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읽기] 체념하는 우리, 탈출만이 살길일까?
[문화읽기] 체념하는 우리, 탈출만이 살길일까?
  • 조민주 문화부장
  • 승인 2015.10.12 2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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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조선에서 살아남기’, ‘우리는 헬조선 백성’, ‘헬조선의 저주’…

 최근 우리는 헬조선(Hell+조선)이라는 말을 쉽게 접한다. 지옥같이 살기 어려운 한국 사회를 빗댄 말로 탄생한 헬조선은 5년 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처음 등장했으며 올해 초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신조어다. 한 빅데이터 분석업체는 지난해 5천여 건에 불과하던 ‘헬조선’ 언급량이 올해 들어 스무 배 가까이 증가했을 정도로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고 밝혔다. 

 현 사회를 사는 20대는 88만원 세대, 이태백(이십대 태반은 백수), 인간관계까지 포기한 7포세대 등 갈수록 극한 표현들로 지칭되고 있다. 특히 극심한 취업난에 허덕이고 치열한 경쟁 속에 열심히 노력해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세태를 꼬집는 헬조선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유행어가 풍자를 넘어 국가에 대한 혐오마저 띠고 있어 불편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극단적이고 강렬한 단어에 이끌릴 수밖에 없는 배경에 대해 수긍할 수밖에 없다.

 지난달부터 기업들의 하반기 신입 공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취업 전쟁에 뛰어든 선배들의 이야기가 들려온다. 내게도 멀지 않은 일이라 생각하며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걱정부터 앞선다. 나름대로 스펙도 많이 쌓고 열심히 준비했다 하더라도 취업의 문 앞에 선 자신의 모습은 터무니없이 작아 보인다고 한다. 아직 졸업 후에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데도 그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취업 전쟁을 치르는 그들의 현실에 공감하게 된다.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취업 준비생이 될 마음의 준비를 하는 요즘, 지금까지의 선택을 후회하는 순간도 있다. 취업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한다는 ‘취업전략’이라는 강의를 듣다보면, 냉혹하고 치열한 경쟁이 두려워 정답만을 찾고 싶어하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또 일찌감치 휴학을 하고 공무원에 합격한 친구들, 졸업 후 바로 취업이 보장된(?) 학과에 다니는 친구들을 만나면 부러움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가끔 나는 지금까지의 선택들이 틀린 것은 아닐까라는 의심이 들 때마다 어릴 적부터 꿈꿔왔던 외국에서의 삶을 생각했다. 잘못된 판단 때문에 좌절하지 않고 후회 없는 삶을 살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때문이었다. ‘헬조선’ 사이트에서도 네티즌들이 ‘탈조선’ 즉 한국을 떠나는 것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을 벗어나는 것이 과연 올바른 대안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단순히 현실을 문제 삼으며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 참혹한 현실을 피할 수 있는 단편적인 대안이 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정답이 될 수는 없다. 우리가 헬조선이라 말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서는 생각해 봐야겠지만 단순히 이에 동조하고 현실을 회피하려고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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