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두리] #우리나라에서_변질되는_것들
[넋두리] #우리나라에서_변질되는_것들
  • 박승환 편집부국장
  • 승인 2018.04.02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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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우리 사회에 정치, 영화, 연예 등 다양한 분야에서 #MeToo 바람이 불고 있다. 미투 운동은 지난 2017년 10월, 미국의 유명 영화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폭력 및 성희롱 행위를 폭로하고 비난하기 위해 SNS에서 해시태그(#MeToo)를 다는 행동으로 시작됐다. 우리나라의 미투 운동은 서지현 검사가 JTBC 뉴스룸에 출연해 검찰 내의 성폭력 실상을 고발하면서 사회 전 영역으로 확대됐다. 이를 통해 그동안 성범죄 피해자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던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바뀌는 등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하지만 미투 운동은 우리나라에서 심각한 부작용도 일으켰다.

 미투 운동은 성범죄 피해자는 위로하고 가해자의 처벌을 촉구하며 일상에서 발생하는 성범죄를 단절함이 목적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미투 운동이 확대됨에 따라 ‘성범죄 근절’이 아닌 ‘양성 단절’이 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한 한 가지 경험이 있다. 필자가 식당을 갔을 때 있었던 일이다. 당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의혹에 대한 뉴스가 나오고 있었고, 필자의 좌측 식탁에 앉아있던 3명의 남성은 “성폭행범으로 몰리기 싫으면 여성과 같이 앉거나 대화해도 안 되겠네”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굉장히 놀랐다. 그들에겐 미투 운동을 통한 ‘성범죄 근절’이 아니라 ‘성폭행범으로 몰리지 않기’가 중요했던 것이다. 더 충격인건 이런 생각이 사회 전역에 퍼져있다는 것이다.

 미투 운동이 확산됨에 따라 여성과 사적인 일대일 접촉을 피하는 ‘펜스롤’이 우리나라에도 들어왔다. 하지만 ‘사적인’ 접촉을 피하는 본연의 의미와 달리 직장에서 여성에게만 메신저로 업무지시를 하고, 여성과 예정된 출장을 취소하고, 회식 자리에 여성의 참석을 금지하는 등 ‘공적인’ 부분에서도 여성을 배제하는 폐단이 발생했다. 극단적으로 여성과의 접촉을 단절해 자신이 미투 운동의 대상자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한편으론 남성의 극단적인 여성 배제가 왜 발생했는지 이해되기도 한다. 미투 운동이 확산되며 일부 여성은 없는 사실을 만들어내 무고한 남성을 마녀사냥 하는 일도 발생했다. 그렇다 보니 남성의 입장에선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다가 자신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여성을 피하는 것이다.

 머지 않은 과거에도 미투 운동과 비슷하게 우리나라에서 의미가 변질되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페미니즘’이다. 페미니즘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발생하는 모든 차별에서 벗어나 성 평등을 이루려는 운동이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 확산되면서부터 기존 목적과 다르게 변질됐다. 일부 페미니스트들이 여성 우월주의를 주장하며 남성을 비하했고, 이에 남성들이 반발해 결국 우리나라에서 성별 양극화가 심화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필자는 페미니즘과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 그렇기에 성 관련 운동들이 우리나라에만 들어오면 기존 목적과 다르게 변질되는 모습을 볼 때마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만약 미래에도 다른 성 관련 운동이 확산되고, 이처럼 변질된다면 필자는 이렇게 표현할 것이다. 마치 ‘대한민국’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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