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회 천마문화상-대상(시)]
[53회 천마문화상-대상(시)]
  • 권승섭(명지대 문예창작학과)
  • 승인 2022.12.01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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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닻

 

 

숲 가장자리 햇볕이 잘 드는 자리에 핀 꽃 1)이 배를 정박시키고 있다 장마를 실은 여름은 흘러가는 힘이 있어서 잠시 닻을 내리고 쉬어간다 허공을 파고드는 꽃잎

 

숲에 비가 온다

여름은 짐을 내리고

 

점점 높아지는 수위

 

어부가 바다에 닻을 던지는 힘이 허공을 고정하는 힘이 숲을 잠잠하게 한다

 

멈추게 하지 못한 비밀과 닻을 던지지 못한 배는 밀려가고 멀어져만 가고 비밀은 꽃말 생긴 순간부터 그건 비밀이 아니었다고

 

꽃봉오리 속에서 풀리는 꽃잎

 

더 비우고 채울 것이 많아 묶어둔 시처럼 배가 홀로 있다

 

멀어지는 배의 뒷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배를 묶어둔다는 생각 못 했을 때 사람들은 많은 배를 떠나보냈을 것이다 풍랑 속을 홀로 떠도는 배와 앞으로만 끝없이 나아가는 물결과

 

꽃이 떨어지고 다시

묶인 배들이 줄지어 출발한다

 

꽃말을 싣고 멀리멀리 떠나가고 있다

 

1) 강원도 숲속에는 하늘 높이 닻을 들어올린 모양의 닻꽃이 핀다. 어부의 꽃이라 사람들은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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