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변화하는 시대 교수의 역할은
[사설]변화하는 시대 교수의 역할은
  • 편집국
  • 승인 2007.03.28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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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는 대학의 선생을 일컫는 것으로 중등학교의 교사와는 대비된다. 교사나 교수는 선생으로서 교육은 물론이고 연구를 하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다만 교수는 교사보다는 좀 더 세부적인 전공분야를 연구함으로써 학생교육 뿐 아니라 사회발전, 나아가 인류발전에 조금이나마 더 기여를 하고자 하는 면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 교수가 가르치는 수업에서는 다른 견해가 존재하는 학설이 있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통일된 견해를 중심으로 수업을 하는 중등학교와는 달리 대학에서는 각자 나름대로의 가치관에 입각한 다른 견해까지도 모두 섭렵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한 교사는 아직 가치관이 제대로 형성되지 아니한 어린 학생들을 위해서 민주생활에 필요한 많은 질책이 섞인 선도를 한다. 학생들은 이러한 선생님의 애정어린 지도를 잔소리로 듣지만, 그 질책이 나중에는 자신의 성장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알지 못 한다는 것이 또한 아이러니이다. 그에 비하여 교수는 이미 성년인 학생들을 위해서 그들의 가치관 형성에 필요한 자료만 제공할 뿐이다.
교수는 12년 동안 암기 위주로 공부를 해오던 학습방법을 바꾸지 못해 아노미현상을 겪는 신입생을 매년 새롭게 맞이하게 된다. 한편으로 교수는 매년 나이가 듦에 따라 사고까지도 노쇠해지지만, 학생들은 사회발달에 따라 종전보다 더욱 새로운 사회적 경험을 가지고 들어오게 된다. 20년 전만 하더라도 머리카락에 물을 들인다든가 수업 중 모자를 쓰고 있는 것은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었지만, 이제 이런 모습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것은 교수가 겪게되는 노령화로 인한 착시현상만은 아닐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교수는 일반시민과는 달리 공적인 인물이다. 최근 대학교수가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은 사건으로 석궁사건, 표절사건 등을 들 수 있다. 1975년에 도입되었다가 그 색깔이 바랜 교수재임용제는 도입 당시의 의미있던 취지에도 불구하고 왜곡된 제도운용으로 말미암아 많은 희생자를 발생시켰다. 석궁사건의 경우, 재판부의 해석법학에 따른 맹목적인 법해석에 대한 비판은 논외로 치더라도, 교수가 재판이라는 정상적인 방법을 통하지 않고 법이 허용하지 않는 불법적인 범죄행위로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그 사회적 파장은 컸다. 교수의 일거수일투족이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석궁사건은 교수에 대한 사회적 평가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모 대학 총장의 표절사건은 그 배후에 있는 총장선거의 복잡한 문제점을 표출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언론의 관심은 표절문제로 귀착되었다.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대학사회의 선거는 당초 권위주의가 판을 치던 당시에 국립대학의 총장이 권력에 기대어 선임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도입된 것이다. 그 후 국립대학 뿐 아니라 사립대학에도 선거가 도입이 되었고, 총장 뿐 아니라 학장 및 교수회 의장에 이르기까지 모든 대학 조직의 리더를 선출하는 바람직한 제도로 정착이 되어갔다. 그러나 도입 당시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대학에서의 선거가 점차 대학 바깥 사회의 선거모습을 닮아가고 있는 것은 우려할 만한 현실이다. 최근 우리대학도 교수 연구력의 제고를 위한 교수승진요건을 엄격하게 하는 제도를 도입하였지만, 일부 교수들은 아직도 연봉제로 직행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이것은 그동안 재임용제도나 선거제도 등 제도의 신설보다는 운용과정에서 왜곡운용이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고 할지라도 그 제도를 운용하는 사람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적 체험을 통해 잘 안다.
현재 대학교수는 학생으로부터 뿐 아니라 사회로부터 던져지는 많은 도전장들을 들고 수많은 생각에 시달린다. 학문의 전달자인가, 아니면 취업중개인인가 ? 연구하고 계몽하고 행동하는 지식인인가, 아니면 무엇이든지 간에 우선 팔아먹어야 하는 시장의 좌판장수인가 ? 전심치지의 대상과 목표가 사라진 참담한 상황에 처한 대학교수는 저기 캠퍼스 안으로 휘몰아쳐 오는 폭풍우 앞에서 지나간 깊은 세월들을 뒤돌아보며 깊고 깊은 상념에 잠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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