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과) 통폐합 바람이 불었다
학부(과) 통폐합 바람이 불었다
  • 황채현 기자
  • 승인 2018.04.02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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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과) 통폐합, 바람이 불었다

 몇 년 전, 정부의 재정지원사업 등을 이유로 대학가에는 ‘학부(과) 통폐합’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최근에도 많은 대학에서는 학부(과)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일부 대학은 학부(과) 통폐합으로 인해 학내 구성원들과 갈등을 겪기도 한다. 이에 학부(과) 통폐합의 원인과 이로 인한 논란 등을 알아봤다. 

 통폐합 바람이 불다=2014년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에 따라 대학 내 정원조정은 가속화됐다. 2015년에 실시된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재학생 충원율 및 취업률이 평가요소였기에 일부 지방대학교에서는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학부(과)를 통폐합했다. 또한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 최우수 등급을 받지 못한 대학은 대학 내 정원조정이 불가피했다. 이에 많은 대학들은 대학 내 정원조정의 해결방안으로 학부(과) 통폐합을 택했다. 경기대학교의 경우,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C 등급을 받아 지난해 국어국문학과와 문예창작학과 통폐합을 추진했다.

 또한 2014년 교육부는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CK 사업), ‘산업연계 교육특성화 선도대학 사업’(PRIME 사업) 등의 평가지표에 대학 정원 감축을 내세웠다. 이에 많은 대학에서는 정부의 재정지원사업에서 가산점을 받기 위해 학내의 일부 학부(과)를 통폐합해 정원조정에 나섰다. 지난 2016년 상명대학교 천안캠퍼스는 PRIME 사업을 신청한 이후, 연극학과 및 영화학과, 문화예술경영학과를 통폐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논란 및 우려도 잇달아=지난 2015년, 한남대학교는 국어국문학과와 문예창작학과를 국어국문창작학과로 통폐합했다. 이에 대해 당시 학생들은 학생들의 의사를 고려하지 않은 채 정부의 재정지원사업 및 대학평가에만 초점을 맞춘 통폐합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지난해 12월, 서울여자대학교는 일방적인 학부(과) 통폐합에 대한 일부 학생들의 농성으로 학부(과) 통폐합 추진을 철회하기도 했다. 이처럼 일부 대학에서는 학부(과) 통폐합을 추진함에 있어 학생들과 논의하지 않아 본부와 학내 구성원 간의 갈등을 겪기도 한다.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대학이 학생을 발언권이 있는 학내 구성원으로 인정하기보다 비주체적인 대상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며 “학생이 피교육자인만큼 학부(과) 통폐합은 학생들과 충분히 소통해야할 문제”라는 의견을 보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대학의 학부(과) 통폐합 추진이 비교적 인문·예체능 계열 학부(과)에만 집중돼, 기초학문이 설 자리가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2015년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전국 56개 대학의 270개 학부(과)가 폐지됐으며, 그중 50%(135개)가 인문사회계열 전공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학교육연구소 측은 인문계 및 예체능 계열 학부(과)의 경우, 대학평가에 반영되는 학생 충원율 및 취업률 부분에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하다 보니 구조조정에서 1순위가 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보였다.

일부 학부(과) 우려와 긍정적 측면 공존해

 우리 대학교 또한 일부 학부(과)들을 대상으로 통폐합을 실시했다. 해당 학부(과)의 통폐합 이후, 일각에서는 학부(과) 통폐합에 대해 여전히 우려하는 반면 일부 학내 구성원은 긍정적인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우리 대학교 내 통폐합된 학부(과)와 이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의 만족도를 알아봤다.

 우리 대학교는 어떻게 통폐합했나?=우리 대학교의 경우, 2005년 무용학과의 입학 정원 미달 등으로 인해 무용학과와 체육학과를 통폐합했다. 이에 당시 무용학과 소속의 일부 학생 및 학부모는 분야가 다른 체육과 무용을 통합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며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이후 2015년, 우리 대학교는 사학과와 국사학과, 작곡전공과 국악전공, 피아노전공과 관현악전공 등을 통폐합했다. 당시 우리 대학교는 재학생 4명을 포함한 ‘학사조직 및 학생정원 조정 연구 위원회’를 구성해 학부(과) 통폐합에 대해 학내 구성원들과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2016년에는 독어독문학과와 불어불문학과, 식품자원경제학과와 외식산업학과, 식품공학과와 외식산업학과 등을 통폐합했다. 교무팀 측에 의하면 2015년과 2016년의 학부(과) 통폐합은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 전, 정부에 제출한 대학 내 구조조정 계획안에 따라 이뤄졌다.

 여전히 아쉬운 학부(과) 통폐합=본지에서 2015년과 2016년에 통폐합된 일부 학부(과)를 대상으로 ‘학부(과) 통폐합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기악과 학생 58명 중 86%(50명)가 해당 학부(과)의 통폐합에 대해 만족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만족하지 않은 이유에는 ‘기존 전공의 특색이 고려되지 않아서’와 ‘학생 및 교수의 의견이 존중되지 않아서’가 각각 80%(40명), 66%(33명)를 차지했다. 기악과 소속의 학생 A 씨는 “통폐합 후, 기존에 있던 전공의 강의 수가 줄어들어 듣지 못한 강의가 많았다”며 “통합된 타 전공의 강의는 배워본 적이 없어 강의 내용을 이해하기 힘든 편”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학부(과) 통폐합 당시, 본부에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일부 학내 구성원들은 식품경제외식학과가 통폐합되기 전 교육과정이 상반된 식품자원경제학과와 외식산업학과의 통폐합을 반대했지만, 이에 대한 의견 조율 과정이 부족했다는 입장을 보였다. 실제로 본지에서 해당 학과의 통폐합에 대해 만족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14명의 학생들에게 그 이유를 물어본 결과, ‘학생과 교수들에게 혼란을 줘서’, ‘통폐합 당시, 학생 및 교수들의 의견이 존중되지 않아서’가 각각 60%(12명), 40%(8명)였다. 식품경제외식학과 소속 A 교수는 “연관성이 부족한 두 학과를 통합하는 일인 만큼 소속 학생 및 교수들과 더 많이 논의했어야 한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긍정적인 측면도 있어=본지의 ‘학부(과) 통폐합에 대한 만족도’ 조사 결과, 역사학과 학생 85명 중 19%(16명)는 학부(과) 통폐합에 대해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만족한 이유에는 ‘학과 수업이 다양해져서’와 ‘학과의 경쟁력이 상승해서’가 각각 44%(7명), 31%(5명)을 차지했다. 역사학과 소속의 학생 B 씨는 “통폐합이 되면 하나의 전공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전공을 공부할 수 있다는 점이 학생들에게 이롭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선화 교수는 “기존의 학부(과)와 다른 학부(과)가 통합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학문의 길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라며 “학생들의 진로 설정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통폐합된 학부(과) 학생들의 만족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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