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으로 알아본 건강이야기]감기약
[약으로 알아본 건강이야기]감기약
  • 편집국
  • 승인 2007.06.21 15: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나라 의사나 약사에게 감기보다 더 고마운 병은 아마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감기가 개업한 의사와 약사의 수입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큰 것이 첫 번째 이유이지만 일년 열두달 끊임없이 발생하여 주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이유가 된다. 게다가 그다지 심각한 병도 아니고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나아주어 잘못 치료했을 때 생기는 위험부담도 없으니 더욱 그렇다.
도대체 이 감기라는 병은 무엇 때문에 발생하는 것일까? 감기는 바이러스라는 아주 작은 미생물이 우리 콧구멍이나 목구멍의 축축한 부분을 침범하여 그 곳에서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것이 원인이다. 그래서 감기는 전문용어로는 상기도염이라고 불린다. 바이러스는 생명체와 무생물의 중간적인 위치에 있기 때문에 생명체로 보면 미생물이라고 부를 수도 있지만 무생물로 보면 미립자라고 불러야 옳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편의상 미생물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이 감기 바이러스가 우리 몸을 직접 공격하여 위태로운 지경으로 만드는 일은 극히 드물다. 우리 몸에는 이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키는 여러 가지의 방어무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때로는 이 방어무기가 지나치게 작동하여 오히려 건강을 위태롭게 하기도 한다. 마치 전쟁에서 아군의 방어용 포탄이 아군을 다치게 할 수도 있는 것과 똑 같은 이치이다.
감기의 증상 중에서 콧물, 재채기, 코막힘, 기침, 열, 두통 등이 모두 이런 아군의 방어용 무기의 일환이며 감기가 나아가는 과정에 필수적인 요소이지만 지나치면 도리어 인체에 해를 주기도 한다. 놀랍게도, 공자가 말한 ‘과유불급’ 이라는 금언은 여기에도 적용된다.
감기 바이러스의 종류는 현재 확인된 것만 하여도 약 2백여 종류나 되고 미확인된 것까지 합치면 약 5백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에서 가장 흔히 감기를 유발하는 것으로 ‘라이노 바이러스’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습도가 낮은 환경일수록 잘 생존(?)하고 반대로 습도가 높은 환경에서는 쉽게 죽는(?) 특성이 있다. 이 감기 바이러스가 콧속에 있는 축축한 부분을 침범하면 인체의 코안에 있는 세포들은 바이러스의 이 약점을 간파(?)하고 콧물을 많이 만들어 낸다. 초기감기의 콧물 재채기 증상은 바로 바이러스를 죽여버리기 위한 방어용무기인 것이다.
초기 감기약으로 약국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코감기약이나 종합감기약들은 대개 콧물이 덜 나오게 하는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항히스타민제나 또는 슈도에페드린이라는 성분이 바로 그런 기능을 하는 약인데 이들은 콧속에 분포되어 있는 작은 모세혈관을 수축시킴으로서 콧물이 생기는 과정을 차단하여 콧속을 건조하게 하여주고 콧물이 마르게 하는 작용이 있다. 항히스타민제가 함유된 감기약을 독하게(?) 지어 먹으면 콧속이 금방 건조해지고 재채기도 없어지므로 사람들은 “옳지! 감기가 나아 가는구나” 하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항히스타민제의 작용으로 코 안이 건조해진 것일 뿐 바이러스들은 건조해진 환경에 너무 행복해 한다.
감기약을 먹고 며칠이 지나면 말간 콧물이 멈추고 누런 콧물과 가래가 성해지는 것을 겪은 것은 나만의 경험은 아닐 것이다. 이제 코감기를 일으켰던 ‘라이노 바이러스’는 우리 몸의 방어용무기가 쉬는 틈을 타 상악동과 기관지에 염증까지 일으킨 것이다! 겨울철에 감기환자가 많은 이유도 바로 공기 중의 습도가 여름철보다 낮기 때문이다.
유봉규 교수 〈약학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