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천마로 재생과 천마인의 자긍심
[사설] 천마로 재생과 천마인의 자긍심
  • 영대신문
  • 승인 2018.03.05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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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명 ‘문화양조장’으로 불리는 베를린의 쿨투어브라우어라이(Kulturbrauerei), 파리 12구에 버려진 폐선 부지를 아름다운 문화의 거리로 탈바꿈한 프롬나드 플랑테(Promenade plantée), 서울의 마포석유비축기지가 문화저장소로 변화한 문화비축기지. 이들의 공통점은 낡아서 방치되거나 효용가치가 떨어져 기피되던 산업화 시대의 유산이 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최근 트렌드로 자리 잡은 이러한 도시재생의 경우 건축물의 냉난방 시설이 에너지 효율을 높인 친환경적 설비를 갖추고 있어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각광을 받고 있다. 도시재생의 사례들은 단지 닫힌 공간에만 국한 된 것은 아니다. 문화 공간 주변을 공원화하거나 대구의 근대골목투어와 같이 과거의 잔해 속에 묻혀있던 여러 역사·문화적 콘텐츠들을 되살려 새롭게 단장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문화주도의 도시재생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경험과 지식들을 우리대학에 적용해볼 수는 없는 것인가. 우리대학에도 오래된 공간들과 유무형의 자산들이 곳곳에 방치되다시피 외면당하고 있다. 최근 중앙도서관 지하 1층 열람실에 걸려 있는 “낙동강천리도”가 재조명 되고 있다는 기사는 무척 반가운 소식이다. 제작된 시점이 1970년 3월 1일이며 그림은 유산 민경갑 선생이 맡았고 글은 노산 이은상 선생이 지었으며 일중 김충현 선생이 글씨를 쓴 대작이다. 오랫동안 관심에서 멀어져 있었던 뜻깊은 작품이 복원과 재생 작업을 거쳐 구성원들과 우리대학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공개된다고 한다. 숨겨진 유무형의 자산들을 다시금 발굴하고 문화 공간을 확대해 가는 제대로 된 천마로 재생은 천마인들의 자긍심을 높일 뿐만 아니라 지역과 연계한 세계적 대학 캠퍼스로 거듭나게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나눔과 공유가 가능한 시스템이 마련된 재생이여야 한다. 얼마 전 푸드쉐어링으로 대변되는 일명 ‘나눔 냉장고’가 우리대학에서도 실현 가능한지 학생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실천해 보고 싶기도 하고 취지에도 공감하나 이러한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제도나 시스템이 교내에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천마로 재생의 두 번째 방향은 대학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경험과 재능을 가지고 직접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학생들의 아이디어로 학식, 시끌벅적한 곳, 끼니를 때우는 곳으로 인식되어온 학생식당이 캠퍼스의 문화를 담는 공간으로 디자인한 사례에서 보듯이 구성원들의 실질적 경험을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 끝으로 창조적 공간들이 늘어나는 재생이어야 한다. 대학 구성원들이 교육, 연구, 행정에 더욱 창조적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공간들이 많이 생겨나야 한다. 비단 건물 내부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천마로 주변 어디에나 적용되어야 한다. 나무를 베어내고 남은 그루터기를 화분으로 활용하고, 담벼락의 넝쿨을 하트 모양으로 바꾸기만 해도 천마로의 분위기가 확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시기다. 이제 우리 스스로 자부심과 긍지를 키워나갈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다. 작은 변화를 시작으로 천마로 곳곳에 천마의 기상이 더욱 넘쳐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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