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지역을 채색하는 청년, 거가 어데고?

2024-03-25     변정섭 기자, 차승효 기자

거가 어데고? 유명 갤러리, 작가를 초청해 ‘아트페어대구 2023’을 개최한 곳. 2003년부터 꾸준히 증가해온 지방의 문화예술 관람률과 관련 활동 참여율에 기여한 땅. 여기, 달구벌에는 자신만의 예술 활동으로 주목받는 청년 예술인들이 있다. 천마로를 지나 대구·경북 지역에서 활약하고 있는 지역 청년예술인을 만나러 가보자.
 

임도 작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실을 주재료로 입체와 설치 작업을 하는 임도입니다. 2018년에 우리 대학교 회화전공을 졸업하고 2020년 동 대학원 회화과 수료 후 지난해부터 ‘대구예술발전소’라는 레지던시에서 입주예술가로 활동하고 있죠.

 예술인으로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습니까?
 본래의 꿈은 산업디자이너였기에 디자인과로 전과하려 했지만, 학과 동아리인 ‘RAM’에 들어가며 생각이 바뀌었어요. 해당 동아리에서 동아리원들과 서로의 작업물을 피드백하고, 전시를 꾸려나가며 미술작가를 꿈꾸게 됐죠.

 대구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가시며 수도권에서 활동하지 않기에 겪는 어려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수도권에 계신 작가님들의 말을 빌리자면, 미술 관계자를 비롯한 전시공간들이 수도권에 밀집돼 있어요. 또한 정보 교류와 전시, 홍보의 기회가 수도권에 더 열려있는 것 같아요.

 반대로 수도권이 아니기에 누릴 수 있는 유익한 점은 무엇인가요?
 금전적 부담을 덜 수 있어요. ‘대구예술발전소’ 레지던시에 입주하기 전 본교 캠퍼스 근처 작업실을 썼어요. 수도권에 위치한 같은 평수의 작업실 월세는 훨씬 비싸다고 해요.

 지역에서 예술활동을 하시며 청년예술인의 창작활동과 지역예술계의 성장 간 상호관계에 대해 느낀 점은 무엇인가요?
 학부를 졸업할 무렵, 대구·경북 6개 미술대학의 예비 졸업학부생을 대상으로 ‘연합전’이라는 기획전시가 열렸어요. 해당 기획전시에 참여하면서 제 작업이 노출됐고 자연스레 다음 전시로 연결됐죠. 또 ‘대구예술발전소’ 레지던시는 여러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님들과 교류하기 때문에 성장의 기회가 돼요. 지역예술계의 다양한 프로그램은 지역청년예술인의 창작활동을 이어가도록 도와요. 이러한 기회를 통해 예술인으로 자라며 지역예술계의 존재 의미를 주는 관계가 선순환이라고 생각해요.

 비주류에 속하는 오브제들을 바느질로 연결해가며 작품으로서 완성해 오셨는데요. 작가님의 작품관을 표현하기 위해 어디서 영감을 얻고 어떠한 과정을 거치는지 궁금합니다.
 회화를 전공했지만, 저에게 페인팅 감각이 비교적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고 자존감이 낮아졌던 때가 있었어요. 그 무렵 어머니께서 터진 빨래망을 꿰매시는데, 바느질을 통해 무가치했던 대상이 가치를 되찾는 게 인상 깊었어요. 이때의 경험을 작업으로 재현하고자 했고, 바느질은 감각이 부족해도 쉽게 시도할 수 있기에 실과 바늘을 재료로 사용했죠. 이처럼 존재감이 없거나 부수적인 역할의 대상에 본인을 투영하면서, 이러한 대상들을 주체로 전환하는 작업을 시작했어요.

 작품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작가의 노동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어요. 이때의 노동이란 육체적 노동과 정신적 노동을 포함하죠. 가시적인 조형미도 물론 중요하지만, 작가의 노동을 통해 결과물로 나오는 과정에서 더 큰 감동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지역을 기반으로 한 활동 예술인으로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환경이 변화하면 작업도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에 다양한 지역의 레지던시들에 지원하면서 다채로운 경험을 쌓아가겠습니다!

 

 

신명준 작가
 

 자신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대구에서 시각예술가로 활동하는 작가 신명준이라고 합니다.

 예술활동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대학교에 다니던 당시 졸업 후 작가 활동을 하는 선배들을 동경했어요. 당시 우리 대학교는 활발히 예술 활동을 하는 졸업생이 많았는데, 이들을 보며 예술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죠. 또한 졸업을 앞둔 때 ‘공간독립’이라는 전시공간이 계기가 되어 예술이라는 분야에 더 확신을 가지게 됐어요.

 공간독립이라는 전시공간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공간독립에 대해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공간독립’은 2016년부터 시작된 전시공간이에요. 당시에는 ‘아트클럽 삼덕’이라는 이름이었는데 새롭게 출발하자는 의미에서 2021년 ‘공간독립’으로 재개관했죠. 이 명칭은 전시장이 독립유공자의 집으로 지정됐기도 하고, 저희 증조할아버지가 독립유공자셔서 그 정신을 이어가자는 의미로 붙이게 됐어요.

 ▲‘낙원의 형태’ ‘돌을 찾아서’ ‘우리의 끝은 여기가 아니다’ 등 많은 작업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작품 중 가장 인상 깊은 작품은 무엇인가요?
 2020년에 작업했던 ‘돌을 찾아서’라는 영상작업이 인상 깊어요. 어느 호수에서 우연히 발견된 유리로 이루어진 돌에 관한 이야기인데, 돌에 인격을 부여해서 제가 돌을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영상이 진행돼요. 돌의 대답 중 일부는 저의 가치관과 입장을 대변하는 대답이었죠. 그래서 돌이라는 인격이 마치 저와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또한 영상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저를 솔직하게 소개하는 느낌이었기에 해당 영상을 기억해 주시는 분들이 많았죠.

 다른 지역이 아닌 대구에서 예술활동을 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전시공간의 영향이 컸어요. 제가 운영하는 ‘공간독립’이라는 전시공간은 다른 미술관, 갤러리와는 다른 개념과 유형의 전시공간이에요. 일명 대안공간 혹은 신생공간으로도 지칭되는데, 실험적이고 유연한 형태의 작업들을 해내기 안성맞춤이죠. 당시 대구에는 그런 전시공간을 찾아볼 수 없었어요. 도전적인 작품을 담는 전시공간이 대구에 더 많아졌으면 하는 마음이 컸기에 ‘공간독립’을 시작하게 됐고,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어요.

 수도권 외 지역에서 문화·예술활동을 이어가시면서 수도권에서 활동하지 않기에 겪는 어려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노출에 대한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해요. 수도권에서 활동을 한다면 제 작품이 노출될 기회가 더 많지만, 지역에서 활동하다보면 노출에 대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대구를 기반으로 예술활동을 이어나가신다고 들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앞으로는 영상뿐만 아니라 미디어아트 분야에도 조금씩 도전하려고 해요. 최근에는 VR을 활용한 작품을 시도했죠. 아직 부족한 점이 있지만 지금까지 재밌게 작업해 왔기에 앞으로도 계속 도전하고자 해요. 그리고 ‘공간독립’의 경우는 최대한 많은 작가들이 다녀갈 수 있을 때까지 운영을 해보고자 하며, 대구예술에 작은 도움이 될 수 있는 공간으로서 자리매김하도록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