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회 천마문화상 - 심사평(시)]
[제48회 천마문화상 - 심사평(시)]
  • 김문주 교수(국어국문학과)
  • 승인 2017.12.02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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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0편 가량의 작품이 접수되었다. 예년과 비슷한 양상이었는데, 한쪽은 자신의 감상(感傷)을 단순히 행을 나누어 적은 작품들이었고 다른 한쪽은 전문적인 시창작 수업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작품들이었다. 중간 지대는 거의 없었다. 문학적 글쓰기가 창작수업이나 훈련을 통해 가능한 것이냐, 혹은 바람직한 것이냐 하는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좀 읽을 만한 작품들에는 어떤 일련의 경향들이 어른거렸다. 그것은 단순히 동시대 작품들을 읽고 사숙(私淑)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오마주(hommage) 차원이 아니라 언어를 특정한 방식으로 다루는 방법에 대한 일종의 조련(調練)의 결과에 가까워보였다. 창작은 본질적으로 자기 사유와 개성의 산물이어야 하고 그것에 기초할 때 멀리 갈 수 있다. 기성 시들의 언술들을 흉내 내는 능력은 빤한 밑천이고, 그것은 자기기만의 크레바스가 될 가능성이 크다. 시를 쓰고 싶은 사람은 시작품을 비롯하여 좋은 글을 많이 읽고, 생각하고, 써보아야 한다. 글쓰기에 왕도(王道)는 없다. 시가 무엇인지 모르는 글들, 조련된 것으로 보이는 작품들을 제외하고, 자신의 정념(情念)을 자기 언어로서 표현하려고 노력한 작품들을 눈여겨보았다.

 「완전한 방」은 이 시대 청년 감성의 일면, 이를테면 전망 폐쇄의 슬픔이나 담담한 우울(憂鬱)의 내면을 보폭 넓은 언술들과 행간으로 배어나오게 하는, 아니 ‘스며나오게’ 하는 감각이 매력적이었다. 그것은 이 시대를 견디는 청춘들, 그들 내면 감각의 한 초상(肖像)이라 할 만하다.

 「조금 낮은 꿈」은 불구(不具)의 삶을 떠받치는 한 부성(父性)의 생(生)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시선의 거리를 견지하면서 ‘하늘’과 ‘바닥’이 맞닿은 삶을 묘사하는 감각은 결코 작은 재능이 아니다. “기차 소리가 구름처럼 바닥에 떠 있다”는 빛나는 표현은 이를 웅변해준다.

 수상자에게 축하의 마음을 전한다. 더 깊어지고, 더 멀리까지 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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