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 긍정의 다른 말, 부정

2021-03-29     이연주 문화부장

 세상을 살아가는 데 긍정적인 태도는 마치 필수적인 것처럼 여겨진다. 오죽하면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 것입니다”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는 긍정을 긍정하고 부정은 부정한다. 하지만 ‘긍정’이라고 해서 다 같은 것은 아니며, 그렇다고 ‘긍정’이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우리는 사회로부터 긍정적인 사고를 하게끔 강요받았고, 이를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이는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경험할 수 있다. 상대방으로부터 ‘긍정적인 마음을 가져’ 혹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다 잘 될 거야’라는 말을 듣기도 하며, 여기서 더 나아가 누군가는 남들에게 자신이 긍정적인 사람임을 어필하기도 한다. 나 역시 주변에 힘든 일이 있는 친구를 위로해줄 때면 항상 마지막 끝맺음은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때로는 이러한 긍정이 부정을 낳는다.

 미국 뉴욕대학의 심리학과 교수 가브리엘 외팅겐은 긍정심리학을 부정하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외팅겐은 우리 대부분이 어릴 때부터 긍정적인 사고를 교육받지만,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사고가 항상 긍정적인 결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긍정적인 사고는 오히려 어려운 일도 이미 해결된 것과 같은 망상에 빠지게 하고 우울한 기분을 일으키는 위험 요소일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물론 긍정적 사고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삭막한 현실을 버티는 한 줄기 희망이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오늘이 월요일이라는 사실은 슬프지만, 월요일이 지나면 주말이 다가온다는 긍정적인 생각처럼 말이다. 그러나 만약 긍정을 자기 합리화의 도구로 사용한다면 이는 거짓 긍정에 불과하게 된다. 외팅겐의 말처럼, 달콤한 긍정적 공상은 기껏해야 현실 도피를 도와줄 뿐이다. 우리는 사실 긍정이라는 이름으로 거짓 긍정을 실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모든 상황에 긍정 회로를 대입해 긍정적으로 해결될 것이라는 긍정 만능주의나, ‘좋게 생각하자’와 같은 말 등 회피의 용도로 현실을 부정하는 것은 ‘거짓 긍정’에 불과하다. 우리는 이 ‘거짓 긍정’에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두고 미국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인생에서 우리의 임무는 자신이 얼마나 현명하고 옳은지를 입증하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 차이를 만들어내는 일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흔히 긍정을 ‘좋게 생각하는 것’으로 착각하지만, 사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긍정적인 태도로 살아왔다고 생각했던 나는, 실은 나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오늘의 나는 진실한 나를 마주하는 긍정의 힘으로 시작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