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티콘, SNS에 생명을 불어넣다
이모티콘, SNS에 생명을 불어넣다
  • 이남영 기자
  • 승인 2017.05.1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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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휴대전화와 소셜미디어의 확산으로 인해 스마트폰 메신저로 소통하는 시간이 크게 늘어났다. 이에 따라 메신저 속 이모티콘의 영향력은 점차 커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문자의 한계를 메우는 소통의 수단이자 유행과 감정의 표현물로 자리잡은 이모티콘의 문화적인 영향에 대해 짚어봤다.
 

문화 속으로 들어온 그림 문자

 최근 카카오톡은 국내 카카오톡 이용자 중 하루 1,000만 명 이상이 1인당 평균 20개의 이모티콘을 사용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러한 이모티콘의 확산은 개인의 감정표현을 넘어서 새로운 문화적 콘텐츠로 제작되기도 하는 등 기존의 문화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이처럼 영역을 확장하며 발전하고 있는 이모티콘의 문화적 영향에 대해 알아보자.

 그림 문자의 변천사=이모티콘은 PC를 이용한 문자 대화를 통해 등장하기 시작했다. 문자만으로 전달할 수 없는 다양한 감정들을 보다 쉽게 표현할 수 있어 널리 애용됐으며, 쉬운 사용법으로 금세 보편화됐다. 처음에는 단순한 감정 표현의 기능만 수행했으나, 이후 문자의 조합을 통해 보다 다양한 표정과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스마트폰이 등장함에 따라 문자 중심의 이모티콘이 스티커 형태로 변화를 맞게 됐다. 통신기술의 발달로 데이터 전송 속도가 개선되면서 아이콘과 같은 이미지 파일도 무리 없이 전송할 수 있게 된 것이 스티커 이모티콘이 나온 배경이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PC를 통한 대화는 사람의 표정과 어조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부족한 정서전달의 요소를 보완하는 데 이모티콘이 활용됐다”고 했다.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은 이모티콘=
이모티콘의 활성화는 사람들의 문화생활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일례로 과거에 비해 유료화된 문화 콘텐츠 구매가 늘어나는 경향을 들 수 있다. 과거에는 게임, 음원, 이모티콘 등 온라인 문화 콘텐츠에 돈을 지불하는 것이 낯설었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만 소비하는 경향이 짙었으며 이모티콘 역시 무료인 기본 이모티콘만을 사용하곤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유료 콘텐츠의 매력이 소비자들을 사로잡았으며, 유료지만 매력적인 이모티콘이 출시됨에 따라 소비자들은 점점 유료 이모티콘에 돈을 지불하는 것에 대해 관대해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유료 이모티콘의 구매는 다채로운 유료 콘텐츠에 대한 구매 역시 늘어나게 된 것이다. 이모티콘을 제작한 김옥현 작가는 “이모티콘의 비용은 사실 커피 한 잔 값도 되지 않는다. 이모티콘에 돈을 지불함으로써 문화 콘텐츠의 가치를 깨닫게 되며 다른 문화적 콘텐츠에도 소비가 늘어나는 선순환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한 소비자들은 이모티콘에 본인의 정체성을 투영하고 있다. 과거 이모티콘은 단순 감정 전달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모티콘의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이모티콘은 하나의 ‘놀이 문화’로 사용자의 일상에 좀 더 밀접해졌다. 이에 카카오프렌즈 측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이모티콘으로 시작된 만큼 사용자들이 캐릭터에 대한 몰입이나 애정도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모티콘의 미래는?=일부의 사람들은 이모티콘을 사용하는 문화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모티콘을 과도하게 사용함으로써 상대방의 거부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화할 때 이미지형 이모티콘을 남발한다면, 이모티콘의 궁극적인 목표인 감정의 전달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사람들이 이모티콘으로 인해 ‘이모티콘의 아바타화’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자신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애매모호한 이모티콘을 사용하다 보니 자신의 의견을 명료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미처 배우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우리의 감정이 상업적 자본이 만든 이모티콘 안에 가둬져 감정 표현에 제한이 걸릴 수도 있다는 비판도 제시된다. 최재목 교수(철학과)는 “이모티콘이 점점 상업화됨에 따라 우리의 감정 역시 상업화되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감정이 한정된 이모티콘에 맞춰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모티콘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문자만의 딱딱한 대화방식보다는 직관적이고 감정적인 매체인 그림을 사용한 이모티콘의 적절한 사용이 모바일 소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임성우 교수(유럽언어문화학부)는 “이모티콘이 지금까지는 제한적인 감정 표현만을 했다면, 앞으로는 소리와 움직임이 덧 입혀지면서 훨씬 더 많은 감정표현을 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제작과정을 알아보다
 

 이모티콘을 제작하고 있는 김욱환 (주)표현하는나무 대표를 만나 이모티콘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들어봤다.

캐릭터 기획 디자인


 작가적 관점에서 본인의 세계관, 아이디어가 잘 녹아있는 캐릭터를 기획하고 설계합니다.
간단한 시놉시스, 문장으로만 시작해도 좋습니다.


캐릭터 확정 및 상황 컨셉 설정

 노트, PC, 태블릿 등을 활용한 데이터화를 통해 이모티콘 캐릭터를 확정합니다. 컨셉에 대한 명확한 표현이 가능해야 하며, 한 컷 만으로도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컨셉 확정 및 완성작업


컨셉을 확정한 후, 마무리 단계에 들어갑니다. 움직이는 이모티콘인 액티콘의 경우 액션구현 및 수정 과정을 추가하기도 합니다.
 

파일포멧 변환 및 최종검수


 기업마다 요구하는 파일의 용량 등이 다르기 때문에 협의를 충분히 한 후 이모티콘 제작에 들어갑니다. 고객 혹은 납품처에서 검수 후 이상 없다면 작업은 종료됩니다.
 

이모티콘을 통해 나를 보다


 전문가들은 한 사람이 자주 쓰는 특정 이모티콘 안에는 이모티콘 사용자의 성격이나 가치관이 녹아 있다고 말한다. 이에 우리 대학교 학생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글로 쓰기 귀찮을 때, 다람이!
 


 얘 이름은 다람이. 내가 돈 주고 구매한 이모티콘 중 가장 자주 사용하는 이모티콘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 역시 남자지만 남자들은 이모티콘을 거의 쓰지 않는다. 사실 다람이 이모티콘도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것 같아서 산 거지, 내가 이모티콘을 좋아해서 산 건 아니다.
그런데 다람이를 쓰다 보니 글쓰기 귀찮거나 표현하는 게 어려운 내 감정을 표현하기가 좋았다. 특히 상대방이 말한 후, 할 말이 없을 때 이 다람이 이모티콘은 단연 최고다. 그냥 이모티콘 하나만 보내면 되니까. 모든 이모티콘이 그렇겠지만 대화의 마무리도 되면서 내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다람이의 가장 큰 장점이다. 사람들에게 내 감정을 시각화 해 보여줄 수 있달까?


 솔직히 처음엔 다람쥐 캐릭터가 귀여워서, 여자들에게 관심을 끌려고 샀다. 무료 이모티콘을 쓰면 왠지 촌스러워 보이니까. 여자들은 귀여운 걸 좋아하잖아?
 그 후, 여자친구가 생겼다. 여자친구의 관심을 끌기위해 산 다람이 이모티콘은 애정표현뿐만 아니라 그녀에게 기분 나쁘거나 할 말이 없을 때도 아주 유용하게 쓰인다. 다람이를 통해 내 감정을 여자친구 기분이 나빠지지 않게 하면서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다. 특히 여자 친구가 약속시간에 늦어서 화가 나는 등의 상황이 있을 때에도 글로만 화내면 너무 화난 거 같으니 다람이를 사용해 나의 감정을 간접적으로 표현한다. 이렇게 다람이를 사용하면 화가 덜 나 보이면서도 화난 감정은 전달할 수 있다. 이런 용도로 다람이를 사용하려했던 건 아니었지만 다람이가 없었다면 여자 친구와 사이가 좋지 않아 금방 헤어졌을 것 같다. 그리고 여자친구가 이 글을 안 봤으면 좋겠다.


나를 보여주는 이모티콘, 프로도


 메신저로 대화하면서 가장 친숙한 이모티콘은 바로 카카오프렌즈다. 카카오프렌즈 이모티콘이 마음에 드는 이유는 다양한 표정에 있다. 아가들마다 주로 짓는 표정이 조금씩 다르다. 라이언은 무심한 표정, 피치는 귀여운 표정으로 각각 캐릭터들의 성격이 잘 드러나기 때문에 SNS에 쓰기 가장 무난한 것 같다.
 그 중 내가 가장 아끼는 캐릭터는 ‘프로도’다. 카카오프렌즈 이모티콘을 쓰는 이유는 프로도 때문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표정에 자신의 감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이 나와 닮았기 때문이다. 특히 프로도는 친구들과 신세 한탄할 때 정말 유용하다. 과제, 시험공부를 하기 싫을 때 엎드려 있는 프로도 이모티콘은 나의 힘든 상황을 귀엽고 웃기게 나타내 주는 느낌이랄까. 심각한 상황이나 피곤한 상황에서 이 이모티콘을 쓰면 기분이 나아지는 것 같다.


 특히 남자친구와 이야기할 때 갈색 개 프로도의 매력 포인트가 아주 잘 드러난다. 남자친구가 “나 오늘 공부 다했어!”, “나 이쁜 옷 샀어!”와 같은 말을 할 때 쓰면 효과가 좋다. 많은 사람들이 이 이모티콘을 쓰는 이유는 라이언이 귀엽기 때문이다. 나 역시 남자친구에게 잘했다고 칭찬하기 위해 이 이모티콘을 쓰지만 남자친구가 이 사실만큼은 모를 것이다. 사실, 나는 라이언의 칭찬하는 포즈도 포즈지만 프로도의 ‘엉덩이’가 내 관심을 더 끈다는 것을. 특히 라이언이 칭찬할 때 힘차게 움직이는 꼬리와 탱탱한 엉덩이는 내 심장을 멎게 한다. 아, 물론 이 변태 같은 사실은 남자친구에게 비밀이다. 어쨌든 난 프로도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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