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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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승대 교수
  • 승인 2018.03.0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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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사회진출에 대한 청소년들의 태도와 인식에 미치는 영향

 한국사회의 여성차별 현상=최근 여성차별 현상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온라인 “뉴스기사의 76%, 뉴스 사이트 페이지 영상의 100%, 댓글의 73%, 커뮤니티 게시글의 80%, 댓글의 71.9%, 아프리카 TV 발언의 82%가 여성을 차별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여성을 총체적인 한 인간으로 보기보다는 여성의 신체를 성적 욕망의 대상이 되는 부위별로 분절화시키는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또한 빅데이터를 다루는 다음소프트가 블로그와 트위터를 조사한 결과 2015년 1월~11월 사이 월평균 8만회에 달하는 여성에 반감을 가진 표현이 언급된 것으로 드러났으며, 2011년~2014년의 조사에서는 남성혐오 표현이 월평균 1~2회에 불과한 반면 여성혐오 표현은 연평균 3만~15만회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여성 혐오적 표현은 개별 여성에서 한국 여성 전체로 확장되어 왔다. 군가산점제 위헌 소송(1999년)을 계기로 촉발된 여성혐오 담론은 개똥녀(2005년) 사건을 시작으로 해마다 ‘OO녀’를 생산하며 특정 여성에 대한 공격을 넘어 한국여성 전체에 대한 일반적인 반감으로 확산되었다. 그 결과 여성혐오적 시각에서의 한국여성은 ‘못생기고, 무책임하며, 공중도덕관념도 없고, 이기적이며, 돈과 명품만 밝히고, 방종한 성적 행동을 하는 존재’로 규정되어 있다.

 여성에 대한 이러한 혐오 현상은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우선, 피해자인 여성들에게 심리적 고통을 안길 수 있다. 일반적으로 경멸적이고 모욕적인 표현들은 그 대상에게 심리적으로 해악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여성들은 부당하게 당한 무시와 멸시로 인해 긍정적인 자아정체성 형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더 나아가 멸시받는 ‘특정 여성’과 구별짓기를 시도해 의도치 않게 여성혐오에 동참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더욱이 문제는 정신적인 차원에 한정되지 않는다. 여성혐오는 실질적으로 여성을 공격하는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성 정체성에 제한된 것은 아니지만, 최근 한국사회는 다양한 편견과 차별에 근거한 혐오범죄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여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처럼 여성혐오 현상은 여성들에게 심리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범죄로까지 이어져 사회적 통합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크다.

 여성에 대한 이러한 적대적 감정은 남성의 공포심을 반영한다. 혐오는 대상 그 자체에 내재하는 것이 아니며, 혐오 주체의 반응이나 혐오 주체와 혐오 대상이 마주치는 위계적 상황에서 발생한다. 일루즈(Illouz)에 따르면, “감정은 사회 이전(pre-social), 문화이전(pre-cultural)의 어떤 것이 아니라, 극도로 압축되어 있는 문화 의미들과 사회관계들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감정은 사회질서와 위계를 지탱하는 정서적 메커니즘으로 작용한다. 기존의 사회질서와 위계가 위협을 받으면 그 위협하는 대상에 대한 혐오감이 발생하게 된다. 누스바움(Nussbaum)은 이러한 혐오감을 ‘전염에 대한 공포’로 묘사했다. 기존 질서를 오염시키는 대상에 대한 공포심 때문에 혐오감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여성혐오도 동일한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다. 여성이 남성의 질서와 영역을 침범할 때 여성은 오염된 대상으로 간주된다. 이것으로부터 자신들의 영역이 전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여성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최근 한국사회의 문제점으로 드러나고 있는 여성혐오 현상을 남성의 공포심, 특히 여성의 사회진출에 따른 경제영역에서의 남성의 공포심에 초점을 맞추어 살펴보고자 하였다. 

 남성중심적 질서에 대한 위협=누스바움에 따르면, 혐오감은 일반적으로 ‘원초적 대상(primitive objects)’에 대한 본능적인 감정이다. 그 대상은 배설물, 소변, 코의 분비물, 정액, 생리혈, 혈액, 시체, 부패한 고기, 진액이 흘러나오거나 끈적거리거나 냄새가 나는 곤충 등을 일컫는다. 이런 대상은 전염성을 갖춘 오염 물질로 간주되기 때문에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원초적 대상’에 대한 공포는 혐오감을 불러일으킨다. 인간은 자신의 생명을 보존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런 오염된 물질에 대해 혐오하는 감정을 발달시켜왔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인간은 ‘원초적 대상’을 생명을 위협하는 오염물로 인식해 혐오의 대상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혐오는 ‘원초적 대상’에 대한 이성적인 검토를 생략한 채 다른 대상으로 확산되는 특성을 가진다. 특정 집단이나 개인에게 역겨운 속성을 투사해 혐오감을 드러내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확산은 이성적인 검토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역겨운 속성의 진위는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단지 그런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간주되는 것으로 충분하며, 자의적으로 ‘원초적 대상’과 연관시키려는 조작이 일어날 뿐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여성, 신분이나 계급이 낮은 자, 외국인, 장애인, 기형적 신체의 소유자, 유대인, 인종 간에 결혼한 자 등의, 존재 그 자체와 행위가 혐오의 대상으로 구성되어 왔다.

 이처럼 여성혐오는 여성이 남성에게 공포의 대상이 될 때 발생한다. 남성적 질서와 위계를 여성이 침범할 때 남성은 여성을 오염물로 인식하게 되고, 여기에 대한 방어기제가 작용하게 된다. 남성적 질서와 위계를 지키려는 욕망이 강하면 강할수록, 또 그러한 욕망의 실현이 불투명하면 불투명할수록 여성에 대한 공격은 강화된다. 감정은 단순히 개인적 차원을 넘어 사회적 질서와 위계를 보존하는 정서적 메커니즘이기도 하다. 따라서 기존의 남성적 질서와 위계가 위협을 받을 때 그 위협자인 여성에 대한 혐오감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여성의 사회진출에 대한 부정적 태도=아래 표는 여성의 사회진출에 대한 남자고등학생들의 태도가 여성혐오 의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다중회귀분석을 실시한 결과이다.

 여성의 사회진출에 대한 긍정적 태도는 부적(-)인 영향을 미쳤고, 여성의 사회진출에 대한 부정적 태도는 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다시 말해, 남자고등학생들의 경우, 여성의 사회진출에 대한 태도가 긍정적일수록 여성혐오 의식은 감소하고, 부정적일수록 증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결과는 여성의 사회진출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가진 남학생의 경우 여성의 사회진출을 남성 영역에 대한 침입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나타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앞선 논의에서 밝혔듯이, 여성에 대한 반감은 여성이 남성에게 공포의 대상이 될 때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남성적 질서와 위계를 여성이 침범할 때 남성은 여성을 감염된 대상으로 인식하게 되고, 여기에 대한 방어기제가 작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남성적 질서와 위계를 지키려는 욕망이 강하면 강할수록, 또 그러한 욕망의 실현이 불확실하면 불확실할수록 여성에 대한 공격은 강화될 것이다.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로봇으로 일자리가 대체되며, 청년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현재의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사회진출은 남성에게 위협으로 인식될 수 있다. 일자리를 둘러싸고 여성 때문에 더 심한 경쟁에 내몰린다고 생각하고, 또 경제적 위상의 추락으로 남성중심의 위계질서를 유지할 수 없다고 인식하는 남성의 경우는 여성의 사회진출이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위협을 강하게 인식하는 남성이 많아질수록 여성의 사회진출에 대한 남성의 심리적ㆍ물리적 장벽으로서의 여성차별과 같은 반감은 더 기승을 부리게 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그런데 한국사회는 여전히 남성 중심적인 구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여성혐오 현상은 남성의 과장되고 왜곡된 위기의식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여성의 교육성취가 높아짐에 따라 특정 영역에서의 여성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기존의 남성 중심적 사회질서를 바로 잡는 것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성적 차별이 사라진 남녀평등 사회질서의 확립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사회에서 현재 두드러져 보이는 여성의 사회진출은 남성의 자리를 여성이 대체하고 넘어서는 현상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물론 지식 정보 서비스 산업 중심으로 재편되는 경제상황에서 여성의 사회적ㆍ경제적 지위가 남성과 동등해지는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다. 남성의 육체적 힘이 생산활동에서 그 중요성이 점점 떨어지는 것을 감안하면 그런 상황의 도래가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교육 영역, 특히 대학진학률(2015년 기준, 여성 74.6%, 남성 67.3%)에서 여성들이 더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여성의 사회적ㆍ경제적 지위는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여성에 대한 부정적 태도는 그러한 변화와 관계없이 그 자체로 정당화될 수 없다. 왜냐하면 선택 불가능한 조건인 여성이라는 것만으로, 그들에게 적대감을 표출하는 행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는 반윤리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윤리적 비난은 행위자의 선택 가능성이 전제될 때만 논의해 볼 가치가 있는 것이지, 행위자의 선택 가능성이 차단된 상황에서는 논의 자체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논의를 한다는 것 자체가 반윤리적 행위로 비난의 대상이 될 뿐이다. 이제 남녀가 대등하게 공존하는 사회 이외의 대안은 사실상 없으며, 있다 하더라도 도덕적으로 정당하지 않다. 본 연구 결과를 감안할 때, 여성의 사회진출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기존의 남성중심 사회질서의 부당함을 인정할 수 있는 기회를 교육적인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하겠다. 여성의 사회진출에 대한 남성들의 태도를 바꿔나가는 것이 여성차별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주요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한국사회의 여성혐오 의식을 감소시키는 것이 남녀가 대등하게 공존하는 사회를 앞당기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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