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아마추어’다
소치를 뜨겁게 달궜던 동계 올림픽이 얼마 전 끝났다. 국내 쇼트트랙의 파벌 싸움과 김연아 선수가 은메달을 획득한 피겨스케이팅에서의 편파 판정 논란 등 불미스러운 일들도 있었지만, 전 세계인의 축제인 올림픽답게 지난 24일의 성대한 폐막식을 끝으로 16일간의 일정은 막을 내렸다.
고대올림픽은 기원전 776년에 시작돼 기원후 334년까지 총 293회가 치러졌다. 고대올림픽을 두고 흔히 ‘순수한 아마추어리즘(amateurism)의 장’이라 일컫는다. 아마추어리즘은 체육학대사전에 의하면 “스포츠를 생계의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즐기기 위한 활동으로서 하는 태도”를 말한다. 스포츠의 특성상 경쟁을 전제로 하는 올림픽이 위와 같은 명칭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이 운동선수가 아닌 다른 직업을 갖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또한 성적에 관계없이 올림픽에서 이뤄지는 활동 자체를 즐겼기 때문이다. 이 시기 올림픽은 ‘경쟁’보다는 ‘화합’이 주목적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는 1896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근대올림픽이 새로이 시작된 후 점차 변질되기 시작했다. 본래 목적이었던 ‘세계인의 화합’은 뒷전이 되고 대회 자체가 상업성을 띠게 된 것이다. 또한 강대국들의 이권 개입으로 축구, 농구 등 일부 종목은 프로선수들도 참가할 수 있게 규정이 바뀌었고, 메달의 수가 해당 국가의 국력을 나타내는 지표가 됐다. 이뿐만 아니라 국가 또는 선수들 간의 과도한 경쟁의식은 약물을 복용하거나 심판을 매수하는 등의 불상사를 야기시켰다. 앞서 언급했던 국내 쇼트트랙계의 파벌 싸움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 같은 사실이 지금 한창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 우리에게, 또는 이제 들뜬 마음으로 캠퍼스를 누빌 신입생들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아마추어리즘’은 단지 스포츠 경기에만 국한된 개념일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때로는 대학생으로서 살아가는 것 역시 선수들이 운동경기를 벌이는 것만큼이나 치열하다. 학점 관리와 대외 활동, 자격증 취득과 인턴 경력 쌓기 등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은 마치 올림픽에서 육상 경기를 치르는 것처럼 느껴진다. 어쩌면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요즘 대학생들은 이른바 ‘프로 취업 선수’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지금 기원전 고대올림픽에서 꽃 피웠던 ‘아마추어리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들이 진정 나의 행복을 위해 스스로 즐길 수 있는 활동인지, 그렇지 않다면 무조건적인 경쟁의식 속에서 목표 없이 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날씨가 많이 풀린 요즘 학교 근처를 돌아다니며 신기하다는 듯 두리번거리는 신입생들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벌써 봄이 오고 있는 듯하다. 새로운 학기의 시작은 새내기들에게도, 나 같은 이른바 ‘헌내기’들에게도 항상 새롭다. 이제 우리는 긴 방학 동안 조금은 풀어졌던 마음을 다잡고 다시 달려야 한다. 또 한 번의 긴 레이스가 시작되려는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아마추어인가, 아니면 프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