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 꽃이 만발하고 있다. 2015년 알파고로 싹을 틔운 후, 지난해부터 생성형 AI인 ChatGPT, DeepL, Midjourney 등 곳곳에서 개화하고 있다. 아직 기술적, 윤리적 측면에서 좀 더 보완되고 다듬어져야 하지만, AI 알고리즘의 활동반경과 성과들은 ChatGPT 수준을 넘어서고 있기에 향후 인공지능이 세상의 모든 제품에 들어가 일상을 바꿔 갈 것이다.
AI의 발전은 오랫동안 인류가 쌓아온 방대한 인문학적 사유의 결과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펴낸 <2023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에 “창의적 사고, 분석적 사고, 기술 문해력, 호기심과 평생학습, 탄력성, 유연성, 민첩성, AI 및 빅데이터 지식, 동기부여 및 자기 인식” 등을 미래의 인재가 갖추어야 할 스킬로 규정했는데 이는 인문학을 담보로 하지 않고서는 길러지지 않는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대학에서 인문학의 위상은 낮아지고 있으며, 우려만 할 뿐 대학 교육에 AI를 활용한 구체적 시도도 찾아보기 어렵다. 도구적 관점에서 정보는 검색으로 쉽게 얻을 수 있지만, 메타적 사고는 책을 통해 길러진다. 왜냐하면 책에는 콘텍스트가 담겨 있고 집중력 있는 읽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출판은 가치 지향 산업으로서 문화와 지식콘텐츠산업의 뿌리로서 핵심적인 위치에 있으며, 미래에도 확장성이 큰 매체이기에 영향력은 줄어들지 않는다. 대학이 우수한 콘텐츠 창출에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다. 대학에는 시대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존재한다. 이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시대적 트렌드, 사회적 과제, 독자들의 요구를 책이라는 매체로 해결책을 제시할 유리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이제 책은 읽는다는 행위를 넘어 보고 만지고 느끼며 온몸으로 체화하는 매체로서 일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여기에 생성형 AI라는 도구를 활용하면 이러한 방향으로 손쉽게 확장이 가능하다. 교수는 심도 있는 연구 결과물을 바탕으로, 학생은 학습한 전공지식을 토대로, 또는 이 둘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콘텐츠가 나올 수 있다. 여기에 로컬의 특수성, 글로벌 지향의 보편성, 학문적인 전문성을 담아낸다면 대학은 새로운 경쟁력을 가진다.
대학은 학자들이 이루어 놓은 학문적 성과들을 새로운 시각, 남다른 해석, 독특한 관점을 가지고, 지식을 큐레이션 할 수 있는 전문가를 키워야 한다. 학령 인구가 감소하고 대학 정원이 축소되는 등 대학을 둘러싼 환경은 어려워지고 있다. 대학의 위기가 이런 외부의 환경적 조건 때문인지, 아니면 대학 교육정책에 있는지, 대학이라는 제도가 한계점에 도달해 있는지 진지하게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인류가 사회를 만들고 살아온 삶, 곧 역사를 평면 위에 펼쳐 놓고 시기별, 지역별로 비교해 보면 어느 해 격변의 시기가 아니었던 적이 없고, 위기가 아니었던 때가 없었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우리가 바람을 바꿀 수는 없지만 돛을 다르게 펼 수는 있다”고 말했다. 누가 위기를 말하는가? 변화를 싫어하고 기득권을 잃지 않으려는 이들일 수 있다. 어느 시대마다 격변의 바람은 분다. 바람의 방향에 목표하는 지점을 맞춰 돛을 펼쳐 간다면 위기는 없다. 기회만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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