과시하는 습성을 갖고 있죠. 생태계 내 복사실 인근에선 ‘한번만’이 먹이를 사냥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주로 간식과 음료를 이용해 마음 약한 초식 생물을 사냥하죠. ‘한번만’은 과거엔 손으로 필기를 베끼는 노력을 했지만, 최근엔 복사기를 이용해 날로 먹는 모습을 보입니다. 만약 이들을 마주친다면 자신이 갖고 있는 시험 자료나 필기한 공책을 뺏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쏘아다녀(주 서식지: 캠퍼스)

 ‘쏘아다녀’는 공부를 하다가 머리를 식힌다는 이유로 여기저기 쏘아다니는 생물입니다. 이 생물은 활동 능력이 굉장히 뛰어나 상당히 넓은 캠퍼스를 돌아다녀도 지치지 않습니다. ‘쏘아다녀’는 걸어 다닐 때 요점 정리를 한 프린트물을 들고 다니는 습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공부를 하겠다는 의지와 달리 부채 혹은 깔개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죠. 가끔 이 생물이 활동을 멈추는 때도 있습니다. 바로 고양이를 발견했을 때죠. 고양이에게 마음을 빼앗긴 이 생물은 한자리에 머물며 ‘집사’로 진화하기도 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