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회 천마문화상] 심사평(시)
[53회 천마문화상] 심사평(시)
  • 김문주 교수(국어국문학과)
  • 승인 2022.12.01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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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년에 비해 응모 편수가 줄었고, 본심에서 다룰 만한 작품의 수도 줄었다는 점에서 다소 저조하였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최종에서 거론한 작품들은 작년보다 우수하였다. 150여 편의 작품들 중에서 1/5 정도는 본격적인 시 습작을 거친 학생들의 것이고, 나머지는 자신의 정념을 행갈이 형식의 글쓰기로 표현한 것들이다. 전자의 것을 습작(習作)’이라고 하고 후자의 것을 행갈이 형식의 글이라고 구분한 이유는, 행을 나누어 쓴다고 시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에서이다. ‘습작()’은 새가 날갯짓하는 모양을 형상화한 글자이다. 어린 새가 날기 위해서는 어미가 나는 모양을 보고 연습하는 상당한 과정이 있어야 한다. ‘익히는 것’()은 모방을 기본으로 하되 그것을 나의 몸으로 체득하는 작업이다. 시를 잘 쓰기 위해서는 모범이 될 만한 시를 보고 이를 자기 것으로 연습하는 적잖은 기간이 있어야 하는 법이다.

 「꽃과 닻」은 작은 사물, 사물의 이름에서 시작된 발상을 한 편의 시로 피어올린 수작이다. ‘을 오가며 시상을 조심조심 밀어가는 능력이 예사롭지 않으며 그 속에 여백을 볼 수 있는 호젓한 마음이 그윽한 깊이를 만들어내었다. 젊은 문청(文靑)에게서 찾아보기 어려운 귀한 개성이다. 「돌의 기원」은 풍경의 자연에 사람살이의 고단함과 쓸쓸함을 드리울 줄 아는 탁월한 능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오래된 서정성과 말의 고즈넉함이 매력적이다. 다만 말이 가는 길을 시인이 주체하지 못하는 순간들이 간혹 비치고 있어 이를 다스릴 수 있어야 멀리 날 수 있을 듯하다. 수상자들에게 진심으로 축하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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