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학의 상업화를 경계한다
[사설]대학의 상업화를 경계한다
  • 편집국
  • 승인 2007.06.01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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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여 년 동안 전 세계에 강타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의 광풍이 최근 들어 교육 분야에까지 몰아닥치고 있다. 경쟁력을 갖지 못한 모든 것은 시장에서 도태되어야 한다는 논리가 대학의 교육과 연구 분야에서도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교육부는 지난 김대중 정권 이래로 “효율과 경쟁”을 강조하며 대학에 시장논리를 도입하는 정책을 펴 왔다. BK21, 국립대 발전계획안, 학부제 등을 통해 기초학문을 붕괴시키며 학문과 대학의 서열화를 조장하고 교육예산을 감소시키는 대신 등록금 인상으로 학생들의 부담을 증가시켰다. 또한 사립학교법 개악, 교수 계약제 실시 등을 통해 학문의 자율성과 안정성을 파괴시켰다. 최근에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산업교육진흥법개정안이나 교육시장 개방도 대학을 영리를 추구하는 집단으로 만들어 무한경쟁을 유도하겠다는 발상에서 나온 것이다.
이러한 정책은 대학을 상품이 될 수 있는 지식만을 파는 가게로 전락시킨다. 각 대학은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등록금을 인상해야 하고 실용성이 없는 전공은 폐지해야 하며 교수 수는 줄이고 돈이 될만한 사업을 찾는데 혈안이 되어야 한다. 이제 대학의 존재 목적은 실용적 지식을 상품화해 더 많은 돈을 버는 것이 된다.
대학의 원래 임무는 교육과 연구이다. 대학은 기업이 단기간 소모하다 버릴 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산하는 곳이 아니라 주체적 사고능력과 비판능력을 갖춘 온전한 인격체를 길러내는 곳이다. 또한 대학은 단순히 기존 지식을 전수하는 곳이 아니라 기존 지식을 비판하고 재검토하며 모든 학문을 균형적으로 발전시킴으로써 사회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곳이다. 따라서 대학에서는 가장 기초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방식으로 교육과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교육과 연구의 성과는 모든 이가 공유할 수 있도록 공개되어야 한다.
대학의 교육과 연구가 갖는 이러한 공공성은 시장논리에 의해 훼손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대학을 이윤창출이라는 잣대로 평가하며 적자생존을 강요한다면 대학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임시직 노동력을 제공하고 자본을 증식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실용적 지식을 생산하는 하청공장이 되고 말 것이다. 교수, 학생 간의 인간적 접촉을 통한 내실 있는 교육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대형강의와 사이버강의의 확대는 기업이 단기간 소모할 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산하는 도구로 기능한다.
시대의 변화와 더불어 대학도 변해야 하고 사회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합리적인 대학 경영은 더 좋은 교육과 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줄 것이며 대학 간의 경쟁은 교육의 질적 향상과 학문의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자본의 논리에 입각한 무한경쟁의 강요는 대학을 단순한 돈버는 기계로 만들면서 대학을 황폐화시키고 기초 학문을 죽인다. 이것이 끼치는 해악은 고스란히 학생과 사회에게 돌아갈 것이다.
대학의 자율성과 안정성을 주장하는 것은 대학을 상아탑의 무풍지대로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대학은 일정한 제도적 보호 장치 속에서 자율적으로 운영될 때 항상 역동적인 도전과 비판의 공간이 될 수 있다. 눈앞에 보이는 실용성이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은 대학의 공공성을 포기하는 것이다. 대학은 기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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