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로를 거닌 사람] 삶의 터전을 사유하다! 정동락 대가야박물관장
[천마로를 거닌 사람] 삶의 터전을 사유하다! 정동락 대가야박물관장
  • 이승민 기자, 손유민 기자, 차승효 기자
  • 승인 2024.05.27 18: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물을 소개하는 정동락 동문
정동락 동문이 유물을 소개하고 있다
대가야박물관 입구
덩이쇠에 관해 설명하는 모습 

 

 문화는 삶을 지탱하는 힘이자 시대를 통찰하는 수단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여기, 대가야 문화를 최일선에서 지키는 문화 수문장이 존재한다. 이에 본지에서는 고령 대가야박물관에서 수호하는 정동락 대가야박물관장(국사학과 88학번)을 만나봤다.

 우리 대학교 국사학과에 진학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공업고등학교 재학 시절, 선생님이 말씀해 주시는 역사 이야기가 제게 흥미롭게 느껴졌어요. 그러다 보니 친구들이 취업전선에 뛰어들 당시 저는 사정이 생겨 대학교에 진학하게 됐고, 학창 시절 좋은 기억을 가진 국사학과를 선택했어요.

 대학에서의 경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기억은 무엇인가요?
 저의 은사님께서 강의하신 ‘한국고대사’ 수업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해당 수업은 직접 답사를 가서 고인돌이나 고분을 공부하는 수업이었는데 너무 재밌었죠. 어린 시절 부지런히 키운 한문 실력과 삼국사기를 읽는 취미 등이 전공에 흥미를 더했고, 결국 대학원까지 가게 됐어요.

 우리 대학교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시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모든 졸업생이 출신 대학에 대한 애정을 느낄 것이라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학연, 지연, 혈연 중 학연이 가장 의미 있다고 생각하고 있죠. 학생 때 맺은 관계는 다른 인연보다도 확장성이 뛰어나 다양한 경험과 의미를 남기기 때문이에요.

 우리 대학교 문학 석·박사 과정을 졸업하셨습니다. 대학원에서 문학을 전공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선 문학은 포괄적인 학문으로 역사, 철학 등 인문학을 말해요. 저는 고대 사람들의 생각과 고려시대 문화의 근간을 공부하고자 *선종불교를 전공했죠. 문화를 장미꽃에 비유하면 꽃잎은 겉으로 드러나는 의복, 언어 등이고 뿌리는 내재한 사상, 생각 등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어요. 종교라는 뿌리에서 피어난 꽃이 시대를 풍미하고 사람들에게 큰 영향력을 끼치는 것을 연구하며 문학에 몰두했습니다.

 대학원 박사 과정 수료 후 고령군 대가야박물관 지방학예연구사와, 현재는 대가야박물관 지방학예연구관을 맡고 계십니다. 두 직종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학예연구사와 학예연구관 두 직종의 큰 차이는 없습니다만, 학예연구관은 박물관의 종합적인 일을 하고 있어요. 기본적인 학예 연구부터 전시 운영, 박물관의 재산인 유물 및 시설 관리까지 하고 있어요. 한 마디로 학예연구관이 학예연구사보다 큰 틀을 담당한다고 볼 수 있죠.

 박물관의 지방학예연구사는 대체로 어떤 일을 맡나요?
 박물관과 관련된 학술 연구 조사와 전시나 유물 보존 및 관리를 하고 있어요. 상설 및 기획전시 운영, 대가야 및 고령지역사 정립에 따른 자료 수집 등의 활동도 수행하죠. 이러한 일은 사회교육의 일환이에요. 일반 시민들은 공교육 또는 대학 졸업 후에 받을 수 있는 교양 교육의 기회가 한정적이죠. 따라서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등이 우리 시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사회 교육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발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 맞춰 박물관 SNS 계정 관리와 홍보도 맡고 있어요.

 어떤 성향의 사람이 학예연구사 및 박물관장에 적합하다고 생각하시나요?
 학예연구사는 연구직이기 때문에 방 안에서 연구만 해도 행복한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예를 들면 좀 과묵한 사람이죠. 다만, 박물관장의 경우 우리 박물관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보여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말을 풀어나갈 수 있고 사회성이 뛰어난 사람들에게 잘 맞을 것 같아요.

 자격시험 등 학예연구사와 박물관장이 되기 위한 관문에는 무엇이 있나요?
 우선 학예연구직은 석사 이상의 학력이 요구되며 경력경쟁채용으로 채용되는 경우가 많아요. 이 중에서도 학예연구사가 되려면 학예사 자격증을 따야 하죠. 저 같은 경우에는 박물관장이 되기 위해 공채 면접도 봤죠.

 대가야박물관장으로서의 하루 일과가 궁금합니다.
 오늘의 일과로 설명해 드리자면, 우선 아침부터 손님을 맞이했어요. 오전에 방문하신 손님은 사업을 위해 고령에 오셨다가 박물관을 관람하셨죠. 이후에는 고령군청에서 열린 군청 회의에 참석했고, 궁성 발굴 조사에 참관하며 아주 바쁜 하루를 보냈네요(웃음).

 대가야박물관은 대가야역사관 왕릉전시관 우륵박물관 등으로 구성돼 있어 큰 규모를 자랑합니다. 박물관장님께서 가장 좋아하는 구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제가 좋아하는 구간과 손님들이 좋아하는 구간이 비슷할 것 같은데요. 지산동 44호 고분군을 복원해 둔 왕릉전시관을 좋아합니다. 이 고분군은 가장 많은 수의 순장자가 나온 무덤으로, 무덤의 내부 형태, 출토품 등을 그대로 재현해 뒀어요. 거대한 규모의 고분 내부를 본뜬 것이라 저와 마찬가지로 관람객에게도 인상 깊은 공간이 될 것이라 생각해요.

 작년부터 대가야박물관은 입장료를 받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올해 관람객이 지난해보다 2배 급증했는데, 입장료를 없애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고령 지역에 더 많은 사람이 찾아오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 가장 커요. 입장료를 없애며 박물관의 문턱이 기존보다 낮아졌기에 많은 사람에게 우리의 유적을 자랑할 수 있죠. 매년 입장객이 12만을 상회하지만, 입장료를 없앤 후 그 수가 2배 급증했다는 사실에 참 기분이 좋네요.

 대가야박물관은 여러 방면에서 고령 지역에 기여하는 바가 큽니다. 관광객의 유입 증가 등 박물관을 통해 기대하는 효과가 있다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요?
 실제 박물관의 관람객이 10~15만 명쯤 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관광객의 유입을 통해 지역을 관광지로 변모시키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이뤄낼 것이라 기대해요.

 가야토기 캐릭터 만들기, 대가야 이야기 스탬프 책자, 대가야 금동관 만들기 등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중 어린이들에게 가장 만족도가 높은 프로그램은 무엇인가요?
 
어린이 손님들은 대가야 금동관 만들기를 가장 좋아하는 것 같아요. 자신의 손으로 직접 금동관을 만들어보고, 실제로 착용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가 높죠.

 대가야박물관은 고령 지산동 고분군에서 출토된 다양한 부장품들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출토품은 어떻게 관리되는지 궁금합니다.
 출토품은 국가의 기본 재산이기 때문에 무덤 발굴 후 엄격한 절차를 통해 보관 및 관리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어요. 현재 우리 박물관에서 전시하고 있는 출토품은 관리하는 보존품전체의 20%도 안 될 거예요. 대부분은 지하에서 관리되고 있고, 일부만 관람객들에게 보여드리고 있죠.

 관장님께서 가장 인상 깊게 생각하시는 출토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물산동 글씨 기와 조각을 말하고 싶네요. 지산리 모산골에는 과거 대사찰이 존재했음을 알 수 있는 *당간지주가 있어요. 이 지산리 당간지주를 통해 모산골에 절이 있었다는 사실은 확인됐지만 절의 이름은 알 수 없었죠. 그리고 몇 년 후 공사 현장에서 우연히 ‘물산사(勿山寺)’라는 글씨가 적힌 기와 조각이 발견됐어요. 즉, 사라진 절 이름은 물산사이고, 지산(池山)리라는 마을 이름은 이 절에서 따왔음이 밝혀졌죠. 이 기와 조각은 동네의 역사를 재조명한 보물이에요.

 한 길만 파고든 학자의 삶을 살아오셨습니다. 이에 따른 현실적인 어려움은 없으셨습니까?
 저는 여러 분야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기 때문에 한 길만 파고들지는 않았다고 생각해요. 역사를 배우며 선인들의 지혜를 배우고 나의 삶과 지난 선택을 점검할 수는 있지만, 이 학문을 연구한다고 해서 돈이 되지 않는 점이 현실적인 어려움이죠.

 해당 어려움을 극복한 방법은 무엇입니까?
 저는 어려움을 동반자라 여겨요. 현실적인 어려움을 극복할 수는 없어도 이들에 지지 않고 이런저런 일을 했죠. 물론 운이 좋았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박물관장님과 대가야는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 같습니다. 박물관장님께 ‘대가야박물관’은 어떤 의미를 지니나요?
 대가야박물관은 제 첫 직장이자 자아실현을 이루게 해준 곳이에요. 현장에서 국사와 관련된 일을 가능케 해준 둥지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박물관장으로서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임기의 마지막 날까지 무탈하길 바라요. 또한 전국 유일의 대가야박물관이라는 위상에 걸맞게 학생들이 이곳에 더욱 찾길 바라고 있죠. 더불어 이를 널리 알릴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싶네요.

 한 사람으로서 ‘정동락’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전국 유일의 대가야 전문 박물관인 만큼 최고의 박물관이 되도록 하고 싶어요. 또 은퇴 후에는 휴식의 시간을 충분히 가진 후 저의 전공인 선종불교를 더 연구하고 싶죠.

 역사, 문화에 관한 진로를 꿈꾸는 우리 대학교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고고학 분야를 공부해도 좋을 거 같아요. 역사학만을 단일 전공해서는 진로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그러나 실리적인 관점에서 그치지 않고 모두가 역사에 관심을 가지면 좋겠어요. 역사는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기 때문이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십니까?
 교수님들께 시간을 내 일부러 찾아가서 뭐든 물어보세요. 한 분야에 깊이 공부한 사람과 대화하며 얻을 수 있는 지혜는 책과는 또 다른 경험입니다. 또 청춘 시절, 많은 문학 작품을 접하고 인간에 대해 사유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자본주의 시대에 문학 역사 철학은 경시되기 쉬우나 이들과 가까이 지낼 때 우리는 삶의 풍요를 느낄 수 있어요. 미래 사회에서 활동할 여러분은 부디 문학과 자주, 많이 만나길 바랍니다.

 *선종불교: 선종은 개인의 수양과 깨달음을 중요시하는 불교로 8세기경 신라에 처음 들어와 호족들을 중심으로 발달했고, 고려를 거쳐 조선 시대까지 이어짐
 *당간지주: 사찰에서 기도, 법회와 같은 의식이 있을 때 깃발을 달아두는 기둥의 받침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