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배운다는 것
[유레카]배운다는 것
  • 편집국
  • 승인 2007.06.0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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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論語)』「위정(爲政)」편에 “배우고 생각하지 않으면 헛되며, 생각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많이 배우더라도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 무지나 다름없고 참다운 지식이 되지 않는다. 또 설령 자신이 생각하고 있더라도 배우지 않으면 그 사람 혹은 그 집단의 행동이 위험하다는 것이다. 어떠한 상황에서 공자가 제자들에게 그렇게 말했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지금 우리들로서는 숙고해 볼 문제이다.
우선 ‘배운다’는 것은 무엇인가? 공자는 기원전 6세기로부터 5세기에 걸쳐 활동한 인물이다. 그가 배운다라고 말했을 때의 대상은 그 자신이 편찬했다고 전하는 중국의 고전이었다. 이들 책이 여섯 권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육경(六經)’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을 중심으로 삼아 고대 중국의 지혜를 아는 것이 배우는 것이었다. 육경은 역(易), 서(書), 시(詩), 춘추(春秋), 예기(禮記), 악(樂)으로 구성되어 있다. 역경은 우주 전체가 어떠한 구조로 움직이고 있는가를 설명한 일종의 자연철학과 같다. 고대 중국의 철학은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는 사고를 기반으로 삼았다. 서경은 고대사이다. 절반은 철학적인 내용으로 고대 중국의 주(周)나라 시대까지의 역사를 서술하고 있다. 춘추는 바로 공자가 살았던 시대의 역사이기 때문에 요즈음 말하는 근현대사 같은 것이다. 여섯 가운데 둘이 역사서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역사가 매우 중요하게 생각되었다. 시경은 고대 중국의 일종의 시가집이다. 고대 중국의 노래, 민요, 시의 집성이라고 보면 된다. 예기는 예의 이론과 실제를 논한 책이다. 악은 물론 음악을 가리키는데, 넓은 의미의 예술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공자가 배운다고 말했을 때에는 구체적으로 이러한 것들을 대상으로 하여 배우라고 하는 것이었다. 오늘날 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물론 육경이 아니다. 그렇지만 배운다고 하는 것의 의미는 기본적으로 공자 시대와 다르지 않다. 여태까지 축적되어 온 문화와 지혜, 전통과 유산을 배운다는 것이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우리는 무엇을 배우고 있는가?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의 대부분은 이미 만들어진 일종의 ‘체계’, 즉 주어진 지식이다. 그것은 널리 사회가 인정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개인의 주관과는 관계없는 객관적인 체계이다. 이처럼 배운다는 것은 역사와 세계에 대한 객관적인 지식을 획득하는 것이다.
그런데 공자는 이에 덧붙여 “생각하지 않으면 헛되다”라고 말한다. 그러면 생각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배우는 것과 생각하는 것은 어떠한 관계를 갖는가? 우리들은 각자가 무엇인가를 “이것이 문제이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자신의 머릿속에서 생각하고 그 해결책을 구하려고 할 때, 실제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 지식을 배운다. 단지 거기에 있는 것을 배우는 것이 아니다. 교사가 가르쳐주기 때문에 배우는 것이 아니다. “이것이 문제다”라고 느끼는 것을 우리는 ‘문제의식’이라고 말한다. 어떤 문제의식이 자기 자신 속에 있고 거기에 대해 숙고하는 것, 이것이 ‘생각하는 것’이다. 그것은 누군가로부터 주어진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부에서 나온 것이다. 이 의식화된 문제가 자신 속에 있다는 것이 바로 배우는 것의 동기가 된다. 생각하는 것과 배우는 것은 이러한 관계에 있다.
배우는 것이 객관적인 사실이라고 한다면, 생각하는 것은 주관적인 가능성의 문제이다.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미래의 가능성이며, 그런 의미에서 아직 풀리지 않고 있는 셈이다. 생각하는 것은 문제성의 의식화이다. 이것이 없으면 진정한 의미에서 이해한 것이 아니다. 자신이 문제를 갖고 있지 않고서 이야기를 단지 듣는 것만으로는 그 지식은 그냥 흘러 지나가고 만다. 그러나 문제의식만 있고 지식이 없으면 이것 또한 위태롭다. 여기에서 위태롭다고 하는 말은 어떠한 일을 하고자 할 때 잘 생각하지 않고 돌진하여 터무니없는 결과를 초래하는 일이 있음을 가리킨다. 요즈음 우리 사회에서 이따금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민주식 교수 (조형대 미술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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