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여, 종이돌맹이를 들어라
청년들이여, 종이돌맹이를 들어라
  • 김태일 교수(정치외교학과)
  • 승인 2010.05.19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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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돌맹이(paper stone)라는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종이를 뭉쳐 만든 돌맹이냐고요? 아닙니다. 종이 돌맹이는 투표용지를 가리킵니다. 투표용지가 종이로 된 것은 다 아시는 일이겠지만 그것을 왜 돌맹이라고 하는지는 궁금하시지요?
과거에 우리가 독재정권과 싸울 때 공권력의 폭력에 저항하기 위해 손에 들었던 것이 돌맹이였습니다. 돌맹이는 자유를 지키는 수단이었고 민주를 실현하는 동력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바리게이트를 사이에 두고 최루탄과 돌맹이를 교환하면서 이루어졌습니다.
그런데 이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투쟁의 장은 거리의 바리게이트로부터 의사당의 발코니로 (from Barricade to Balcony) 옮겨갔습니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실현된 결과라 하겠지요. 따라서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힘도 돌맹이를 던지는 것(投石)이 아니라 표를 던지는 것(投票)에서 나오게 되었습니다. 투표는 민주화의 필수 조건입니다.
루소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국민들이 자유로운 것은 대표를 선출하는 순간뿐이며 일단 대표가 선출되면 다시 노예로 돌아가 버린다.’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지적한 것입니다.
투표장 문을 나서는 순간 다시 노예로 돌아간다는 말은 투표장에서만 주인이라는 것이지요. 그런데 우리가 투표를 하지 않으면 그 짧은 순간마저 주인 되는 것을 포기하는 꼴이 됩니다.
민주화 이후 우리나라의 투표율은 점차 낮아지고 있는데 특히 20대 청년학생들의 낮은 투표율은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아마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그럴 것으로 보여 많은 사람들이 염려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 금요일 제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과 함께 학교 안에서 부재자신고 캠페인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학생지원센터 옆 등하교 길목이나 도서관 옆 숲 속에서 만난 많은 학생들은 투표에 그다지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그와 같은 분위기는 우리대학 학생들만이 아니라 20대가 전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태도로 보입니다.
이미 여론조사를 통해서 확인하고 있는 바처럼 20대는 다른 세대에 비해 투표장에 가는 비율이 가장 낮을 거라고 합니다.
20대의 투표 참여율이 낮으면 어떤 일이 생기겠습니까? 20대가 추구하는 가치와 이익이 정책결정 과정에서 배제되는 것입니다. 정치란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제한된 가치를 나누어가지기 위해 투쟁하는 것이 정치의 본질이라는 얘기인데요. 선거는 이 배분의 기본 틀을 정하는 절차라고 하겠습니다. 선거에 참여하지 않으면 가치의 배분 과정에서 배제된다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신자유주의 경쟁에 내몰리고 있는 20대의 이익은 절박해 보입니다. 스스로 자신들의 이익을 표출하고, 집약하고, 의제화하지 않으면 누가 그것을 대신해 줄 사람은 없습니다.
‘2030정치주권네트워크’라는 단체가 ‘88만원 세대’라 부르는 젊은이들의 간절한 희망을 담은 정책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학자금 이자지원 조례 제정, 저소득층 등록금 전액 지원, 청년고용할당제 도입, 청년·청소년 아르바이트 보호조례, 청년 취업준비생을 위한 고용촉진장려금 도입, 청년 수강지원금 제도 실시, 자취방 보증금 저금리 대출, 대학생 임대 주택건설, 대학생 교통카드 할인, 대학생 친환경 급식 제공, 청년지원센터설립. 어떻습니까? 공감할만한 것들입니까?
청년 학생들이 ‘종이 돌맹이’를 들어야 하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자신들의 처절한 이익을 집약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하나는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공고화하기 위해서입니다.
지난 날 청년 학생들이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바리케이드 너머로 돌맹이를 날렸던 것처럼 이제 발코니를 향해 종이 돌맹이를 날려야 합니다.
정치외교학과 김태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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