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순간에 몰입하다, 디깅모멘텀
특정 콘텐츠 또는 분야에 빠져 몰입하게 되는 현상을 의미하는 ‘디깅모멘텀’은 현재 다양한 컨텐츠에서 활용되고 있다. 실제 한 ASMR 영상에서는 “그래, 이 나라의 공주인 내가 수학을 못할 순 없지.”라는 댓글이 게재되며 공주라는 컨셉에 ‘디깅’하는 대중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에 본지에서는 디깅모멘텀의 등장 배경과 전망 등에 대해 짚어봤다.
파고 또 파고 디깅모멘텀
디깅모멘텀이란 자신의 취향에 맞는 한 분야에 깊게 파고드는 행위를 말한다. 이는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 올해를 대표하는 소비트렌드 중 하나로 선정될 만큼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디깅모멘텀의 의미와 전망을 ‘디깅’해보고자 한다.
취향을 ‘디깅’하다! 디깅모멘텀=‘디깅모멘텀’이란 파고드는 것을 의미하는 단어 ‘Digging’과 특정 사건의 전환점이라는 의미의 ‘Momemtum’이 결합된 단어이다. 이는 한 분야나 콘셉트에 빠져 몰입하게 되는 현상으로 지식의 범위보다 깊이에 초점을 둔다는 특징이 있다. 허태윤 칼럼니스트는 “부정적인 의미를 지닌 덕후와는 달리 디깅모멘텀은 특정 현상을 깊게 파고들며 이에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는 현상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는 디깅모멘텀을 ▲콘셉트형 디깅 ▲관계형 디깅 ▲수집형 디깅의 세 가지로 분류했다. 콘셉트형 디깅은 특정 콘텐츠에 몰입하는 디깅을, 관계형 디깅은 동일 대상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소통을 통해 깊게 몰입하는 디깅을, 수집형 디깅은 디깅하는 대상과 관련한 물품을 수집하는 형태의 디깅을 의미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세 분류의 디깅이 연쇄적으로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허태윤 칼럼니스트는 “특정 콘텐츠에 몰입하게 되면 타인과 몰입 대상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고자 하는 욕구가 생겨 몰입 대상을 수집하게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디깅모멘텀의 등장이 ‘취향 세분화 시대’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주장한다. 해당 주장에 따르면, 디깅모멘텀은 세분화된 현대인의 취향이 커뮤니티를 통한 소통 ▲SNS를 통한 인증 ▲팬덤 문화 등과 결합되며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이에 대해 이준명 상명대 교수(소비자거주학과)는 “세분화된 취향의 깊이가 깊어지며 디깅모멘텀 트렌드가 확산됐다”고 전했다.
‘덕질’인간의 ‘디깅’신고=디깅모멘텀은 현재 마케팅부터 청년들의 창작 근원까지 폭넓은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실제 권하정 감독과 김아현 감독은 좋아하는 가수 이승윤의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과정을 다큐멘터리 ‘듣보인간의 생존신고’에 담아냈다. 권하정 감독은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즐겨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디깅’해서 뮤직비디오까지 직접 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또한 김아현 감독은 “영화 제작 과정 중 특정 대상에 몰입했음을 알지 못할 정도로 몰입했다”며 당시 상황을 ‘디깅모멘텀’으로 회상했다.
모멘텀에서 마케팅으로, 디깅!=디깅모멘텀은 기업의 마케팅 전략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지난해 2월, SPC 삼립은 포켓몬 띠부띠부씰을 동봉한 포켓몬 빵을 출시해 출시 6개월 만에 8,000만 개가 팔린 바 있다. 또한 세븐일레븐은 산리오 캐릭터가 그려진 리유저블백을 출시해, 일주일 만에 3만 개를 팔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영아 한국전략마케팅학회장은 “소비자가 인간의 기본적인 필요 및 욕구를 채우기 위해 움직인다는 것을 알고 기업이 이를 마케팅에 적용하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디깅과 현실은 다르다=그러나 일각에서는 디깅모멘텀에 지나치게 과몰입하는 딥디깅에 대해서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해당 주장에 따르면, 딥디깅에 빠지면 중독으로 인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일상과 디깅의 경계션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대해 임소현 박사(서비스마케팅연구)는 “딥디깅은 적절한 디깅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큰 쾌락을 추구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디깅모멘텀을 통한 자아실현 및 일상과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함을 주장했다.
몰입에 몰입하는 우리
박예진(경영2)
본인이 디깅하고 있는 분야는 무엇인가요?
일본 문화에 관심이 많아 주로 ▲애니메이션 ▲드라마 ▲J-pop 등 일본과 관련된 컨텐츠를 디깅하는 편이에요.
해당 분야에 대한 디깅을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교내 일본어 동아리인 ‘KOJACOS’에서 회화 스터디에 참여하고 있어요. 동아리 부원들과 함께 좋아하는 J-Pop, 일본 드라마 등 일본 문화 전반의 콘텐츠를 공유하고 같이 즐기곤 해요. 해당 활동을 통해 현재 일본에서는 어떤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는지를 알아보고 있죠.
해당 분야를 디깅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고등학교 때 일본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을 읽은 적이 있어요. 청춘의 한 시기를 보내는 청년이 어떻게 타락해가는지를 다룬 내용이죠. 그 책을 읽고 청춘은 한국과 일본 모두에서 비슷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돼 일본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그 후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라쇼몽’, 나츠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등 일본 현대 소설부터 ‘리갈 하이’, ‘언내추럴’ 등 일본 드라마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며 일본 문화를 디깅하게 됐죠.
본인만의 디깅을 즐기는 방식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일본 문화를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 일본 영화를 함께 관람하고 ‘스프 카레’ 등 일본 음식을 먹으며 디깅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닌텐도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의 콘텐츠 중 일본 축제, 일본 명절의 느낌을 담은 이벤트를 즐기며 일본 문화를 디깅하는 중이에요.
본인이 생각하는 디깅모멘텀의 매력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내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점이에요. 디깅을 하며 행복감을 느끼다 보니 계속해서 디깅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디깅모멘텀에 대해 하고 싶으신 말씀 있으신가요?
각자의 개성이 넘치는 시대에서 본인이 좋아하는 분야를 디깅하며, 나만의 취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러나 현실은 제쳐두고 ‘디깅’만 하는 것은 주의해야 할 것 같아요. 건강한 취미생활이란 지친 하루에서 벗어나 나의 일상을 더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오다현(미디어커뮤니케이션2)
본인은 디깅모멘텀을 어떻게 경험하고 계신가요?
저는 키링, 캐릭터 물품 등 소품 수집을 통해 디깅모멘텀을 경험하고 있어요.
디깅하고 있는 분야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앞서 소품을 수집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제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등의 등장인물이 그려진 소품을 주로 수집하고 있어요. 특히 키링의 경우에는 제 가방마다 하나씩 달려 있을 정도죠.
평소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 자주 디깅을 하시나요?
수집한 소품들은 거의 매일 가지고 다녀요. 제가 가지고 있지 않은 키링을 발견하면 꼭 구매하려고 하고요. 또한 제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의 극장판이 나오면 꼭 챙겨 보려고 하죠.
해당 분야를 디깅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가 처음으로 소품 수집을 하게 된 계기는 <짱구는 못말려>라는 애니메이션을 ‘덕질’하게 된 이후부터에요. <짱구는 못말려>를 시청하고 친구와 대화를 나눌 때 제가 즐거워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때부터 해당 장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그와 관련된 소품들을 수집하기 시작했어요.
본인이 생각하는 디깅모멘텀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좋아하는 분야를 통해 다른 사람들이 저를 이해하도록 할 수 있다는 점이 디깅모멘텀의 매력이라 생각해요. ‘나’를 설명할 수 있는 말이 한 줄 더 생긴다고나 할까요. 이를 통해 타인에게 저를 각인시킬 수 있어 디깅모멘텀이 제게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디깅모멘텀에 대해 하고 싶으신 말씀 있으신가요?
디깅모멘텀은 ‘사소한 행복’을 가장 잘 설명해 주는 행위라고 생각해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고 ‘덕질’을 하는 행위를 통해 반복되는 일상 속 재미를 찾을 수 있거든요. 수집한 굿즈를 보며 그때의 기억을 되짚어 볼 수 있는 것도 하나의 장점이죠. 여러분들에게도 디깅을 권하고 싶어요.
우민지(회계세무2)
디깅하고 있는 분야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아이돌 그룹 ‘마마무’를 좋아해요. ▲앨범 구매 ▲콘서트·팬미팅 티켓팅 ▲좋아하는 마음 표출 등 ‘덕질’하면 떠오르는 행위들을 주로 하고 있어요.
해당 분야를 디깅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중학생 시절 유튜브를 시청하던 중 마마무 멤버들의 대화가 너무 재밌어서 덕질을 시작하게 됐어요. 또한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며 행복을 느낄 수 있어 본격적으로 좋아하게 됐죠. 음원 차트 1위라는 성적을 거두는 등 이 그룹이 인정받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 그들을 응원하고 자부심을 가졌어요. 이 과정에서 ‘무엇이라도 도움이 돼야겠다’라는 생각에 디깅을 시작하게 됐어요.
본인만의 디깅을 즐기는 방식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음원 스트리밍 돌리기, 팬 행사에 참여하기 등 여러 방식으로 덕질 중이에요. 유료인 서비스가 많아 매달 아르바이트 월급의 일정 부분을 모으고 있죠. 소소하게는 마마무의 사진을 보고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도 해요.
본인이 생각하는 디깅모멘텀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제게 행복을 준다는 점이 디깅모멘텀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소소한 즐거움을 찾으며 덕질하는 시간만은 행복하게 보내며 하루를 조금 더 좋게 마무리할 수 있다는 점이 제게는 큰 매력이에요. 청춘을 되짚어 보며 ‘그때는 이런 것도 해 봤었지’라고 좋은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다는 것 역시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디깅을 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덕질을 통해 제가 거주 중인 지역을 벗어나 타지역을 자주 방문하게 됐어요. 또한 마마무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으로 묶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봄으로써 시야를 조금 더 넓힐 수 있는 계기도 됐어요. 디깅모멘텀을 통해 제 식견이 넓어졌다고나 할까요(웃음). 한편으로는 덕질이 아니었다면 제가 이렇게 다양한 지역을 방문할 수 있었을지 생각해보게도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