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 한자루]뿌리깊은 나무처럼
[붓 한자루]뿌리깊은 나무처럼
  • 편집국
  • 승인 2007.06.01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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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는 학생홍보요원 선발을 위한 공개 오디션을 참관해서 보았고, 오늘은 수시2학기 신입생 선발을 위한 예체능계열 지원자들의 실기고사를 진행 중에 있다. 사람을 선발하고, 시험을 치르는 것은 어쨌든 당사자로서는 가슴 떨리고 긴장되는 순간이다. 오디션이든, 실기고사든 대기중인 학생들이 보여주는 모습들은 아주 다양하다.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는 학생, 자료를 보면서 뇌리에 각인을 시키려는 듯 읖조리고 또 읖조리는 학생, 떨리는 손을 꼭 마주잡고 있는 학생, 누구나 시험 앞에서는 자신감보다는 걱정이 앞서지 않나 생각한다.
요즘 우리대학의 학생들을 보면 한편으로는 안타깝고, 또 한편으로는 걱정도 많이 들게 된다. 분명 대학 4년간의 결실로 취직 또는 진학을 하게 되는데, 그 취직이라는 것이 너무나 힘든 현실이 되어버렸다. 신입 직원을 뽑기는커녕 얼마전 KT의 경우처럼 명예퇴직, 조기퇴직 신청을 접수받은 결과 그 인원이 5500여명이 된다고 하니 우리 경제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태풍 매미가 얼마전 우리나라를 할퀴고 갔다. 다른 지역은 말할 것도 없고, 큰 피해는 아니지만 우리대학도 150여그루에 해당하는 크고 작은 나무들이 쓰러져 드넓은 캠퍼스의 아름다운 조경에 약간의 생채기가 났다. 물론 이번 태풍이 너무 강력하고 바람이 거셌기 때문이지만, 그 쓰러진 나무들의 공통점은 뿌리가 땅속 깊숙이 활착을 하지 못하여 태풍을 견디지 못한 것이라 한다. 주위분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문득 용비어천가의 한 구절이 떠 올랐다. ‘뿌리가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아니하므로, 꽃이 좋고 열매가 많이 열린다. 원천이 깊은 물은 가뭄에 끊이지 아니하므로, 시내를 이루어 바다로 흘러간다.’
막막한 현실에 대한 불안과 함께 자신의 미래를 위해 준비한다는 것이 얼마나 고달프고 많은 인내를 요구하는지 알고 있다. 지금 우리 재학생들도 지금 여기 이순간의 소중함을 생각하며 비록 현실이 답답할지라도 최선을 다해주었으면 한다. 시대 타령과 현실 도피에 안주하다 정작 4년이 끝나갈 즈음 동분서주하며 준비하기 보다는, 인생에 최소한 세 번은 기회가 온다고 하지 않는가. 그 기회가 왔을 때 바로 잡을 수 있는 뿌리깊은 나무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고, 자신을 닦아나가길 부탁드려본다.
너무 상투적인 말을 또 했지 않나 싶지만, 어떻든 이번 졸업생들과 재학생들의 건승을 기원한다. 우리 모두 화이팅!
김만석(입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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