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칼럼리스트] 남한산성에서 본 우리나라의 협상전략
[나도 칼럼리스트] 남한산성에서 본 우리나라의 협상전략
  • 박효찬(디지털융합비즈니스 석사과정 3기)
  • 승인 2018.03.05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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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줄곧 한미 FTA에 대한 불만을 대외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그리고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 무역이 특정 국가에 대한 초고율 관세 적용, 일률적인 고율 부과, 쿼터제 부과 등을 저울질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행정부의 보호무역 기조에 대해 치러야할 대가가 더 크다며 부정적 입장이 우세하지만, 행정부는 계획대로 실행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 자세를 가지고 미국과의 협상에 임해야 할까?

 방학이 끝나기 전 생각정리도 할 겸 남한산성에 들렀다. 남한산성의 첫 인상은 수 백 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견고한 성벽이 주변의 험준한 지형과 조화를 이루며, 마치 한 폭의 수채화와 같았다. 병자호란 당시 청나라의 황제인 홍타이지가 수십만 대군을 이끌고 조선을 침략했을 때, 인조는 남한산성으로 들어가 46일 동안 항전을 지속했다. 하지만 성 안의 식량이 다 떨어지자 인조는 성문 밖으로 나와 홍타이지에게 삼궤구고두례를 취하고 군신의 의를 맺는 굴욕을 당한다. 이는 당시 국제적 질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청나라를 오랑캐라고 멸시한 관료들의 잘못된 판단이 불러온 결과였다. 더불어 전쟁에 문외한 조정대신들이 끼어들면서 국방·외교 전략의 실패로 이어져 무고한 백성들을 죽음으로 내몰았음을 역사는 보여주고 있다.

 조선과 달리 고려는 이민족의 침입이라는 비슷한 상황을 맞아 이를 현명하게 대처하여 위기를 넘겼다. 거란의 1차 침략 당시 고려 조정에서는 거란에게 영토를 내주고 화해하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거란은 주적인 송을 치기 전 고려와 협상을 맺어 배후를 안정시키려 했을 뿐이었다. 서희는 이 의도를 정확히 간파하고 소손녕과 담판을 벌여 거란군을 철수시켰으며, 지금의 평안북도 서쪽 일대인 ‘강동 6주’를 얻게 되었다. 비록 송나라와 국교를 끊고 오랑캐인 거란과의 교류함으로서 얻어낸 성과이지만,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알맞은 대처를 통해 나라를 지켜냈다는 점은 오늘날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역사는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한다. 과거의 많은 사례 속에서 교훈을 얻고 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한국전쟁 이후 ‘한미상호방위조약’으로 시작된 한미동맹 관계에서 우리는 안보를 보장받기 위해 미국에 ‘버림’받지 않으려 필요 이상의 ‘엮임’을 감수해왔다. 이번 협상에서도 우리나라가 미국의 주장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며 ‘엮임’이 단단해진다면, 나라를 잃은 역사가 다시 한 번 반복될 것이다. 지금이 ‘버림’을 당하지 않으면서도 과도한 ‘엮임’의 위험성을 줄여나가는, “동맹의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한 좋은 기회이다. 이번 작은 협상부터 미국과의 엮임을 서서히 풀면서, 힘의 균형추를 우리 쪽으로 옮겨야 한다. 미국과 우리나라는 지리적·경제적·외교적인 협력 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서로 절감하고 있다. 이를 잘 이용해서 우리 정부는 협상 전부터 치밀한 전략을 세우고 더욱 당당한 자세로 협상에 임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국민은 미국에 버림당할까 두려워하는 마음을 버리고, 우리 정부를 믿고, 지지와 성원을 보내준다면, 남한산성의 우직한 성벽처럼 숱한 어려움 속에서 대한민국을 굳건히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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