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회 천마문화상 소설부문 당선작 작품해설
당선자 이혜진
이야기는 어렵지 않다. 대머리 남자와 유난히 키가 작은 남자의 고군분투 적인 하루 에피소드다. 가뿐한 느낌으로 한 마디 던지고 있지만 실은 결코 가벼운 이야기는 아니다. 살아감에 있어 겪게 되는 좌절과 분노, 포기와 오기를 소설의 핵으로 손꼽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삶이 고되다고 해서 이 두 남자까지 우중충하게 끌고 가고 싶지는 않았다. 물론 언뜻 보면 이들의 신세는 한없이 처량해 보이지만 결국은 살아가게 된다. 삶의 한 가운데에 절망이 있듯 절망의 끄트머리에는 희망이라는 놈이 매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하필 키가 작은 남자와 대머리 남자를 주인공으로 선택하게 된 걸까. 아마도 그 계기는 2주일 치의 아르바이트 시급을 떼먹고 도망간 오락실 사장을 잡으러 다닐 때였던 것 같다. 상품권을 몰래 현금으로 교환해주다가 걸린 사장은 땅딸보 대머리였다. 당시 나는 어렸기에 사장이 하는 짓의 부적합성을 알지 못했기에 뒤늦게 손해를 보게 된 참이었다. 셔터가 내려진 오락실에 며칠을 꼬박 드나들다가 어느 날 우연히 사장의 뒷모습을 보았다. 자물쇠를 여는 와중에도 누가 올새라 두리번거리는 사장의 민머리가 땀에 젖어 번들거렸다. 그 뒷모습을 보며 내가 느꼈던 분노와 회의, 서글픔을 주물거린 결과, 소설 속 재구와 주완을 빚어낼 수 있었다.
재구와 주완은 연체동물처럼 흐느적거리며 삶을 유영하고 있다. 어쩌겠는가. 현실인 것을. 그러니까, 치타처럼 날쌔고 용맹한 육식동물은 될 수 없었지만 끈덕지게 살아남는 것도 중요하다는 거다. 이들이 소주 몇 잔에 서글픈 마음을 덜어낼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도시는 지긋지긋 할 정도로 붐빈다. 소리와 냄새, 몸과 돈이 고여 북적거린다.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이 적막한 회색빛 세렝게티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을, 그들에게 이 작품이 위로가 될 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