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우리 대학의 '학부제' 왜 있는가?
[사설]우리 대학의 '학부제' 왜 있는가?
  • 편집국
  • 승인 2007.05.17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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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전공선택권 보장과 다양한 학문 습득이라는 명분으로 지난 94년 김영삼 정부에 의해 추진된 학부제 정책의 존립 이유가 학내·외에서 다시 심각하게 물어지고 있다. 지난 달 문과대에서는 학생들의 학부제 반대 서명운동이 실시되는 등 ‘학부제 전면 폐지’ 운동이 적극 전개되었던 것은 지극히 당연한 추세이다.
현재 본부는 종래 우리대학에 있어 온 학부제의 폐단과 부실을 두고 학부제 개편 위원회를 가동하여 학내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수렴을 통한 적극적인 해결 방안 모색에 주의를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즈음에 우리는 매우 기초적이고도 소박한 질문들을 다시 해볼 필요가 있다.
학부제를 통해서 과연 학생들의 전공선택권은 자유롭게 보장되고 있나? 또한 학생들에게 다양한 학문이 능동적으로 습득되고 있나? 학부 내 전공간 학생·교수의 학문적 교류는 진척되고 있나? 지금 우리 대학의 학부제에 대한 만족도는 높은가? 이에 대해 한마디로 모두 ‘아니오’이다. 학과간의 유사성이 거의 없이 간판만 학부인 것이 우리 대학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이런 아무런 도움이 되지도 않는, 그리고 누구도 원치 않는 ‘유령 같은’ 제도가 왜 누구에 의해 우리 대학에서 지금까지 시행되어오고 있는가? 그것은 ‘교육부가 하라고 해서’이다. 그럼 교육부가 하라고 하면 꼭 해야 하는가? 사립대의 재정형편상 몇 억에서 몇 십억에 해당하는 지원금을 받아내기 위해서이다. 그럼 교육부가 ‘모든 대학은 학부제를 고수하라, 그렇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을 하고 있는가? 만일 이런 교육부가 진실로 존재한다면 대학끼리 연대 투쟁하며 지속적 이의제기를 하여 부도덕한 현 상황을 개선해 가야할 일이지만, 아마도 교육부는 ‘그런 일 없다’고 발뺌할 것이 분명하다.
지금 학부제의 대열에서 과감하게 일탈하여 자립을 시도한 대학들도 있다. 그렇다면 그 대학들은 교육부로부터 지원비 삭감 혹은 제외라는 벌칙을 과연 받은 적이 있는가? 이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것은 잘 모른다’가 정답이다. 그렇다면 장기적으로 우리 대학은 언제까지나 교육부의 눈치를 보며 ‘알아서 기는’ 결과 주어지는 ‘사탕(=보조금)’의 크기만을 기대할 일인가? 아니 차라리 대학 실정에 맞는 제도의 능동적 시행, 예컨대 우수 신입생을 유치하고 재학생의 타 대학 이탈을 막는 등 ‘재정 자립도’를 꾀하는 것이 낫지 않은가? 지금 본부에는 전후자간의 손익계산서가 있기나 한가? 이제 이런 물음과 관련하여 우리는 다음과 같은 물음을 적극 제기할 때가 다가왔다. 우리 대학에서는 전면 혹은 일부가 학과제로 전환하는가? 아니면 교육부가 제시하는 학부제의 틀을 대체로 유지하며(그렇게 교육부와 사귀는 방식을 어느 정도 유지하며) 우리 대학의 실질적인 어떤 이익을 극대화할 것인가? 아니면 제3의 어떤 방식을 택할 것인가?
우리 대학의 학부제 문제가 어느 쪽으로 결말이 나든 적어도 ‘교육부가 하라고 해서’ 라는 참으로 답답한 그래서 식상한 논리만큼은 고집하지 말자. 타율과 복종의 논리를 과감하게 청산할 용기와 내적인 준비가 되어 있을 때, 우리 대학의 자율도 확보되고 학부제 개편의 논의 또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가야할 길’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할 능력이 없다면 학부제 논의는 늘 제자리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다시 한번 물어보자. ‘과연 우리대학의 학부제는 왜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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