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총련 합법화와 논의에 부쳐
[사설]한총련 합법화와 논의에 부쳐
  • 편집국
  • 승인 2007.05.25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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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총련 합법화의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다가 유야무야 되고 있다. 최근 대법원의 판결과 5.18 기념식장의 시위로 말미암아 한총련의 이적성과 불법성에 대한 여론이 만만치 않은 까닭이다. 그러나 한총련의 상황이 이대로 계속된다는 것은 모두의 불행이다. 우리나라의 가장 큰 대학생 연합 단체가 ‘친북 이적단체’라면, 대학생들의 자율성의 수준이 그 정도밖에 안 된단 말인가? 또 그 많은 학생들이 우리의 체제에 반대하고 적대 진영을 동경한다니,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과연 성공한 체제라고 할 수 있는가? 나아가 대학은 계속 이적분자들을 양산해내고 있으니, 그 교육은 또한 무엇이란 말인가?
한총련을 여전히 이적단체로 범죄시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우선 요즈음 대학은 탈이념화 된 지 오래다. 취업전선은 이미 대학 깊숙이 육박해 왔으며, 이념의 선명성은 생활의 실용성에 이미 그 빛이 바래버렸다. 무엇보다 현재 대학문화는 개성과 자유라는 자유주의의 덕목을 그 뿌리에서부터 체득하였다. 한총련의 집단주의적 이념이 자유주의를 함몰시킬 것이라는 우려는 이제 사소한 기우에 불과하게 되었다. 도리어 자유주의의 다원성을 지키기 위해서 한총련의 주의주장을 보존해야 한다는 얘기가 더 그럴 듯해 보인다. 요컨대 한총련의 이적성 문제는 대학문화에 그저 맡겨 놓으면 될 것이다.
최근에 나온 대법원의 판결은 그런 점에서 심히 유감이다. 주요 간부들의 주관적 성향으로 단체의 객관적 위험성을 판단하는 것은 민주적 법치국가의 형법원리에 반한다. 범죄자의 본질이 바뀌지 않았으므로 범죄행위가 없어도 여전히 범죄자라고 하는 것은 종교재판 시절의 논법이다. 과도한 간섭과 불필요한 강제는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따름이다. 이런 점에서 한총련에 대하여 수배해제 등 전향적 조치를 고려하였던 법무부의 입장이야말로 헌법정신에 부합하는 것이었다. 그것이 다시 지난 광주 5.18기념식에서의 문제로 인해 원점으로 돌아갔으니 안타깝다. 그러나 그 사태는 ‘난동’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며, 아직 그 실체적 진실이 다 밝혀지지 않았으므로 불필요한 예단은 삼갈 일이다.
얼마 전에 새로 출범한 제11기 한총련은 합법성의 획득을 주요한 과제로 인식하고 있으며, 스스로 ‘광장(廣場)’으로 진출하려는 용기를 보이고 있다. 그것은 학생이 본디 갖추어야 하는 겸허하고도 개방적인 자세의 회복을 뜻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다만 경계하여야 할 일이 있다. 합법성이라고 하여 단지 정부에 의하여 형식적인 증명을 얻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그것은 일종의 고식지계(姑息之計)로서 비웃음을 살뿐이다. 합법성을 주문하기 이전에, 그 동안 한총련이 어째서 학생대중으로부터 유리된 비의(秘儀)집단처럼 인식되었는지에 대한 분명한 성찰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 연후 학생운동이 공명정대하게 나아갈 길을 가다듬을 일이다. 합법성은 다만 그 결과로 주어질 뿐이지, 그것을 목표로 해서 될 일은 아니다. 폐쇄적이고 내향적이었던 한총련이 이제 ‘광장’에 나서는 것은 환영할 일이나, 그것이 단지 이벤트 식의 행사에 그쳐서는 안될 것이다. 대학문화 본연의 발랄하고도 진지한 의사소통의 장에서 한총련의 면모가 일신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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