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회 천마문화상 평론부문 심사평
정지창 교수(독어독문학과)
「病든 현실, 리얼한 진보를 위하여」와 「존재의 언어로 시대를 시적으로 거주한 生의 시인」은 각각 오장환의 시 두 편과 김수영의 시 세 편을 분석한 글인데, 본격적인 문학평론에는 못 미치는 레포트 같은 느낌이다. 문학평론이라면 적어도 작가의 모든 작품에 대한 독해를 바탕으로 자기 나름의 새로운 관점과 해석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미지의 사용과 변주 그리고 진화」는 진은영의 시집 『우리는 매일매일』과 『일곱개의 단어로 된 사전』을 세밀하게 분석한 글이다. 이미지의 변용이라는 통로를 통해 진은영의 시에 접근하고 있는데, 시를 이해하는 섬세한 감각(그것은 시에 대한 깊은 애정을 통해서만 가능한 능력이다)과 이것을 정확하고 알기 쉬운 말로 표현하는 솜씨가 빼어나다.
「이상의 <날개>, 백가흠의 <귀뚜라미가 온다>에 드러나는 카니발 세계 - 키치적 호기심을 중심으로」는 ‘키치적 호기심’이라는 문제의식을 통해 두 작품을 분석한 글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러한 잠재된 욕망의 표현이 과연 카니발적 세계인지, 그리고 그 동기가 키치적 호기심 때문인지, 설득력있는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분석틀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시대에 유행하는 개념과 키워드로 어떤 작품을 새롭게 해석하고 설명하는 것은 문학평론의 오랜 관행이지만, 이럴 경우에도 옷에 몸을 맞추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이미지의 사용과 변주 그리고 진화」를 대상 후보작으로, 「이상의 <날개>, 백가흠의 <귀뚜라미가 온다>에 드러나는 카니발 세계 - 키치적 호기심을 중심으로」를 우수상 후보작으로 올린다. 문학에 대한 열정과 꼼꼼한 글쓰기를 거쳐 새로운 인식과 발견의 즐거움에 도달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