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수업을 듣고 공부하고 취업을 준비한다. 사회인이 되면 대부분 일을 준비하거나 직장에서 일하는 데에 일주일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열심히 사는 이유를 물으면 대부분 ‘행복’해지기 위해서라고 답한다.
그렇다면 당신의 행복은 무엇이며 어떤 것을 할 때 행복한가. 같은 물음을 받았을 때 나는 섣불리 답하지 못했다.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현재를 살아가는 데에만 집중해서 내가 추구하는 행복을 생각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복에 휴식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백번 동의한다.
소는 투우장 안쪽의 소만 아는 장소에서 숨을 고르고 회복한다. 그 장소를 스페인어로 퀘렌시아라고 부른다. 피난처, 안식처라는 뜻이다. 이는 장소에 한정되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하는 시간도 포함된다. 나에게 퀘렌시아의 시간은 언제일까?
나의 가치관은 “불확실성을 즐기자”이다. 새로운 활동에 도전하기를 즐기고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앞뒤 따지지 않고 일단 지르고 본다. 그러다 보면 즐거울 때가 더 많지만 지치기도 한다. 이럴 때 나만의 방법으로 휴식을 가지면 다시 힘차게 나아갈 수 있다.
책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에서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삶은 자주 위협적이고 도전적이어서 우리의 통제 능력을 벗어난 상황들이 펼쳐진다. 그때 우리는 구석에 몰린 소처럼 두렵고 무력해진다. 그럴 때마다 자신만의 영역으로 물러나 호흡을 고르고, 마음을 추스르고, 살아갈 힘을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숨을 고르는 일은 곧 마음을 고르는 일이다.”
나의 퀘렌시아는 두 가지로 나뉜다. 일상에서의 퀘렌시아와 일상을 벗어난 퀘렌시아. 전자는 주말에 늦게 일어나 수영장 가기,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낮잠 자기,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산책하기, 동네 작은 도서관 테라스에서 책 읽기 등이 있다. 후자의 경우 낯선 곳으로의 여행이다. 스트레스가 극심할 때나 반복되는 일상이 지겨워질 때면 가까운 곳에 짧게라도 여행을 떠난다. 평소라면 싫증이 났을 일도 여행지에선 새롭고 대체로 즐겁다. 퀘렌시아에만큼은 고민거리나 걱정거리를 가져가지 않는다. 휴대폰도 꺼둔다. 오직 나에게만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고 오면 다시 일상을 살아갈 힘이 생긴다. 바쁜 사회에서 모두가 자신만의 영역을 고민해보고, 그곳에서 마음을 고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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