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있는 이야기] 당신의 청춘은 안녕한가요?
[이유있는 이야기] 당신의 청춘은 안녕한가요?
  • 여현정 대학부장
  • 승인 2014.02.27 1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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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의 주인공은 중후한 목소리를 가진 남성이었다. 처음엔 교내 신문사에 간단한 질문을 하기 위해 전화를 한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영남대학교의 졸업생이라 밝혔다. 그는 1966년 10월쯤으로 기억한다며 제1회 계명문화상에서 시 분야 대상을 받았는데, 영대신문에 실렸다는 것이다. 혹시 신문에 실린 시와 심사평을 자신이 볼 수 있느냐고 요청했다.

 자신은 그 당시 상과, 현재의 상경대학에 재학했었다고 했다. 평소 책 읽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해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하고 싶었으나 집안의 반대로 상과에 입학했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계기로 계명문화상에 입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학생은 무엇이 하고 싶냐고 물었다. 필자는 선뜻 확실한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우물쭈물하며 학과 공부가 맞는 것 같아 공부를 좀 더 하고 싶다고 하자 “학생은 대학원까지 가야겠구먼. 꼭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살아요”라고 내게 당부했다. 자신은 직장을 은퇴하고 지금에서야 비로소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을 한다며 시와 심사평을 한국시인협회에 제출할 것이라 말했다.

 필자는 우연히 받은 한 통의 전화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됐다. 사실 이전부터 많은 꿈을 꿔왔다. 초등학교 때는 누구나 다 생각하는 간호사나 피아니스트를 장래희망으로 삼았고, 점차 성장해가면서는 선생님, 특히 국어 교사를 꿈꿨다. 그러나 사범대학에 진학하지 못했고 교직 이수를 하지 못해 그 꿈마저 흔들리게 됐다. 현재의 나는 ‘내가 무엇을 하며 살아야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대답을 내리지 못한 지 벌써 2년째다. 현재 신문사에서 기자 활동을 하고 있는 필자는 ‘그쪽 방면으로 나갈 거니?’라는 물음을 종종 받을 때가 있지만, 그때마다 애매한 답을 하기 일쑤다.‘ 내 꿈은 무엇인가’라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비단 필자가 겪는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지난 21일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포털 알바몬이 최근 대학생 42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행한 바 있다. 취업을 결심한 직업이 있냐는 질문에 응답 대학생의 약 85%가 ‘그렇다’고 답했다. 취업 목표로 삼은 직업과 꿈이 모두 있다고 답한 학생들에게 직업과 꿈의 일치 여부를 물은 결과 ‘일치한다’는 응답은 52.5%였다. 이 결과로 볼 때 약 절반 정도 가량의 학생이 취업을 위해 꿈을 포기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대학생들은 취업과 자신이 이루고 싶은 꿈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필자 또한 주변 사람들이 다양한 대외 활동과 공인 어학 성적, 다양한 자격증 취득, 학점 관리 등 스펙을 쌓고 취업준비를 하는 모습을 많이 봐왔다. 물론 ‘취업=꿈’이 일치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진정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아야 한다고. 베스트셀러 도서의 제목처럼‘아프니까 청춘이다’라며 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재 대학 진학률은 80%를 넘나드는 수준으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지만, 지난해 청년 고용률은 39.7%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청년층 고용시장은 불황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가끔 진정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는 것이 바보 같은 일로 여겨질 때도 있다. 취업 경쟁을 하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노력해도 모자랄 시간에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이 어쩌면 어리석은 일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한 번밖에 없는 청춘에 내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을 꿈꾸며 그저 스펙만을 위한 시간을 보내고 싶지는 않다. ‘하고 싶은 것’을 찾기, 그리고 ‘후회하지 않는 선택’하기. 나에게 던져진 무엇보다 가장 큰 과제가 아닐까 싶다.

 곧 방학이 끝나고 새 학기가 시작된다. 새로운 계절을 맞고 새 마음가짐을 다지는 이쯤에서, 필자는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도 묻고 싶다.

 당신의 청춘은 안녕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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