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있는 이야기] 구조조정, 순풍(順風)일까 역풍(逆風)일까
[이유있는 이야기] 구조조정, 순풍(順風)일까 역풍(逆風)일까
  • 여현정 대학부장
  • 승인 2014.05.12 0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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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스트라공 난 가겠다. (하지만 움직이지 않는다.) /블라디미르 그런데 말야… 도대체 어떻게 됐길래… 내 얘기가 듣기 싫으냐? /에스트라공 난 안 듣겠다.”
이는 부조리극으로 유명한 사무엘 베케트의『고도를 기다리며』의 한 대목이다.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는 서로 대화를 하고 있다. 그러나 전혀 의사소통이 되지 않고 있다. 이처럼 부조리극에서 대사는 언어가 해체된 형태로 나타나며, 등장인물들 간의 소통은 전혀 되지 않는다.

 우리 대학교에서 추진하는 구조조정과 구조개혁에 있어서도 위의 대화처럼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는 듯하다. 3월 개강과 더불어 구조개혁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고, 지난달 구조개혁 바람이 전국 대학가를 휩쓸었다. 이에 지난달 대학 특성화사업 마감에 맞춰 학부·전공을 통·폐합 하는 등 학과재편에 들어갔고, 입학정원을 감축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상황에 우리 대학교도 7개의 학부(과)의 명칭을 변경하고, 18개의 학부(과)를 9개로 통합시키기로 결정 내렸다. 또한 2018학년도까지 입학정원을 7%(350명) 감축할 것을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학교 측의 결정에 학생들은 구성원들의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지 않았으며, 소통이 부재된 결정이라 주장했다. 결국 학생들은 지난달 28일 긴급 임시 전교학생대표자회의를 소집했고, ‘학생들과 소통 없는 비민주적 학부(과) 통합 전면 유보 및 재논의에 관한 건’에 전원 찬성하자, 4일간 본부를 점거해 연좌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학교 측의 급작스러운 구조개혁 추진에도 이유가 있다. 정부의 재정지원사업 선정에서 정원감축을 가산점제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원감축을 많이 할수록 가산점이 주어지는데, 이러한 가산점이 대학특성화(CK)사업과 학부교육선진화(ACE)사업 선정의 당락을 결정한다. 때문에 급진적인 구조조정 추진은 학교 간의 경쟁 속에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을 잘 알지 못하는 학생들에게는 ‘날벼락’인 것이다. 물론 다행히도 우리 대학교는 폐과가 되는 학과는 없다. 하지만 자신의 학과가 타 학과와 합쳐진다는 사실이 조금 불쾌하게 다가오기도 하고, 항간의 소문으로 폐과된다는 말이 돌 때 간담이 서늘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직접적으로 말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타 학교에서 구조조정으로 인해 학생들이 시위하는 모습들을 뉴스에서 접하고, 우리 대학교에서도 연좌 농성이 이뤄지고 난 후에야 이러한 사실을 안 학생도 있을 것이다. 마치 1~2년 전쯤부터 타 학교의 학과가 폐지되거나 통합된다는 소식에 ‘설마 우리학교도 그럴까’라는 생각이 현실이 된 것이다. 점점 학교는 ‘학문의 전당’, ‘상아탑’이라는 타이틀과 멀어지고 있다. 학문을 배우는 곳이 아닌 취업을 하기 위한 등용문으로서의 역할만 한다면, 대학은 존재의 이유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전국적인 구조조정으로 대학 줄 세우기는 더욱 강화될 것이며 기초학문을 배우는 학과는 점차 없어질 위기에 처했다. 이러한 과정에 학생과의 소통은 없다. 교육부의 정책 추진이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불가피하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그러나 추진 과정에서 학생과의 소통, 대학 간의 소통 부재는 진정한 ‘교육’을 실현하기 위한 과정이며, 대학의 발전을 위한 것인가? 교육부의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 그리고 현재 가장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소통’이다. 학교와 학생들 사이에서 부조리극과 같은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지 모르겠다. 구조조정, 구조개혁 추진에 있어서 구성원 간의 대화와 소통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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