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천마문학상 시 부문은 예년에 비해 투고작의 수나 수준이 다소 저조했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해 외부 생활이나 접촉이 줄어들어 표면적으로는 책을 읽거나 글을 쓸 시간이 늘어난 것으로 생각되었지만, 예상보다 이에 상응하는 결과들은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다수의 문학상 공모전에서도 확인되는 바이다. 문학적 자극과 영감은 경험의 감각과 뗄 수 없으며 머리에서 만들어지는 상상은 제한적임을 재삼 생각하게 된다.
예심을 거쳐 올라온 작품 중에 「크레인」, 「첫사랑」, 「리베로」, 「여수」 등이 논의의 대상이 되었으며, 함께 투고한 작품들을 참고하였다. 이들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아쉬웠던 것은 시적 사유를 밀고 가는 힘의 부족, 이와 더불어 개성의 개진이 약하다는 점이었다. 이 문제는 문학 창작이 학교 교육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일정한 수준의 작품을 만드는 창작의 기술, 그렇게 습득(習得)한 기술을 보여주는 정도로는 자기 개성을 성취하기 어려울 것이다. 대상으로 결정된 「여수」 역시 이러한 한계로부터 전혀 자유로운 것은 아니었지만, 절제된 언어와 진지한 사유가 돋보였다. 특히 이 시의 배음(背音)이 되고 있는, 현실의 세계를 자신의 내부로 받아들이려는 섬세한 시적 감도(感度)와 이와 연계된 ‘시의 윤리’에 대한 시적 고민은 다른 투고작들에서 발견되지 않는 미덕이었다. 모든 응모자들에게 격려의 말을, 수상자에게는 축하의 말을 전한다. 미학적 힘과 용기를 갖추어 멀리까지 자신의 말을 밀고 나가길 바란다.
저작권자 © 영남대학교 언론출판문화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