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회 천마문화상 - 심사평(소설)]
[제48회 천마문화상 - 심사평(소설)]
  • 노상래 교수(국어국문학과)
  • 승인 2017.12.02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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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천마문화상 소설 부문에는 총 29편의 소설이 투고되었다. 어느 해보다도 풍성한 응모이다. 응모 수만큼이나 다양한 소재들이었다. 사랑, 성에 관한 것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계속되는 소재이다. 집단따돌림, 폭력, 차별, 종교, 장애 등의 소재 또한 소설쓰기의 주요 관심 대상이다. 인공지능의 등장이 미칠 미래사회에 대한 관심, 노인문제, 다문화 가정의 문제 또한 비껴갈 수 없는 소재일 것이다.

 이 작품들 중 연애의 문제를 섬세한 필치로 그려준 「핑크로즈 섬유유연제」, 군대에서 손가락을 잃은 피아노 전공자의 고뇌를 군대, 폭력, 예술, 대학문화 등과 버무려 빚어낸 「호접몽」, 다문화가정의 세상 살아내기를 담담히 그려낸 「외벽」, 그리고 노인이 카프카의 <변신>과 비슷한 정서로 투명인간화되어 펼치는 에피소드를 그린 「흔적」이 눈에 들어왔다.

 우열을 가리기는 쉽지 않았으나 「외벽」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외벽」은 검은 피부가 만들어내는 외로움을 하얀 감성으로 잘 표현해냈다. 편견과 차별의 시선이 아무렇지도 않게 삶의 자리에서 불쑥불쑥 고개를 내밀 때,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세상을 외면하던 주인공 ‘선’이 인간이 만들어낸 단절의 벽에 일치의 벽화를 그리기 위해 조심스레 발걸음을 내딛는 모습에서 아버지의 추락이 ‘시지프스’의 천형으로만 끝나지 않을 미래를 봤다. 소설이 우리 사회에 희망의 싹을 틔우기 위한 작은 몸짓이라면 「외벽」은 거기에 합당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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