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직선제 폐지가 가져올 또 다른 부작용도 생각해야
2010-05-10 김명준 편집국장
사립대학 재단과 일부 언론들이 총장직선제 폐지를 주장하는 근거는 간단하다. 직선제가 학교 구성원들 간 분열과 지나친 선거과열 등의 부작용을 낳고 있고, 이와 같은 이유로 많은 대학들이 직선제를 폐지하고 있으니 폐지하는 것이 옳다는 논리이다.
하지만 부작용 없는 제도가 있을 수 있을까? 나타나는 현상만 보고 총장직선제의 긍정적인 취지마저 부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욱이 우리대학은 최근 총장선거에서 이러한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후보자 공약 검증 시스템인 메니페스토제도를 시행한 바 있다. 학교 구성원들이 총장직선제의 부작용을 인식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은 매우 의미 있는 현상이다. 오히려 다른 대학에서 우리대학의 사례를 참고하고 본보기로 삼아야 할 부분인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제도에 부작용이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이를 해소하기 위해 구성원들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총장직선제에 대한 부작용을 이야기하려면 이를 폐지했을 경우 생길 수 있는 폐해에 대한 깊은 고민 또한 필요하다. 직선제를 폐지하면 구성원들 간 갈등과 반목이 사라질 것인가? 또 다른 갈등과 반목이 생기지는 않을까? 새로 들어온 재단이 이번 총장직선제 관련 정관을 개정하는 과정을 보면 심히 우려해 볼 만하다. 이번 정관개정안의 최종 승인을 위해 교과부에 제출한 현재까지도 법인이사회는 구체적인 개정안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교수회 또한 이번 정관 개정안에 대한 대략적인 내용을 구두로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총장직선제를 폐지하는 과정조차 지극히 민주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재단정상화 이후 아직 이렇다 할 발전방안을 내놓지 않은 현 재단이 직선제의 폐해를 내세워 총장선출권을 가져가겠다는 것은 학교구성원들의 신뢰를 얻기 힘들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번 정관개정안은 ‘총장 후보자 선정 위원회를 두고 그 구성과 운영에 대해서는 따로 규정한다’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법인이사회는 총장 후보자 추천 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에 대해 학내 구성원들과의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