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담회]대학문화의 새로운 활로를 찾아서
[간담회]대학문화의 새로운 활로를 찾아서
  • 배한율 기자
  • 승인 2007.05.18 1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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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의 변화와 다양한 접근 방법 필요

지난 26일 경북대학교에서 '대학문화의 새로운 활로를 찾아서'라는 주제로 간담회를 개최했다. 패널로는 김현식 문화비평가, 조진석 시민정치대안 대표, 이준성 경북대 학교 동아리 연합회장이 참석했으며, 사회는 배한율 영대신문 문화부장이 맡았다.


문화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
끊임없는 탐구와 고민 요구


사회자(이하 사): 우선 패널들이 생각하는 대학문화의 의미와 개념, 현재 대학문화 위기에 대한 인식은 어떠한가?

이준성(이하 이): ‘대학문화가 위기인가’라고 했을 때 여러 기준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다. 대학문화는 위기라기 보다 몇 년간 급속히 변화했다고 보여진다. 예전부터 존속해오던 과·동아리 공동체 문화가 대학의 전부는 아니지만 대학문화를 대표하던 문화였다. 이러한 대학문화들이 와해되기도 하고, 새로 생겨나기도 했다. 예를 들어 동아리를 살펴보면 과거에는 사회를 비판하거나, 토론하는 동아리가 많았는데 지금은 취업 또는 발명 동아리 등이 생겨나는 추세이다.
과거와 현재 대학문화에 차이가 있다면 예전 대학문화는 사회를 주도하려는 대학생들의 몸부림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 대학생들은 대부분 사회를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에 끌려가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80년대 대학생들이 정치·사회에 관심이 많았다면, 요즘 학생들은 취업이나 학점에 관심이 많다는 것 또한 다른 점이겠다.
김헌식(이하 김): 우선 대학문화가 위기가 아니었던 적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87년 이후 한번도 위기가 아니었던 적은 없는 것이다. 예전부터 지금까지 항상 대학문화가 위기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교수들 중에 강의를 하다 말고 학생들을 바라보며 한탄하면서 얘기하는 것을 가끔 볼 수 있다. ‘우리 때에는 안 그랬는데, 요즘 애들은 왜 그러냐’면서 공동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식의 비판, 개인주의와 상업주의에 물들었다는 비판을 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사회문제에 대한 비판과 반대 토론에 참가하는 등 사회 사안에 대해 직접 참여했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그리고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보다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했다고 말한다. 이처럼 80년대에 대학에서 사회 비판적인 활동을 많이 해온 사람들에게는 현재의 대학문화, 나아가 대학이 위기라고 느껴질 것이다. 그렇다면 그 시대의 사람들이 지금의 학생들 보다 더욱 도덕적이기 때문에 나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한 것일까?
우리는 80년대를 기준으로 대학문화를 바라보는 경향이 너무 크다. 그러다 보니 대학 안에 있었던 어떠한 문화 담론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말았다. 80년대를 기준으로 바라보게 되면 그 후 세대들의 대학문화는 모든 것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그렇게 됨에 따라 대학문화 위기라는 얘기가 끊임없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또한 현재 우려하고 있는 본질적인 부분은 ‘대학문화’가 아니라 ‘대학생문화’이다. ‘대학문화’는 대학이라는 공간 내지 제도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어 그 틀 안에서 만들어진다. 하지만 ‘대학생문화’는 끊임없이 흐르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학문화 위기는 그 속에서 문화를 이끌어 가는 주체들의 위기라고 생각한다.
사: 새로운 시대에 맞춰서 새로운 시각으로 대학문화를 평가해야하며, 대학문화 자체의 위기가 아니라 대학문화를 이끌어 가는 대학생, 주체들의 위기라고 정리 할 수 있겠다.
조진석(이하 조): 문화(Culture)라는 것은 ‘무엇을 만들어내다’, ‘경작하다’라는 개념에서 나온 단어다. 즉, 문화는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창조력이 있거나, 새로운 특별한 것이 있어야한다는 얘기다. 이렇게 볼 때 ‘대학 내에 이러한 것이 있는가?’하는 의문이 든다. 예를 들어 대동제에서 조차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문화라는 것은 단지 일상생활의 삶을 따름이지 무엇을 만들어 내는 개념이 없어진 것이 문제다.

사: 대학문화를 논하기 이전에 대학의 역할에 대해 짚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예전에 비해 대학의 역할이 단지 취업 등을 위한 관문 정도로 생각하는 데에 문제가 많다. 이 시점에서 대학의 의미와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김: 지금 대학문화 자체에 대한 기대치가 과거에 근거하고 있다. 대학의 위상과 역할도 같은 듯 하다. 과거 대학생들이 소수이고, 사회적 위상이 높을 때를 기준으로 지금의 대학을 평가하고 더욱 큰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지식인 개념의 대학이 아니라 젊은 층의 90%가 대학생이라 할 정도로 일반 대중의 대학으로 변했다. 이러한 상태에서 예전과 똑같거나 좀 더 특별한 대학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까? 지적하고 싶은 것은 예전에 정치·사회 인식이 높았던 것은 사회의 모순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는 청년 실업, 저 성장 문제 등 경제 모순 구조가 대학 사회를 통해 반영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 정치·사회에 대한 인식에서 새롭게 바뀐 사회문제 차원에서의 대학 의미와 역할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조: 7, 80년대 대학에는 최소한 비판력이 있었다. 대학 내부가 아니더라도 사회에 대한 비판력이 존재했었다. 지금은 이러한 ‘사회 또는 대학에 대한 비판력이 있느냐’하는 의문이 생긴다. 그리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고, 창조할 수 있는 힘이 있는가를 따져 볼 때 이러한 힘은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현재 대학에서는 창조력이 상실 됐지만 이를 회복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면 소수의 담론일지라도 의미 있는 일이지 않을까?
이: 예를 들어 독도 문제를 통해 보자. 이는 과거에도, 지금도 존재하는 똑같은 문제다. 하지만 과거에는 독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손가락을 자르기도 하는 등 사람들의 참여가 대단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현재에도 이러한 독도 문제를 가지고 대학생들에게 호소해 봤다. 대동제에서도 독도 문제를 다루어 보려고 했지만 학우들의 공감을 얻어 내지 못했다. 이처럼 똑같은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예전에는 그 문제를 깨뜨리고 해결하려 했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와 다르게 사회 문제가 자신과 직접적 연관이 없다고 여겨지면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동아리 생활에서 이러한 문제점은 여실히 드러난다. 동아리에서 무언가를 배우고 나면,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요즘 대학생들은 그런 생각 보다 단지 즐기려고만 하는 경향이 크다. 새롭게 창조하려 하지 않을 뿐더러, 자신의 일이 아니면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과거보다 현재 대학 사회는 많은 위기에 부딪혀 있다.

사: 지금까지 대학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 알아보았다. 지금부터는 대학문화 문제 몇 가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려 한다. 우선 ‘공동체 문화’에 대해 토론해보자. 과거에는 공동체 문화가 크게 자리잡고 있었지만 요즘 개인주의로 인해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과거에도 개인주의 문화는 있었을 것이다. 유독 지금 개인주의가 문제화되고 있는 이유, 개인주의 문화의 특성에는 어떤 것이 있나?

김: 대학 내 개인주의적인 부분과 대중문화의 침투 문제 등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왔다. 대학의 개인주의 문화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한번 바라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사이버 외교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반크의 경우 활동하는 사람 중에 대학생들도 굉장히 많다. 즉, 대학이라는 공간을 넘어 다른 사람들을 위해 활동하는 학생들도 많다는 얘기다. 대학 안에서만 공동체 문화를 찾기 보다 영역을 좀더 넓힌다면 대학생들의 공동체 문화를 찾을 가능성은 높아진다.
조: 우선 개인적이라는 것을 너무 부정시 여기는 것 같다. 변화의 첫 출발은 개인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집단에서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은 짜여진 틀 속에서만 변화하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좀 더 새롭게 변화하려면 개인의 힘이 필요한 것이다. 개인적이라는 의미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것에 있어서는 일정부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김: 동아리 문화(공동체문화)가 없다고 했는데... 동아리나 과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나 생각해 봐야한다. 분명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 개인주의도 소중하다. 물론 이기주의와는 다른 입장에서 말이다. 80년대는 응집력 있던 세대였기에 개인주의가 나타나지 않았었다. 동아리나 과문화는 전체주의, 선·후배관계에서의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이러한 동아리 자체의 문제를 얘기하지 않고 대학문화 위기를 논하는 것은 비약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우선 물질적으로 봤을 때도 사회가 많이 발달했다. 교육 자체도 과거보다 개인주의에 치우치고 있다. 예를 들어 ‘뷰티풀마인드’라는 영화를 보면 이런 얘기가 나온다. ‘개인의 발달이 사회의 발달을 이룩할 수 있는가?, 아니면 사회의 발달이 개인의 발달을 이룩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이 나온다. 현재 사회 교육은 개인의 발달이 사회의 발달로 이어진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그러다 보니 개인주의에 치우치게 되는 것이다.
한편, 요즘 과와 동아리의 공동체가 붕괴되고 있는 것은 그것들이 사회의 발달과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이 부족하다. 사람들이 공동체 문화를 지향한다고 하면서 만든 것이 동호회 성격의 모임이다. 이 모임은 개인에게 이익이 되는 부분에서만 활동하며, 개인의 자유가 철저히 보장되는 한도에서 만들어졌다. 이는 공동체 문화를 지향한다고 하지만 실제 철저한 개인 이익 속에 만들어진 집단인 것이다.

사: 대학 내 토론문화가 과거 오프라인 방식과 다르게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되고 있다. 현재 대학 내 토론문화의 장점과 우려 점은 어떠한 것들이 있는가?

김: 기존에는 사회·정치적 문제에 대해 굉장히 많은 토론이 이루어졌다. 어쩌면 그러한 토론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대학 뿐이었을 수도 있다. 또한 이런 토론문화의 매체수단이 바로 대자보문화였다.
하지만 요즘에는 온라인이 발달하면서 엄청난 변화가 생겨났다. 인터넷상의 토론방에 가면 누가 누구인지 몰라도 토론을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대학 내에서 배운 것들을 대학생들이 인터넷 상에서 어떻게 펼쳐 나가나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온라인 상에 댓글문화, 토론문화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이곳에서 활동하는 사람들 중에 대학생들도 많다. 이러한 상황을 본다면 표출 방식이 바뀌었지만 대학의 토론문화는 나름대로 제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조: 자신이 생각 할 수 있는 시간을 얼마나 확보 할 수 있는가가 토론문화를 형성하는데 중요하다. 요즘에는 책을 본다든지, 다른 사람과 얘기하는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예전과 같은 토론문화는 기대하기 힘들다.
이: 요즘 대학 내에는 학생들간에 의사소통 할 수 있는 방법이 너무 적다. 홈페이지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오히려 대자보가 필요하다. 대자보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온라인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의 대자보에 대한 인식이 변해서 요즘에는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온라인도 100%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에서 대자보 역시 줄어들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조: 대자보도 중요하지만 말을 걸거나 대화 할 수 있는 공간과 조건이 너무 부족하다. 학생들간의 대화 연습도 있어야 한다.
한편 요즘 대학생들은 대화를 하다 말이 안 통하면 그냥 대화를 끊어 버리는 방식이 있다.
예전에는 싫다 하더라도 다시 한번 보거나, 다른 대화방식을 찾았는데 요즘엔 사람간의 관계가 경박해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지속적이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생각을 축적하고 대화를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 마지막으로 앞에서 말한 대학문화 문제를 종합 해 봤을 때, 앞으로 대학문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나?

김: 대학문화를 외연적으로 영역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너무 대학 내부에서만 대학문화를 찾을 것이 아니라 여러 방면에서 접근 해보는 것이 좋다. 대학문화 위기라고 하는 것도 좋지만 오히려 잘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좋은 점은 무엇인지를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조: ‘두리번, 두리번’이 필요한 것 같다. 새로운 것을 찾아다니고, 조금은 힘들더라도 자신이 생각한 것을 만들어 가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 학생들의 관심을 얻기 위해 동아리나 과가 자기들만의 전문성과 특수성을 포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동아리나 과에서 자신들의 전문성을 지키려면 조직이 와해 될 수도 있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동아리와 과의 특성과 전문성을 살리면서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할 것이다.
조: 내부적으로 어렵다면 외부의 도움도 받아야 할 것이다. 또한 너무 급하게 바꾸고, 극복하겠다는 생각은 좋지 않다. 하나라도 제대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

이번 간담회를 통해 대학문화의 문제점과 위기에 대해 짚어 보았다. 새로운 대학문화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개최한 간담회에서 여러 대안과 새로운 시각들이 나왔다. 특히 대학문화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인식과 시각, 대학문화의 다양한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번 간담회를 통해 절실히 느꼈다. 이러한 방안을 통해 새로운 대학문화가 형성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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