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쓰는 도서관]도서관을 살아 뛰는 심장이 되게 하기를!
[새로 쓰는 도서관]도서관을 살아 뛰는 심장이 되게 하기를!
  • 편집국
  • 승인 2007.05.15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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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학도서관을 말하기를 전장터 같다고 한다. 이미 대학 본연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는 연구와 학습을 위한 시설로서의 기능은 기대하기 어렵다고도 한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가장 잘 발달했어야 할 대학도서관마저 왜 무기력해졌는지 궁금하다. 아마도 최근 우리 젊은이들에게 닥친 취업의 어려움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 될 것이다.
대학시절 책도 많이 읽고, 생각도 많이 하고, 교수나 친구, 선후배들과 진지한 대화와 토론을 통해 자신의 학문을 성장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그저 한가로운 사람들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렇기에 대학 도서관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적지 않다. 도난이 빈번해서 CCTV를 설치하자고 하니까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하는 반대의 목소리도 커진다. 지역사회에 기여하자고 하니까 학생들은 자신들이 이용하기에 부족한 좌석을 주민들에게 개방하는 것을 용인할 수 없다고 반대한다. 그리고 자리 대신 맡아 놓기, 책 놓고 오래 비워두기와 같은 좌석 독점은 빈번한 일이 되었고, 도서관 시설이나 책과 자료에 낙서하거나 파손하는 행위는 이제 대학사회에서 일상적인 일이 되었다고 한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어떻게 하면 본래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까?
우선 대학은 자신들의 존립 목적이 취업이 아니라 학생들의 학문 연마와 학술적 성과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특히 요즘은 단순한 지식을 암기하는 수준으로는 취업조차 힘든 시대이다. 폭넓은 경험과 지식, 지혜를 쌓아야만 졸업 후에도 자신의 영역을 열어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제 도서관에서 취업 준비를 한다고 몇 권의 수험서만을 외우는 방식은 버려야 한다. 기업들조차 지식경영이라든가, 독서경영을 외치고 있는 마당에 정작 그러한 방식을 취해야 할 대학에서는 여전히 단순한 방식을 고집하는지 모르겠다. 일반적으로 서구에서는 도서관을 대학의 심장이라고 한다. 그러나 누군가 말하기를 우리나라에서는 심장이 아니라 맹장이라고 한다. 왜 심장이 맹장이 되었을까? 그건 도서관을 제대로 이용하지 않는 대학 사회 분위기 때문이다. 도서관은 자료가 생명이다. 좌석이라든가 여타의 시설은 자료를 이용하기 위한 보조적 수단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 대학도서관들에서 자료보다는 좌석이 더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자료 중심으로 이용하지 않을 바에야 무엇 때문에 많은 돈을 들여 도서관을 짓고, 비싼 자료를 수집하고, 전문인력을 고용해서 학생들을 돕도록 하는가. 도서관을 맹장이 되도록 할 것인지, 아니면 심장이 되도록 할 것인지에 대한 학생들의 현명한 판단이 절실하다.
그리고 대학에서 도서관은 구성원 모두의 공동재산이자 공간이다. 한 두 사람이 잘못 사용하면 그 피해는 그로 인해 도서관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돌아간다. 그러나 생각해 보자. 한 대학 내의 구성원은 경쟁자가 아니라 오히려 동료이다. 동료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결코 어떤 경쟁에서도 이길 수가 없지 않을까. 자신이 배려받고 싶은 만큼 남을 배려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나 자신의 존엄성도 지켜진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최소한의 동료애를 발휘해서 도서관을 대학 사회의 살아있는 심장으로 만들어 가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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