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워싱’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친환경인 듯 친환경 아닌’ 기업의 정책을 의미한다. 이는 일부 기업이 시행하는 환경 친화 정책의 위선을 지적하며 등장한 단어이다. 친환경이 아니면서도 친환경을 가장하는 그린워싱이 남긴 발자취를 따라가 본다.
최근 *ESG 경영이 트렌드로 부상하자 많은 기업이 친환경 정책을 펼쳤다. 기업들은 ESG 경영의 효과를 거두기 위해 친환경 캠페인 등을 통해 소비자들이 ‘친환경’을 구매의 주요인으로 인식하도록 했다. 그러나 일부 기업에서는 친환경이 아닌 상품을 친환경으로 속여 판매해 화두에 올랐다. 이처럼 환경에 친화적이지 않은 제품을 친환경 제품인 것처럼 위장해 소비자를 현혹하는 행위를 ‘그린워싱’이라 일컫는다.
그린워싱, 그것이 알고 싶다=지난 2021년,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친환경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의도로 다회용 컵 이벤트를 진행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제작 및 폐기 과정에서 다회용 컵이 일회용 컵보다 13배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했다. 이에 대해 김민조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다회용 컵이 마케팅 대상이 돼 무분별하게 생산되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한 이니스프리는 친환경을 강조하며 ‘페이퍼 보틀’을 출시했으나, 실상은 플라스틱병을 종이로 감싼 제품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대해 이니스프리 관계자는 무색 폴레에틸렌 재질의 내용기를 사용해 기존 제품 대비 51.8%의 플라스틱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페이퍼 보틀, 즉 ‘종이 용기’라는 문구를 통해 소비자들의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는 문제점이 제기됐다.
ESG 경영의 빛과 그림자=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서 낸 보고서에 따르면, 녹색 제품 구매 경험은 2013년 58.4%에서 2019년도에는 87.8%에 이르렀다. 이와 같이 친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가중되자 일부 기업은 ESG 경영을 이용해 기업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표면적으로 시행된 친환경 정책으로 인해 ESG 경영이 그린워싱의 배경이라고 지적됐다.
지난 2020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기후변화를 포함해 사회 문제를 일으키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ESG 경영을 경영 평가의 주요 지표로 제시했다. 이에 많은 기업이 친환경 정책을 통해 환경 친화적인 기업 이미지를 구축하고 홍보 전략으로는 그린마케팅을 채택했다. 소비자들 역시 ESG 경영을 추구하는 기업의 친환경 정책을 선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윤정현 교수(경영학과)는 “ESG 경영이 기업과 소비자가 환경 경영을 인식하도록 하는 계기가 됐다”며, ESG 경영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일부 기업에서 ESG 경영 활동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공시해야 할 의무가 있으나 이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다. 이로 인해 기업의 정보 축소·과장 및 은폐 행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금융 서비스 회사 퀼터가 지난 5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들이 그린워싱 제품으로 녹색 인증을 과장하는 행위에 대해 투자자들의 절반이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국가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표시 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과 「환경 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을 통해 그린워싱을 관리하고 있다.
*ESG 경영: 기업 활동에서 사회적, 정치적 요소뿐만 아니라 환경적인 측면과 같은 비재무적 가치가 기업 활동의 중요한 평가 지표가 되는 것
그린워싱에 대한 사회의 목소리
우리 사회에는 그린워싱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이 존재한다. 누군가는 과장된 홍보에 대한 비판의 시선으로, 누군가는 구별해 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본다. 이에 본지에서는 그린워싱에 대한 다양한 의견에 대해 들어봤다.
그린워싱, 방지하려면=일각에서는 기업의 친환경 정책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이를 과장한다면 비판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2020년, 애플사는 아이폰 12를 출시하며 친환경을 위해 충전기를 구성품에서 제외했다고 홍보했으나, 제품 포장재의 재질이 비닐이라는 점이 알려져 비판받았다. 이에 대해 김창균 인하대 교수(환경공학과)는 “제품 자체가 친환경적으로 변화하지 않는다면 친환경에 대한 기업의 추구는 미미하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그린워싱을 방지하기 위해 기업의 친환경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은 협력업체와 함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도록 물류를 운송하는 과정에서 물류차를 친환경 차량으로 대체했다.
소비자의 역할도 중요=소비자가 그린워싱을 구별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소비자들이 친환경 제품과 그린워싱 제품을 구별하는 능력을 기르면 기업의 기만적 행태를 축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사회 각층에서는 소비자가 그린워싱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캐나다의 친환경 컨설팅 회사인 테라초이스는 ‘그린워싱의 7가지 죄악들’이란 보고서를 발표해 그린워싱을 판단하는 기준을 알렸다. 김민조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그린워싱의 구분 기준으로 ‘친환경 정책의 지속성’을 제시했다. 이는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화장품 기업이나 기업 이익의 일정 비율을 꾸준히 사회에 환원하는 기업이 그 예시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영남 say, 친환경=본지에서는 기업의 친환경 정책에 대한 우리 대학교 학생들의 생각을 알아보기 위해 ‘그린워싱에 대한 우리 대학교 학생들의 인지도 조사’를 실시했다.
일부 학생들은 기업의 일부 친환경 정책이 궁극적으로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이를 그린워싱으로 단정 짓는 것을 반대했다. 익명을 요청한 A 씨는 “문제가 있는 친환경 정책이더라도 기업이 환경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 자체가 소비자들의 인식에 변화를 줄 수 있다”며 긍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반면 기업이 의도한 것보다 실제 효과가 미미한 경우가 많아 기업의 일부 친환경 정책을 그린워싱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정유이 씨(생화학1)는 “기업들이 리유저블 컵 등을 활용해 친환경 이미지를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환경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