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판계는 불황이다. 지난달 27일,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이 출판사 183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매출액 추정치에 대해서는 72.2%가 지난해보다 감소했다고 응답했으며, 이들의 매출 감소율은 평균 28.7%로 조사됐다. 또한 취업난도 만만치 않다. 얼마 전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15세부터 29세까지의 청년실업률은 7.0%에 달한다. 이러한 문학계의 불황과 취업난에도 불구하고 순수문학을 꿈꾸는 대학생들이 여기 있다.
◆치유하는 문학인 조월류하(단국대 문예창작)=이번 천마문화상에서 시 부문 가작을 받은 조월류하 씨. 그가 글을 쓰는 이유는 자신보다 더 아픈 사람을 치유하고 싶어서란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가정환경이 좋지 않아 어두운 아이였다. 그러던 중 초등학교 선생님께서 ‘문학이 너를 치유하게 해줄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씀을 듣고 ‘내가 문학을 하면 어쩌면 내가 어른이 될 때까지 내 아픔들이 치유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문학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글쓰기는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나에게 있어 글은 과제도 아니고 취미도 아니었다. 스트레스를 풀 하나의 해방구였고, 유일한 오락거리였다. 나에게 글은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이다.” 천마문화상 전에도 수많은 공모전에 도전하고 번번이 낙방을 했지만 문학을 그만두고 싶었던 때는 한 번도 없었단다. 그에게 문학인을 꿈꾸는 대학생들을 위해 한마디를 해달라고 했더니 단호하게 말했다. “욕심이 관여된 문학은 문학이 아니다. 문학을 자기 명예, 사회적 위치를 채울 욕망의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문학은 사치가 아니다.”
◆시인을 꿈꾸는 이계섭(대전대학교 문예창작)=천마문화상 시 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이계섭 씨. 그가 유망직업도 아니고, 경제적으로 안락하지도 않은 시인을 꿈꾸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니 내가 취업해서 직장인이 된다고 해도 부자가 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럴 바에 차라리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 시를 쓰고 있다”고 했다. 매일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그는 시를 씀에 있어서 가장 힘든 것이 경제적인 어려움이라고 한다. 시만으로는 생계를 꾸릴 수 없어 아르바이트를 해서 생활비를 충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굶어죽지 않을 정도만 되면 시를 계속 쓰고 싶다”라는 이 씨는 이렇게 힘들게 시를 쓰면서도 날마다 시를 쓸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해 한다.
◆아픔을 문학으로 풀어낸 양시내(동국대학교 문예창작)=양시내 씨는 이번 천마문화상에서 문학평론 부문 가작을 받았다. 그녀에게 문학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 물었다. 이에 양 씨는 “4수를 하면서 아픔이 많이 쌓였다. 그 고통들을 어떻게 풀어낼까 하다가 책을 읽고 글로 풀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문학의 매력에 대해서는 “사실 문학으로 한 개인의 생각을 바꾸긴 힘들지만 사고에 영향은 줄 수 있다”라며 “‘아, 이런 생각도 할 수 있구나’라는 다양한 생각들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문학의 매력이다”라고 했다.
신인작가는 독자와 작가의 사이에 있다. 독자이면서 작가이고, 작가이면서 독자인 것이다. 그렇다면 양 씨가 독자로서 작가에게 바라는 점은 무엇이고 작가로서 독자에게 바라는 점은 무엇일까? “독자로서 작가에게 바라는 점은 작가의 주관이 너무 개입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한 작가로서 독자에게 바라는 것은 세상은 다양하고 이런 일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우리 대학교 예비 시인, 심정현(국제통상4)=우리 대학교에도 시인을 꿈꾸는 대학생 문학인이 있다. 문학관련 전공도 아닌 그가 어떻게 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까? “3년 전부터 신춘문예에 관심이 있어서 우리 대학교에 있는 작가님께 메일을 보냈다. 그때 그 작가님께서 ‘신춘문예는 청년이라면 한 번쯤 앓는 열병’이라며 글을 가르쳐주셨고, 그 뒤로 계속 글을 쓰게 되었다.”
현재 취직의 기로에 서 있는 그는 여러 가지로 고민이 많다. 심 씨는 “현재 4학년이라서 취직준비도 해야 해 고민이 많다. 하지만 시라는 것이 내가 안 한다고 해서 안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더라”라고 했다. 주변에 한 사람이라도 읽고 따뜻해지는 시를 쓰고 싶다는 그는 시나 소설을 액세서리 정도로 여기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문학잡지 발행인 대학생 김종소리(서울과학기술대 문예창작)=‘아브락사스’는 김종수리 씨가 내는 잡지의 이름이다. 집필, 기획, 배포 모두 김 씨 혼자서 하는 이 계간지는 지난 해 봄부터 시작해 이번이 7호이다.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으로 출판하는 이 잡지에 실리는 작품은 싣고 싶어 하는 친구나 작가에게서 원고료 없이 받는다. 김 씨는 “잡지를 출판하면서 가장 어려운 것은 자금문제이다”라며 “원가로만 판매해 경제적으로 힘들다. 자금이 부족할 때 가장 포기하고 싶어진다”라고 했다.
잡지 출판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자신의 작품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어서란다.
“책을 내고, 책이라는 형태로 내 글이 나오는 것을 봤을 때 뿌듯했다. 작품으로 돈을 벌 생각은 없다. 돈은 어떤 식으로라도 벌면 된다. 내가 작품을 만들어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작가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꼭 정해진 길만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꼭 등단을 해야 하고, 꼭 다른 사람이 보아야만 작가라고 생각한다. 작가를 한 가지 길로만 국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보여주고 싶어서 글을 쓰는 거라면 어떤 방식으로든 보여 줄 수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