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 성(sex) · 생명
사랑 · 성(sex) · 생명
  • 조보라미 교수(국어국문학과)
  • 승인 2015.10.12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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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워 사랑스러워/ 그래 너 hey 그래 바로 너 hey/ 아름다워 사랑스러워 그래 너 hey 그래 바로 너 hey/ 지금부터 갈 때까지 가볼까 /오빤 강남스타일 강남스타일/ 오오오오 오빤 강남스타일

 우리 만난 지 벌써 100일째 /아직은 서로 어색하기만 해/오랜만에 너와의 데이트 /어떡해 어떡해 해가 벌써 지는데 (…)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오늘은 용기내서 말할게요 /저녁 해가 진 후에 어둠이 내린 후에 /나를 집으로 데려다 주세요/벌써 헤어지긴 싫어요 날 좀 더 알고 싶나요/그러면 들어와서 차 마실래요?/혼자인 밤은 참 길어요 그댈 더 알고 싶어요/아침이 올 때까지 부탁할게요

 위의 인용 중 첫 번째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이고, 두 번째는 헬로 비너스의 <차 마실래요>의 한 부분이다. 두말할 것 없이 <강남스타일>은 우리나라 유아부터 성인까지 노래하고 즐기는 국민적인 인기 가요이다. 그런가 하면 헬로 비너스는 그야말로 비너스 같은 미인들로 구성된 걸그룹으로, 싸이 못지않은 폭넓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런데 이들 가요가 담고 있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사랑과 책임 연구소’(소장 이광호)의 연구에 기대 이들 가요 (및 뮤직 비디오)를 꼼꼼히 살펴보도록 한다. 먼저 <강남스타일> 뮤직 비디오를 보면 위의 인용 부분에서 현아가 전철 손잡이를 잡고 ‘봉춤’을 추며 싸이와 눈을 맞춘다. 그런데 이때 현아의 봉춤 뒤로 자세히 보면 광고판에 ‘69’라고 쓰여 있다. 이어 현아는 천천히, 섹시하게 싸이 앞으로 다가오고 싸이는 ‘지금부터 갈 때까지 가볼까’라 노래한다. 그런가 하면 <차 마실래요>는 연애한 지 100일째 되는 여자가 남자와 ‘그 이상의 관계’를 간절히 바라는 내용이다. 여기서 ‘차 마실래요’는 ‘라면 먹고 갈래’라는 은어의 변형이다. 동화적인 분위기의 뮤직 비디오 속에 상당히 야한 내용이 담겨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런 내용의 문화가 아무런 문제 제기나 비판도 없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다는 사실이다. <차 마실래요>의 뮤직 비디오는 ‘전체 등급’으로,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볼 수 있다. 싸이는 한국을 빛낸 공으로 국가로부터 훈장을 수여받았으며, 헬로 비너스는 얼마 전 대구시가 주최한 청소년 UCC 캠프에 초청되기도 했다. 이것을 보면 우리 사회는 쾌락적 성문화를 조장하는 대중문화를 경계하기는커녕 오히려 여기에 편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아직 사랑이나 성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확립되지 못한 아이들이 이것을 보고 얻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차 마실래요>의 내용처럼 ‘연애=성관계’를 당연시하고 성관계를 마치 ‘남녀가 차 마시는 것’ 정도의 가벼운 행위로 인식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강남스타일>을 통해 ‘원 나잇 스탠드’를 멋진 것으로 인식하며, 성(sex)이 쾌락과 재미만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주입받게 되는 것은 아닐까. 성이 지닌 쾌락적 측면을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다. 성은 분명 쾌락적 측면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것과 함께 분명한 것은 성이 생명과 결부되어 있다는 사실이다.(이때 생명이란 성 당사자의 그것과 잉태되는 새 생명 두 가지로 볼 수 있겠다.) 이렇게 본다면 성을 쾌락의 도구로만 보는 것은 성을 왜곡하는 것이다. 

 오늘날 대중문화는 단순히 욕망의 배출구가 아니다. 대중매체는 어린 아이와 청소년이 사회를 학습하는 도구이기도 하고, 사회 구성원들의 의식과 무의식을 만들어가는 것이기도 하다. 쾌락중심적인 성문화를 조장하는 대중문화에 열광하면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문란·성폭력 현상만을 개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대중매체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우리들에게 절실하게 필요하다. 아울러 대중매체가 주조해 놓은 사랑과 성, 생명의 관계를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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