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사각] 학생회는 투표하는 학생들이 만든다

2015-11-16     박상준 대학사회부장

 몇 가지 질문으로 시작하겠다. 학생회 선거일이 언제인지 아는가? 총학생회 후보자가 누구인가? 후보자 공약집을 읽어봤는가?

 오는 18일, 학생회 투표가 시작된다. 학생의 대표자가 선출되는 어떻게 보면 중요하고 특별한 날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는 무엇 때문에 선거를 하고 있는가. 공약집을 꼼꼼하게 읽어보고 투표하는 학생들이 얼마나 될까. 본지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후보자의 이름과 공약을 모르는 학생이 70%에 육박했다. 생각보다 높은 수치가 나와 놀랐다. 이름도 모르고 공약도 모르는 후보자에게 투표를 하는 것이다.

 해마다 투표율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60%대다. 10명 중 4명은 투표를 하지 않는다. 단과대학이나 학생회 선거는 50%를 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해 연장투표를 하는 곳도 많다. 수도권 지역은 저조한 투표율로 선거가 파행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렇게 보면 우리 대학교는 투표율이 낮은 편에 속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 정도 투표율로 선출된 대표자를 진정한 학생 대표자라고 부를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수업 가기 전 잠깐 들려 학생증을 제시하고 투표용지를 받아 도장 하나만 찍으면 되는 그런 쉬운 일이다. 당연히 재학생이라면 행사해야 하는 권리를, 1년에 단 한 번뿐인 이런 날을 너무 쉽게 날려버리는 것 같다. 그리고 투표도 하지 않고 학생회를 비난하고, 축제 때만 반짝 좋아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학생회를 학생들의 축제를 준비하기 위해 존재하는 자치기구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요즘 선거에서는 경선 구도를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의 대학이 러닝메이트 방식으로 선거를 치르고 있는데, 후보자가 없어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되고, 보궐선거를 치르는 경우가 많다. 우리 대학교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선거가 단선이고, 후보자가 없는 단과대학도 보인다. 당장 총단위 자치기구인 총여학생회부터 후보자가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원인에는 학생회에 대한 학생들의 무관심이 가장 클 것이다. 그리고 한국 정치의 모습과 비슷한 비리와 부정도 한 몫 할 것이다. 기계공학부만 봐도 특정 후보자를 당선시키기 위해 미리 후보자들의 심사서류를 개봉해 부실한 자료를 보충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처럼 부정선거가 대학 선거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결국 학생회는 자연스럽게 학생들의 신뢰와 관심을 잃게 될 것이다.

 공약에 대해 생각해보자. 지킬 수 없는 공약을 내는 곳은 이제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학생회와 차별이 없는 공약을 들고 나오는 후보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학생들의 기대치 이하의 공약을 들고 온 학생회를 누가 뽑아주려고 할까. 경선의 경우 선본들의 공약이 비슷한 경우도 많다. 그래서 결국에는 공약이 아닌 인맥 싸움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결국 이런 상황이 학생회에 대한 무관심을 불러일으켰다고 보면 된다.

 이런 상황을 지켜만 볼 것인가. 학생 사회를 바꾸고 싶으면 투표부터 해야 한다. 물론 쉽지는 않을 것이다. 누군가의 한 표가 학생 사회를 바꿀 수 있을 것이다.

 프레지던트라는 드라마에 나오는 대통령 후보자의 한 대사로 글을 마무리하겠다. “대통령은 투표하는 국민들이 만드는 겁니다. 정치인들은 표를 먹고 삽니다. 세상의 어느 정치인이 표도 주지 않는 사람을 위해 발로 뜁니까. 여러분들은 투표 안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영어사전은 종이채 찢어먹으면서 기껏 해서 8장짜리 손바닥만한 선거 공보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권리 위에 잠자는 사람은 보호받지 못합니다. 투표를 하지 못하는 계층은 결코 보호받지 못합니다.”

 11월 18일, 여러분의 대표자를 직접 선택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