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대학평가, 상호가 ‘윈-윈’하는 길은?

2010-10-07     김재춘 교수(교육학과)
얼마 전에 중앙일보가 주관하는 2010년 대학평가 결과가 발표되었다. 이번 평가 결과는 우리 대학에 매우 고무적이었다. 최근 몇 년 동안 계속 뒷걸음질하던 우리 대학의 순위가 이번에는 상당히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대학평가 종합순위에서 우리 대학은 작년 28위에서 올해 24위로 4단계 올라섰다. 특히 교수 연구 영역에서는 작년 22위에서 올해 14위로 상승하였다. 그리고 종합계열 대학 순위에서는 종합 7위를 차지하여, 경북대에 이어 지방대 2위, 지방사립대 1위를 차지하였다. 정말로 자축할 만한 결과다.

중앙일보 대학평가 결과는, 신뢰성이나 타당성 문제와는 별개로, 언론을 통하여 대대적으로 보도된다는 점에서 대학의 이미지에 큰 영향을 미친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각 대학은 중앙일보 대학평가에 많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으며, 대학평가 결과에 일희일비 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대학평가를 실시하기 시작하였다. 세계화의 일환으로 평가를 통하여 책무성을 묻겠다는 논리로 시작된 대학평가가 도입될 당시에는 평가의 타당성에 대한 논란도 많았으나 평가가 보편화되면서 평가 대상기관이나 평가 소비자들은 이제 평가 결과에만 관심을 갖게 되었다.

중앙일보는 대학평가를 1994년부터 실시하기 시작하여 올해 16년째 실시하였다. 대부분의 대학평가가 정부나 준 정부기관에서 수행한다는 점과 비교할 때 중앙일보 대학평가는 민간기관에서 실시하는 평가라는 특이성을 지닌다. 그리고 공적 기관의 평가가 자체평가라는 명분으로 평가 대상기관에게 평가문서 작성을 요구하는 데 반하여, 중앙일보의 대학평가는 평가 대상기관의 자체평가를 요구하지 않고 언론사가 직접 수집한 자료에 근거하여 평가를 수행한다는 점에서 다른 대학평가와 차별화된다.

중앙일보 대학평가가 해수를 거듭함에 따라 평가지표나 결과 분석 등에 있어서 많은 발전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중앙일보 대학평가가 연륜을 더해 감에 따라 평가의 영향력 또한 그만큼 더 커졌다.

이제 각 대학들이 중앙일보 대학평가 지표에 맞춰 각 대학의 정책 방향을 설정해야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예컨대, 각 대학은 중앙일보 평가를 대비하여 영어로 진행하는 강좌의 비율을 늘려야만 한다. 한 두 대학이 아니라 전국의 거의 모든 대학이 중앙일보 평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대학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대학 간 비교가 가능한 형태로 분석하여 교육소비자인 학생, 학부모, 기업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미국에도 오랜 전통을 지닌 대학평가가 언론사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미국 경제주간지인 포브스나 시사월간지인 유에스뉴스앤월드리포츠가 대표적인 대학평가를 수행하는 언론사이다.

외부기관인 언론사가 대학을 평가하여 결과를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교육 소비자는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여기는 반면에 평가 대상기관인 대학은 그 결과가 대대적으로 공개된다는 점 때문에 언론사의 대학평가를 필요악 정도로 인식한다.

언론사의 대학평가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그 영향력도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평가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평가 대상기관은 평가 주관기관에 종속될 가능성이 더 많아진다. 따라서 평가 주관기관은 평가를 통해 대학을 통제하기보다는 대학 발전을 지원하려는 책임의식을 더 강하게 느낄 필요가 있다. 특히 하나의 동일한 지표로 전국의 대학을 획일화시키는 우를 범하지는 않는지 항상 자문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바로 대학평가 주관기관인 언론사와 평가 대상기관인 대학이 함께 발전하면서 서로가 ‘윈-윈’하는 길임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