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내 마음을 알아주실 이
[기자수첩] 내 마음을 알아주실 이
  • 하지은 기자
  • 승인 2016.05.09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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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야만 하는 일들로 인한 불면의 날들, 그 와중에 꾸역꾸역 밀어 넣는 전공지식들이 머리 속에 뒤섞여 혼잡한 날들이다. 정기자가 되고 접어든 5월은 참으로 노곤하고 혼미한 계절이다. 며칠 밤을 각성 상태로 지새우는 요즘, 내가 기자로 활동하며 가장 명료했고 마음깊이 느낀 것이 많았던 날들이 떠오른다. 

 지난 학기에 기사소재를 찾느라 고민하던 중 화장실에 계시던 미화원 분에게 힘든 일이 없냐고 물었던 것으로부터 시작해 미화원과 조경직원에 대한 3편의 연재기사를 썼다. 나조차 노동법이나 고용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기 힘든데 그것을 선배, 지도 교수님에게 설명하고, 또 첨언을 받아 기사를 써야 했다.

 그러나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과 첨예한 의견 대립 이전에 가장 힘들었던 것은 자꾸만 슬퍼지는 내 마음이었다. 부모님 연배의 어른들이 내 앞에서 그들의 어려움을 마치 매달리듯 호소했다. 나는 단지 기사로 적을 뿐인데 그 활자들이 그들에게는 현실이고 곧 삶이었다. 그 앞에서 나는 냉정해야할 기자가 아니라 어리고 유약한 아이가 됐다. 이야기를 들어줄 뿐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런 엄청난 것들을 생각하며 겁이 나기도 하고 마음이 아파 혼자서 울기도 했다. 그런 마음을 안고 나의 지적 한계를 경험하며 그렇게 힘들고 아프게 기사를 썼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그런 것들을 바로 옆의 동기, 선배들과 나눴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든다. 당시엔 마음의 여유도 없고 동료들에게 방해가 될까봐 혼자 끙끙 앓으며 기사를 썼다. 하지만 신문사에서 1년여의 생활을 하니 누군가 내 마음을 먼저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옆에 있는 사람에게 말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은 일임을 알게 됐다. 그러면서 내 마음의 매듭들도 조금씩 풀려나가는 경험을 하지 않았나 싶다.

 신문사 생활을 하다보면 사람들이 모두 내 마음 같지 않고, 또 늘 사소하고 작은 말들에 상처받고 아파한다. 그 아픔의 자리에 같이 있어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그것만으로 우리는 유한한 시간을 잘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 마음을 알아주실 이, 당신의 눈길이 내 글에 닿은 순간 이미 우리의 마음은 동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내 글을 읽어주는 당신에게도 꼭 한 번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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