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칼럼]Oh! Happy Day
[교수칼럼]Oh! Happy Day
  • 편집국
  • 승인 2007.06.2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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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식 교수
<국악과>
감기 치료하는 병원 옆에 ‘Oh! Happy Day’라는 쉼터가 있다. 아크릴과 유리로 지은 이 가건물은 누구나 들어와서 쉴 수 있도록 흰색 페인트가 칠해진 의자와 테이블이 있고 장작 난로도 있어서 실내에 가두어진 목련이 늦겨울인데도 벌써 꽃을 만발하고 있다. 여름에는 등나무가 햇볕을 가린다.
이 곳에서 쉬고 있는데 중절모와 한복에 마고자를 입은 한 노인이 들어와서 기다란 쇠집게로 난로 속에서 두 개의 종이컵과 타다 남은 나무토막을 꺼낸다. 그리고는 마고자 안주머니에서 꺼낸 담배갑을 열어서 초록색의 라이터를 뽑아내더니 종이컵에 불을 붙여서 난로 속에 넣는다. 이어서 쇠집게로 나무토막을 집자마자 떨어져 버린다. 노인은 다시 한 번 집게로 나무토막을 물어서 어떤 성취의 만족인양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그의 손은 메말라 보인다. 두 개의 종이컵이 과연 불쏘시개가 될까 싶은 나의 예상과는 달리 난로에서는 매캐한 냄새와 함께 연기가 새어 나온다. 나는 노인의 불지피는 기술이 좋다고 생각했고 나무토막마다 휘어진 못이 박혀있음으로 보아서 아마 공사장의 폐목을 날라온 듯 하다.
“쓸쓸하지요?” 노인이 갑자기 내게 말을 건네고는 “추우나 더우나 겨울이니까 따뜻해야지. 추우면 쓸쓸해요” 하면서 연신 난로 속을 살핀다. 그리고는 “나도 집에서는 꼼짝 안해요”라고 말하는데 난로는 드디어 더운 열을 내기 시작한다. 이제 되었다는 듯이 노인은 앉아서 한복 주머니 속에서 나오는 카세트의 대중가요에 맞추어서 까만 부츠의 발을 조용히 구르며 허공에 시선을 던지고 있으니 그의 안경이 환절기의 햇빛에 반짝거린다. 교회에서 세운 쉼터에서 저 노인처럼 작은 봉사를 하는 사람이면 틀림없이 신자일텐데 그의 몸에서는 가요가 흐르고 담배갑과 라이터가 나와서 교회 신자인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노인이 또 한복 주머니를 뒤지는데 동전 한 잎이 바닥에 떨어져서 또로록 구른다. 그는 동전을 주우면서 “커피 드실래요?”라고 내게 물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아! 저는 커피 안 마십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렇지만 금방, ‘저 노인이 사 주는 커피로 약을 먹을걸’하고 후회했다. 나는 건강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커피를 좋아했기 때문에 개강 때면 학생들에게 내가 커피를 마시지 않는 까닭을 자세히 설명한다. 쉬는 시간에 학생들이 자판기 커피를 빼어오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이다. 그러면서도 내 연구실엔 항상 커피가 준비되어 있으니 자유롭게 마시라고 권한다. 커피에 관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나이든 두 여인이 들어오면서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커피 드실래요?” “말만 아니라 진짜로요”라고 덧붙이는 말로 노인은 그 동안 여인의 호의를 사절했던 것 같다. 아니면 이전에 여인이 말로만 호의를 비치지 않았나 짐작해 보게 된다. 그 여인은 나에게도 “선생님은?” 하고 묻길래 “아! 감사합니다. 됐습니다”라고 대꾸했다.‘이 쉼터에는 따뜻한 정이 있구나’라고 느껴진 순간이었다.
노인은 자판기에서 받아온 커피와 함께 가요를 들으면서 이미 세탁할 때를 넘긴 한복 안주머니에서 두툼한 책을 꺼내어 읽기 시작한다. 멀리 보이는 책의 크기와 아래로 쓰인 글씨로 보아서 일본 전작 소설의 하나같다.
내가 쉼터에 게시된 교회 사람들의 사진을 보는 사이에 노인은 밖의 벤치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지나가는 여러 행인들이 그에게 인사를 건넴으로 보아 그는 이 쉼터에 줄곧 출근(?)하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라는 의사의 뜻밖의 인사가 상기되었다. 감기 치료도 드물고 쉼터에 와 본 지도 오래된 것은 평소에 병원, 경찰서, 세무서 등은 될수록 멀리 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생활하기 때문이었다.
나오면서 그 노인에게 목례를 하니 “살펴 가세요” 라고 낮은 소리로 받는다. 그 노인이 항상 ‘Oh! Happy Day’이면 여러 사람들이‘Oh! Happy Day’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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