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사각]말도 탈도 많은 방폐장 투표. 좀 더 성숙한 선거문화 정착되길
[삼각사각]말도 탈도 많은 방폐장 투표. 좀 더 성숙한 선거문화 정착되길
  • 김준필 기자
  • 승인 2007.06.04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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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필 기자
지난 한 주 동안 포항, 경주, 영덕을 비롯한 경북지역과 군산지역의 방사성 폐기물 저장고(이하 방폐장) 유치 주민투표가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지난 2일 투표결과 경주가 90%대의 압도적인 찬성율로 방폐장 부지로 선정됨으로써, 20여년 가까이 표류해 온 방폐장 부지 선정이 마무리 됐다. 하지만 부지 선정과 관련해서 그동안 부정선거 의혹과 지역이기주의, 주민 갈등 등의 많은 문제점들이 나타났다.
이러한 갈등은 한 가지 사안들에 대해 어느 지역에서나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도 서로간의 원색적인 비방이 눈에 띄어 우리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것이 아쉬웠다.
지난 2003년 부안 지역에서는 방폐장 유치와 관련하여 주민들간의 불신과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았었다. 부안 주민들의 갈등은 결국 폭력사태를 가져왔으며, 급기야는 부안 군수가 주민들이 휘두른 폭력으로 입원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흔히 말하는 ‘부안사태’ 이후 부안 주민들간에는 아직 감정의 골이 치유되지 않고 있으며, 이번 방폐장 유치 결정 주민투표를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는 부안의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부안사태’를 보며 안타까워했을 이번 유치 후보 도시의 주민들이 ‘부안사태’를 재연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니 우리로서는 답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이번에도 유치신청 지역 주민들 사이에 갈등이 노출되었다. 부안의 폭력사태까지는 아니더라도, 경주에서는 “반대하는 측은 군산의 앞잡이”, 군산에서는 “배터진 경상도 지금도 배고프냐?” 등의 지역 갈등을 부추기고 주민들 상호간의 갈등을 증폭시킬만한 문구들이 등장했다고 한다.
자신들의 의견을 주장하는 것은 좋지만, 자신들의 주장의 합리화가 아닌 상대방을 깍아내리는 원색적인 비하의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그런 저질적인 비하는 많은 주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번 주민투표는 방폐장 유치를 놓고 주민들의 투표를 통해 가장 높은 찬성율을 기록한 지역을 선정하는 방식을 도입, 비교적 민주적인 방법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부재자 투표 조작설과 원색적인 비방은 기존의 선거가 보여준 고질병을 그대로 답습했다.
이로 인해 지역간의 갈등이 다시 부각되었으며 주민들 사이에도 갈등이 일었다. 이번 선거제도는 민주주의하에서의 의제결정의 참된 방향을 보여 주었지만, 사람들의 민주주의 의식은 아직 부족한 듯하다. 이 기회를 통해 우리는 다시 한 번 뒤돌아 반성하면서 우리의 뒤떨어진 민주주의 의식을 향상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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