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리드부분을 읽자마자 깨달았다. ‘이건 아닌데…’ 내용을 축약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촛불시위를 하는 나를 오버한다며 이해하지 못하는 친구들에게 “야, 그러고도 네가 대학생이야?”라고 말했다. 대학생들이여 촛불시위에 참여하라. 그렇지 않다면, 부끄러운 일이다.’
기사를 보며 수많은 인파가 촛불을 들고 전국 곳곳을 가득 메운 채 평화(?)적인 시위를 하던 2008년을 떠올렸다. 소위 ‘보수’언론이라는 일부 언론사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촛불시위에 주목하고 참여를 권하던 그때 나는 참 많은 혼란을 느꼈다. 다들 반드시 해야 한다고 하는데,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의문을 제기하면, 난 졸지에 ‘여당의 알바생’ 취급을 받았었다.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입을 열면 열수록 나 자신에게 상처만 돌아올 뿐이었다.
바로 그 기억이 다시금 떠올랐던 것이다. 자신의 논리에 따라 입장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촛불’을 들지 않으면 ‘대학생’으로 불릴 자격도 없다고 정의 내렸던 사회…,말이 좋아 ‘대학생이야?’인 것이지 사실상 생각이 다른 소수를 매장시키는 논리였다.
2011년을 맞은 지도 어언 3달째다. 그 동안 무엇이 변했을까. 여전히 ‘이명박 대통령’를 ‘쥐박이’라 부르고 ‘4대강 살리기 사업’은 ‘死대강 죽이기 사업’이라 불러야 그것이 곧 ‘대학생’으로의 자격이 있다고 은연중에 정의되어 있다.
이 같은 현상을 주도하는 것은 대략 ‘조중동’으로 지칭되는 대형 언론사보다는 해당 언론사의 기사를 모아 보여주는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비롯한 커뮤니티가 아닐까 생각한다. 예를 들어본다면, 우리 세대가 자주 접하는 ‘네이트’가 전달하는 뉴스 페이지의 댓글을 보자. 일단 정부를 ‘비난해야’ 추천을 받고, 사람들은 그 댓글의 높은 추천 수에 자연스럽게 ‘아 이게 여론이고, 옳은 것이다’고 착각하고 있다. 기사의 진위 여부는 생각하지 않는다.
진보건 보수건 할 것 없이, 다수의 의견에 대한 ‘반대’는 곧 극단적인 ‘수구꼴통’이나 ‘빨갱이’로 취급받으며 비자발적으로 이 사회의 외부인이 된다. 특히 상당히 눈여겨 볼 점이 인터넷의 경우 일종의 ‘침묵의 나선형 이론’이 상당히 잘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공론장으로의 역할이라는 본래 뜻과 달리 한쪽의 의견이 우위를 점할 경우 그 의견이 곧 여론으로 비춰질 만큼 그 외의 의견은 묵살되고, 사장되는 양태가 도드라지고 있다.
괴벨스가 군중심리라는 텃밭의 새싹을 틔웠다면 인터넷은 군중심리의 열매가 맺히도록 만들고 있다. 과연 그 열매가 약이 될 것인지 독이 될 것인지는 아직 예측할 수 없다.
다만 나는 2008년 여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이 침묵은 과연 언제쯤 끝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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