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봉] 변화를 만들어 내도록 하는 사람
최근 대학가는 최순실 게이트로 뜨겁다. 하지만 사안에 대한 반응은 조금씩 다르다. 일부 대학은 총학생회 단위에서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는 현 사안에 대해 지성인으로서의 행동을 보여주고 있다. 또 다른 대학은 ‘정치적 중립’ 등을 이유로 시국선언에 대한 요구를 거부하기도 했다. 이에 일반 재학생들이 시국선언단을 만들어 움직이기도 했다.
우리 대학교 역시 많은 학생들이 총학생회의 움직임을 요구했다. 이에 학생회는 현안에 대한 성명문을 발표했지만, 그 후 더 적극적인 의견표명 요구가 이어졌다. 학생회는 일련의 의견들과 요구에 대해 ‘성급하게 시국선언문’을 발표할 수는 없기에, ‘우리 대학교 학생들의 동의’를 얻은 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후 학생의견수렴은 학생회를 중심으로 sns메신저 등을 통해 이뤄졌다. 이에 참여하지 못한 많은 학생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의견수렴을 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그렇게 의견을 수렴 후 학생회의 시국선언이 이뤄졌지만, 긴 시간 행보를 지켜본 구성원들의 기대가 무색하게 시국선언은 4분 만에 마무리됐다. 질의응답 시간은 없었다. 얼마나 오랜 시간 시국선언이 이뤄졌냐는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시국선언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 일부 재학생이 먼저 움직이고 있었고,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나아가겠다고 한 만큼 시국선언에, 앞으로의 행보에 더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앞으로의 뚜렷한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었다.
물론 현안에 대한 각 대학 학생회의 조심스러움을 이해못하는 것은 아니다. 섣부른 시국선언문이 총학생회 탄핵안 제출로 이어진 학교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학생들의 사회현안에 대한 관심은 많이 줄어들었고, 학생회의 사회적 문제와 관련한 활동 역시 마찬가지기에 더 조심스러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잊지 말아야 했던 것은 학생회의 의미와 역할이다. 학생회는 다수 학생의 목소리를 대표로 내는 곳이기도 하지만, 소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또한 대학이 처한 불의에 맞서고, 정의롭고 가치있는 대학 자치를 위한 담론을 조성해야 한다. 불의에 침묵하는 것이 정치적 중립이라면, 이를 지켜야 할 가치는 없다. 학생들이 시국선언을, 지성인으로서의 행동을 보여줄 것을 요구하기 전에 먼저 움직였어야 했다. 타 대학교가 하기에 우리도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소수의 의견으로 움직일 수 없어서가 아니다. 많은 학생들이 본인의 의견을 먼저 표현하지 않기에, 그 시발점이 되는 소수의 의견은 중요하다. 가치의 흐름과 시대의 변화를 알리는 손짓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가치가 있다. 학생 다수의 의견을 들어보려 했다면 의견수합 과정에서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했고, 시국선언 발표 준비에 걸린 시간을 납득할 수 있는 행보를 보여줘야 했다. 그것이 어떤 입장이든 말이다. 재빠른 의견수합으로 잠자고 있는 학생들을 깨우고 함께 움직여야 했다.
핀란드의 국민엄마라 불리는 타르야 할로넨 핀란드 전 대통령은 말한다. “기억해야 하는 것은 리더란 변화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국민이 변화를 만들어 내도록 하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라고. 큰 변화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의 요구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여론을 조성하고 함께 불의에 맞서 의견을 주장하며 공감하는 것이 우리가 우리의 대표자에게 바라는 모습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변화를 만드는데 함께 할 수 있는 리더를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