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이 지나간 날을 돌아보니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더 두려워진다. 학생 기자 생활을 시작한 지 꽤나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입사했을 때처럼 서투르기만 하다. 갈수록 공부량과 기사량은 느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학생과 기자, 두 가지 일을 병행하기 위해 밤새 마신 에너지 드링크 캔만이 책상에 가득하다.
모든 기자는 기사 작성으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내곤 한다. 한정된 시간 내에 소재를 찾고 취재를 거쳐 밤새 기사를 다듬으며 기자들 모두 인고의 시간을 보낸다. 그럼에도 기사의 끝에 내 이름을 새길 때면, 완성된 기사에 대한 뿌듯함보다 좀 더 잘 쓰지 못한 아쉬움이 큰 건 왜일까.
‘더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그들의 깊은 속내까지 대변했어야 했는데’, ‘더 고민했더라면 독자들이 편하게 읽을 수 있었을 텐데’.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기사와 비교했을 때 초라해 보이기만 한 내 기사는 참기 힘든 부끄러움으로 다가와 나를 괴롭힌다.
그렇게 아팠던 ‘처음’이 지나갔다. 그리고 지금은, 괜찮다. 기사를 쓰는 과정에서 오는 고통이 나를 완성하기 위한 망치질임을 신문사에서 배웠기 때문이다. 위대한 야구선수 베이브 루스는 “모든 스트라이크는 다음 홈런에 한층 더 가깝게 해 준다”고 말했다. 비록 이번에는 공을 치지 못했더라도, 다음에는 반드시 홈런을 칠 것이라고 믿는다.
신문사는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오·탈자와 맞춤법에 관대했던 내가, 요즘은 짧은 메시지 하나에도 신경을 쓴다. 끝맺음 없는 문장에 온점 하나를 찍어 주고 싶은 건 아무래도 ‘기자’라는 직업병에 걸렸기 때문일까. 전보다 조금 더, 기자다워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갈 길은 멀고 고민은 끝이 없지만, 더는 초조해하지 않는다. 괜찮다, 시작이니까.
저작권자 © 영남대학교 언론출판문화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