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엄마 사랑하는거 알지?"
"나…엄마 사랑하는거 알지?"
  • 오해창 기자
  • 승인 2007.05.25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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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지하철 참사 추모 만화전]만화로 보는 2월 18일
지난 2월 18일. 그날 우리에겐 악몽 같은 대구 지하철 참사가 일어났다. 기도를 조여 오는 연기 속에서 사람들이 하나 둘 어둠 저편으로 빠져 다시는 나오지 못했던 그 끔찍했던 순간이 어느덧 100일을 맞았다. 참사가 일어난 지 100일이 되는 지난 28일 오전9시 53분, 대구지하철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설치된 대구시민회관에는 유가족·시민 2백여명이 모인 가운데 추모식이 진행됐다.
또한 추모제를 기념하기 위해 참사에 대한 여러 기억을 보여주는 시사만화전과 100일 전의 생생한 현장 사진과 영상물이 담겨진 사진·영상전이 열렸다.
참언론 대구시민연대가 주관하는 ‘대구 지하철 참사 추모 시사만화전’은 전국시사만화작가회의 소속 작가들이 직접 그린 작품으로 총 40여점을 선보였다. 이번 시사만화전을 개최한 참여연대의 허미옥 사무국장은 “지하철 참사 100일을 맞아 추모하는 행사로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전국시사만화작가회의 도움으로 시사만화전을 열게 됐다”며 개최계기를 밝혔다. 이날 출품된 만화들은 ‘만평’형식으로 그린 것으로서 대체로 그 사건의 현장 묘사와 정부와 대구시의 안일한 대책에 대한 풍자, 목숨을 잃기 전에 말한 따뜻한 사랑의 한마디 등의 내용을 전하고 있다.
이번 시사만화전의 포스터로 선정된 서민호 화백의 그림에서 어지러운 지하철 속에 한 소녀가 죽은 이들을 따라 들어가며 “나… 엄마 사랑하는거 알지?”라는 글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만든다. 그리고 장봉군 화백의 작품에서 지하철 안에 널브러진 휴대폰에 나오는 사랑한다는, 살아야 된다는 글귀 또한 사고 현장의 아픈 모습을 실감하게 표현해 주었다. 한편에서 죽은 이들의 아픔을 그림으로 표현했다면 다른 한편에서는 1백일 전에 일어난 지하철 참사를 잊고 월드컵 1주년 행사에만 들떠있는 시민들의 무관심을 풍자적으로 표현했고, 고위층 간부들의 무관심한 모습을 비판한 만화 등은 지하철 참사에 대해 무관심해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주고 있다.
또, 시민들의 안전불감증에 대한 풍자와 냄비 안전대책에 대한 질책,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는 참사의 진실 등을 묘사한 백무현, 박순찬 화백들의 만화도 눈길을 끈다.
시사만화전을 관람하던 우리대학 이주연양(영문2)은 “처음에는 이렇게 참혹했었는지 몰랐다. 작가들이 사회를 보는 눈(표현과 풍자)을 통해 그때 상황이 다시 상기가 되고 치열한 삶과 고통이 느껴진다”고 관람 소감을 밝혔다. 그리고 대구시민인 최진영씨도 “자신들의 최소한의 도덕만 지켜졌으면 이런 일이 안 일어났을 텐데 매우 안타깝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이번 달 15일까지 계속되는 시사만화전. 만화를 통해 대구 지하철 참사를 바라본다는 취지에서 시민들에게 신선한 시각을 열어주는 좋은 계기가 되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만화를 통해 다시 한번 안전불감증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고 무관심한 시민들과 이기적인 고위층 인사들의 잘못된 모습을 느끼게 해준다. U대회 개최 등 세계로 도약하려는 대구시. 100일전의 참혹한 대구의 모습을 떨치고 새로운 모습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대구시가 유가족들이 요구하는 합동 분향소 설치와 합동 장례식 거행, 추모공원 조성 등 그들의 의견에 대해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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